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귀차니즘이 만들어낸 산업, 진화하는 중국의 '게으름 경제'[김광수의 中心잡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민물가재 까기 알바, 반려견 산책도

스마트기기로 진화하는 3.0 시대 도래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전부터 ‘게으름 경제’라는 용어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생활이 게을러지면서 발달한 산업을 지칭하는 말인데요. 영어로 레이지 이코노미(Lazy Economy), 중국에선 게으름뱅이를 의미하는 란런(?人)을 사용해 말 그대로 게으름 경제(?人經濟)라고 합니다.

무엇보다 중국에서는 다른 나라에 비해 게으름 경제가 빠르게 성장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고 사회, 경제의 발전을 이끌고 있어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발달과 배달 시장의 성장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에선 특히 스마트폰 안에 플랫폼만 통하면 모든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기술과 인공지능(AI)의 발달로 인해 현대인들에게 오히려 게으른 삶이 가능하게 해준 것이 게으름 경제의 시초가 아닌가 싶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배달 서비스를 들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움직이기 싫어서 누군가에게 무엇인가 해달라고 부탁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게 게으름 경제의 시작이었죠.

중국의 배달 서비스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무궁무진합니다. 우리나라와 달리 술, 약과 같은 품목들까지. 배달이 안 되는 품목이 거의 없다고 봐도 됩니다. 게다가 비용도 싸고, 시간도 아주 적게 걸립니다.



게으름 경제의 진화

1단계 게으름경제는 배달 서비스에 국한됐습니다. 필요한 것이 있을 때 내가 주문하고 나에게 가져다주는 정도였습니다.

2단계로 넘어오면서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스마트기기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것들이 로봇청소기, 식기세척기 같은 제품입니다.

기존에도 있던 기기들이지만 사물인터넷(IoT), AI의 발전으로 더욱 편리하고 간단하게 조작이 가능해졌습니다.

샤오미가 이 분야에서 아주 유명한 기업이죠. 앱으로 샤오미 제품을 모두 연결해 놓으면 외부에서도 집안을 청소할 수 있고, 공기를 깨끗하게 만들거나 시원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기기가 아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사람들을 활용하는 것도 게으름 경제 2.0 시대의 특징입니다. 청소, 빨래 같은 가사 서비스는 물론 각종 대행 서비스가 중국에서 유행하고 있습니다.

출근한 집 주인을 대신해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리우거우스(?狗?)는 중국에서 아주 흔한 아르바이트가 됐습니다. 롱샤라고 불리는 민물가재의 껍질만 까주는 '바오샤스(剝蝦師·새우 껍질 발라내는 사람)'도 몇 년 전 모집공고가 나서 화제가 됐습니다.



게으름 경제를 돕는 제품들

게으름경제를 돕는 스마트홈 가전 제품의 수요도 그만큼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제품들을 란런션치라고 부릅니다. 2020년 11월 란런션치의 검색 건수는 전년 대비 약 200% 늘어나 30만건 이상을 기록합니다.

헬스기구, 고데기, 초음파 세척기 등이 인기를 끌었는데 건강, 피부, 미용 등을 위해 집 밖으로 나가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스마트 뷰티 미러, 전동식 때밀이도 같은 이유에서 판매량이 크게 늘었습니다. 취미 생활을 즐기는 게으름뱅이들은 스피커, 스마트 TV, 빔프로젝터도 많이 구매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5G,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해 효율적이고 전문적인 방식의 '스마트 라이프'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두고 게으름 경제 3.0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부릅니다.



코로나와 싱글족의 증가

최근 란런징지가 발전하는데 코로나의 영향이 컸습니다. 바깥 활동을 자제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이 줄었기 때문이죠.

그보다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중국의 인구사회학적 구조 변화를 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중국도 1인가구의 수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1990년에 1700만명에 불과했던 혼자 사는 중국인이 2018년에 7700만명까지 늘었습니다. 2018년 당시 전망에서 2021년 9200만명, 2050년에 1억3300만명이 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그러나 2020년 이미 1억2500만명을 넘을 정도로 중국의 1인가구 증가 속도는 매우 빠릅니다.

1인가구가 많은 도시를 보면 선전, 베이징, 광저우, 충칭, 상하이, 청두, 시안, 우한, 정저우, 쑤저우 등 경제가 발전한 대도시들입니다.

혼자 하는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그들을 도와주는 게으름 경제에 익숙해지고 있는 겁니다. 이들은 주로 화이트칼라 직장인, 생활에 여유가 없는 학생 등이 많습니다. 바쁜 시간을 활용하는 대가로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는 셈이죠.

최근에는 이들이 원하는 것들을 일일이 도와주는 경제 활동을 '파오투이징지'라고도 부르고 있습니다. 발로 뛴다는 의미의 파오투이(?腿)에 경제가 붙은 것으로, 게으름 경제서 파생된 개념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저렴한 노동력, 배달의 진화

중국에서 게으름 경제가 발달한 것은 노동력이 풍부하고 인건비가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배달원 규모는 약 1300만 명입니다. 대략 인구 100명당 1명은 배달업에 종사하고 있는 겁니다.

배달 건당 적게는 3~5위안, 한화 1000원도 안되는 비용이 책정되지만 엄청난 수의 배달이 이뤄지니 이들의 급여는 대졸자를 뛰어넘기도 합니다. 중국의 대졸 평균 초임이 6000위안 정도인데, 일이 몰릴 때는 배달원들이 한 달에 1만 위안도 훨씬 넘는 수입을 올리니 배달업에 젊은이들이 몰립니다. 오히려 젊은 사람들이 배달업에 너무 많이 종사해 국가적으로 손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기존의 종합 배달 플랫폼인 메이퇀, 어러머 등이 게으름 경제의 발전과 함께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여기에서 파생된 업체들도 최근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파오투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메이퇀샨거우가 대표적입니다. 30분 내 배송을 목표로 내건 메이퇀샨거우는 2021년 2분기 거래량과 거래액이 1년 전에 비해 14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이들 기업은 빅데이터가 쌓일수록 고객들이 자주 주문했던 제품과 시간을 분석해 쿠폰을 제공하는 등 소비를 촉진시키는 마케팅도 활발하게 진행중입니다.

이를 두고 일부는 플랫폼에 지배당하는 인간의 미래를 우려할 정도입니다.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도와주는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소비의 노예로 만들기도 하는 것이 게으름 경제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현명한 소비가 더욱 중요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bright@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