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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어촌 소멸 적신호] 체험휴양마을도 못 막는 고령화...재도약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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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 어촌...2045년에는 81.2%가 소멸 고위험지역

코로나 대유행 겹쳐 관광객 급감...아예 운영 포기하기도

울산 주전마을, 차별화된 체험 제시...어촌계 가입 문턱도 낮춰

아주경제

울산 주전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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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된 고령화에 인구 감소까지 겪는 중인 어촌이 소멸 위기에 놓였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2045년 어촌의 81.2%가 소멸 고위험지역이다.

한국어촌어항공단은 올해를 ‘어촌 소멸 위기 대응’ 원년으로 삼고 다양한 사업을 펼지는 중이다. 정부도 어촌을 ‘체험휴양마을’로 꾸미는 등 어촌 인구 지키기에 나섰지만 고령화 추세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인 모양새다.

3일 해양수산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일 기준 어가 인구는 9만4000명으로 전년 대비 3.4%(3300명) 줄었다.

인구 감소와 함께 고령화도 계속되고 있다. 65세 이상 어가 고령 인구 비율은 전년보다 4.5%포인트 오른 40.5%다. 연령별로는 60대가 32.8%(3만1000명)를 차지하며 가장 많았고 70세 이상이 25.6%(2만4000명)로 뒤를 이었다.

반면 어촌으로 유입되는 인구는 어가 인구 감소세를 못 따라가고 있다. 2020년 897가구였던 귀어 가구 수는 지난해 1135가구로 상승 전환했으나, 귀어인은 전년 대비 26.7% 증가한 1216명에 그쳤다.

귀어인 평균 연령도 52.7세로 젊은 층이 현저히 적은 상황이다. 귀어인 1216명 중 50대 이상 인구는 65.7%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해수부 관계자는 “50~60대 귀어인들은 맨손 어업 등 단순한 업종을 통해 어촌 지역에서 여유로운 전원생활을 추구하는 반면, 40대 이하는 연안어업, 양식업 등 기대소득이 높은 업종을 선정해 생계 수단으로 활용한다”고 분석했다.

해수부는 어촌 소멸을 막고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2013년부터 ‘어촌체험휴양마을’ 사업을 계획해 어업 체험을 중심으로 어촌 자연환경, 생활문화 등과 연계한 관광기반시설을 조성해 어업 외 소득 증대와 어촌 활성화를 도모해오고 있다.

현재 전국 어촌체험휴양마을은 총 121곳이다. 각 마을은 마을 체험안내센터 등을 활용한 펜션, 어촌계 주민이 운영하는 농어촌 민박 등을 숙박 서비스로 제공한다. 정부는 어촌 체험이나 휴양프로그램과 함께 음식을 제공하거나 지역 농림수산물을 주재료로 이용한 즉석식품을 제조·판매·가공하는 경우 영업시설 기준을 완화해준다.

2014년 88만5000명 수준이었던 어촌체험휴양마을 방문객은 2019년 150만명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이 기간 관광 소득은 224억~299억원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각 마을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0년에는 전체 어촌체험휴양마을 방문객이 96만명으로 줄었으며 관광소득도 170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2021년에도 방문객 113만명, 관광소득 184억원으로 소폭 늘어났으나 여전히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상황이다.

일부 마을은 어촌 고령화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가 유행하자 아예 어촌체험휴양마을 프로그램을 포기했다. 관광객이 줄어드는 가운데 고령화된 어촌 주민들이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체험 프로그램이나 숙소 등을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마을별로 운영하는 어촌 체험 프로그램이 다양하지 않아 관광객 유입에 한계를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차별성이 없다 보니 관광객들이 같은 마을을 두 차례 이상 방문하지 않거나 타 마을과 차이점을 못 느껴 방문을 하지 않는다.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전문 인력도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어촌어항공단 관계자는 “전체 어촌체험휴양마을 중 절반 이상이 갯벌체험마을로 대부분 유사하며 코로나19 이후 관광소득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덕 KMI 원장은 지난 4월 ‘위기의 어촌, 부활을 위한 진단과 과제’ 정책간담회에서 “어촌 문제는 장기적 소외가 누적된 결과”라며 “다가오는 국내외 도전과제에 큰 취약점으로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김 원장은 “이제 위기만을 외칠 것이 아니라 실제 해법을 찾고 선례를 만들어 이를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며 “지속된 정책적 관심, 위기 상황에 맞는 재정적 지원, 규제 완화 등 제도 개선과 이해관계자들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코로나 팬데믹 등으로 인한 관광객 감소와 고령화 문제 등에 대한 자구책을 마련하는 데 나선 어촌체험휴양마을도 있다.

울산 주전 어촌체험휴양마을은 해녀체험, 카누체험, 맨손잡이체험 등 타 마을에서도 운영 중인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한편 마을 해녀들이 직접 채취한 돌미역, 전복, 성게 등 해산물로 만든 식사를 맛볼 수 있는 차별화된 해녀밥상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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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km에 달하는 마을 인근 몽돌해변에는 캠핑장을 무료로 운영 중이다. 해산물을 막 채취하고 나온 해녀를 형상화한 높이 5m 규모의 반신상과 주전 마을 앞바다 풍경을 담은 벽화도 관광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해수부가 주최하고 어촌어항공단이 주관한 어촌관광사업 등급심사에서 주전마을은 경관 및 서비스, 체험, 숙박 등 3개 부문에서 1등급을 받았다.

주전마을에서는 어촌 뉴딜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2019년부터 어가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어촌 환경을 개선하는 ‘어촌 뉴딜 300’을 시작했다. 2024년까지 3조원을 투입하는 최대 투자 사업인 어촌 뉴딜 300은 어촌이 보유한 핵심 자원을 활용한 콘텐츠를 발굴하고 해양 관광을 활성화하는 것이 목표다.

주전항에는 사업비 약 96억원이 투입된다. 주전마을은 최근에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보트·요트 시장에 맞춰 낙후된 선착장이나 부두를 방문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레저보트항으로 준비하고 있다. 또한 스킨스쿠버 등 관광객이 즐길 수 있는 수상 레저 프로그램의 선택 폭을 확대할 계획이다.

주전 어촌계는 관광객뿐만 아니라 마을에 정착하는 귀어자 수도 늘리기 위해 어촌계 진입 문턱을 낮췄다. 통상 각 어촌계는 신규 계원에게 수천만 원에 달하는 가입비나 최소 거주기간 등의 조건을 내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주전 어촌계는 가입비를 대폭 낮추고 거주기간 대신 조업일수나 수협 조합원 가입 여부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주전 어촌계 관계자는 “관광 프로그램들이 활성화되면서 마을에 카페가 30곳가량 들어서고 대형 프랜차이즈도 입점을 준비 중”이라며 “외지인들이 많이 찾으면서 선순환되는 경제적 효과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어촌어항공단이 각 어촌체험휴양마을들을 홍보하는 것과 별개로 마을 차원에서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등 관광객 유치에 힘쓰고 있다”며 “회계 투명성 확립과 주민 간 소통 강화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석준 기자 mp1256@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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