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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서 40분간 여성 다리 훔쳐본 남성…法 "건조물침입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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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통상적인 방법으로 출입…'사실상의 평온상태' 침해 안 돼"

'초원복집' 판례 뒤집은 전합 판단 기준

아시아투데이

/박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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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김현구 기자 = 여성의 다리를 훔쳐보기 위해 PC방에 들어갔더라도, 통상적인 방법으로 출입했다면 이를 ‘건조물침입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이흥구)는 공연음란, 건조물침입 혐의로 기소된 남성 A씨(26)의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2월 대전의 한 생활용품 판매점에서 물건을 고르던 여성 B씨 옆에서 하의를 벗고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그는 같은 날 한 PC방에서 테이블 아래로 머리를 숙여 맞은 편 여성들의 다리를 40분가량 훔쳐본 혐의도 있다.

1심은 A씨가 실내 주거공간 이외의 장소에 ‘침입’했다고 보고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및 3년 동안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 제한을 명령했으며, 2심도 1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의 PC방 건조물침입 혐의를 유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A씨가 PC방에 통상적인 방법으로 들어간 사실을 알 수 있어, 건물 관리자의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침해됐다고 볼 사정이 없다”며 “A씨가 여성의 몸을 훔쳐볼 목적으로 PC방에 들어갔다는 사정을 알았더라면 건물 관리자가 A씨의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더라도, 그런 사정만으로는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는 지난 3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초원복집’ 판례를 변경하면서 만든 새로운 주거침입죄 기준을 근거로 한 것이다. 당시 전합은 특정인의 부적절한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한 식당에 몰래 녹음·녹화장치를 설치한 혐의로 기소된 C씨 등의 무죄를 확정한 바 있다.

전합은 당시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음식점에 영업주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 방법으로 들어간 경우, 설령 영업주가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더라도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침해됐다고 볼 수 없어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즉 주거의 형태·용도·성질, 외부인 출입 통제·관리방식 등을 따져 객관적·외형적으로 관리자의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침해돼야만 주거침입죄가 된다는 법리가 확립된 것이다. 이에 과거 음식점 영업주가 도청용 송신기를 설치하려는 목적의 출입은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주거침입을 인정한 ‘초원복집’ 판례가 25년 만에 뒤집혔다.

초원복집 사건은 1992년 김기춘 당시 법무부 장관과 부산시장, 부산경찰청장, 부산교육감, 부산지검장 등 기관장들이 부산 복어요리 식당인 초원복국에서 김영삼 당시 민주자유당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등 노력하자며 관권선거를 모의한 사건이다.

이들이 식당에서 주고받은 대화는 당시 통일국민당 측이 미리 설치한 도청장치를 통해 녹음됐고 이후 세간에 알려지게 됐다. 검찰은 도청에 관여한 3명을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했고, 이들은 대법원에서 벌금형 확정판결을 받았다. 당시 대법원은 음식점 영업주가 도청용 송신기를 설치하려는 목적의 출입은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주거침입을 인정한 바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A씨의 파기환송심에선 유죄로 인정된 공연음란죄 형량만 다시 판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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