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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김승호의 시선] 물가와 임금 '이상한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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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사

"과도한 임금 인상은 고물가 상황을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를 더욱 확대해 중소기업, 근로취약계층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단을 만나 전한 말이다. 경총은 경제계에서 고용·노동 관련 이슈를 담당하는 경제단체다.

추 경제부총리의 이 발언은 대기업이 너무 많이 임금을 올리면 물가가 더 상승하니 인상을 자제해달라는 의미다.

우선 발언만 놓고보면 민간기업들이 알아서 결정해야할 임금 수준을 관료인 경제부총리가 개입하는 모양새다.

물론 추 부총리도 이런 비판을 인식한 듯 "(임금은)노사간 자율적으로 결정할 부분"이라면서도 "최근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감안해 달라"고 덧붙였다.

중소기업계도 내년 최저임금의 '동결'을 주장하면서 임금과 물가의 상관관계를 예로 들었다.

물가가 상승하면 임금도 덩달아 오르고 이게 다시 물가 상승을 부추긴다는 논리가 대표적이다. 아울러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과거의 연구 사례도 끄집어냈다. 결론은 고물가로 경제가 휘청이고 있는 이때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게 중소기업계의 주장이다.

중소기업계가 제기한 논리의 근거는 한국은행이 지난 4월 펴낸 BOK 이슈노트 '최근 노동시장 내 임금상승 압력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에도 나와 있다.

보고서는 높은 물가 상승세와 고용 회복이 지속될 경우 올 하반기 이후 임금상승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경우에 따라 물가상승→임금상승→물가 추가상승의 악순환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경제 주체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하면서다.

그런데 바꿔 생각해보자. 물가가 오르는데 임금이 그대로면 임금노동자들의 지갑은 더욱 얇아진다. 가처분소득도 줄어든다. 최저임금 수준만 벌고 있거나 이마저 받지못하는 근로자는 임금이 오르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고물가에선 더욱 죽을 맛이다.

나라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경제부총리나 중소기업 사장님들이 물가와 임금을 연관지어 '임금 상승 자제', '최저임금 동결'을 말하는 것은 한마디로 '비약'이다.

지금의 고물가 또는 물가상승과 경기침체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임금노동자들 임금 때문인가.

한은의 5월 경제전망보고서는 최근의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위험요소로 ▲원자재 상승 ▲공급망 차질 심화 ▲소비 회복세 강화 ▲미 달러 강세(원화 가치 하락) 지속 ▲임금 상승 등을 지목했다.

정액급여나 특별급여로 대표되는 명목임금, 즉 노동비용이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그런데도 고위 관료나 월급을 주는 사장님들은 고물가에선 임금을 더 올리면 안된다고 말한다.

그러면 이 분들은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에선 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임금을 더 올려줘야한다고 말했을까.

전례없는 지금의 고물가는 근로자 임금에서 해답을 찾아야할 문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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