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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총리, 밍크 살처분 사과… "불가피했던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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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의 ‘밍크게이트’ 조사 결과 나오자 입장 발표

"실수 있었다… 밍크 사육 농가와 가족들에 사과"

‘필요한 결정’ 고수… ‘법적 근거 無’ 지적은 수용

세계일보

1일(현지시간) 덴마크 의회 조사위원회의 ‘밍크게이트’ 조사 결과 보고서가 나온 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가운데)가 각료들과 함께 정부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총리 왼쪽은 법무장관, 오른쪽은 보건장관. 코펜하겐=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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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사태의 와중에 “코로나19를 퍼뜨릴 수 있다”며 사육 중인 밍크 1700만마리의 살처분을 강행한 덴마크 정부가 결국 자국민, 그리고 밍크 사육 농가에 사과했다. 살처분이 법적 근거 없이 이뤄졌다는 의회의 지적을 수용한 결과다. 다만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신속한 살처분 결정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은 그대로 고수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1일(현지시간) 의회의 일명 ‘밍크위원회’가 내놓은 조사 결과 보고서를 확인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덴마크 의회는 코로나19 대유행 첫해인 2020년 11월부터 이뤄진 밍크 1700만마리의 살처분이 법적 근거 없이 진행됐다는 이른바 ‘밍크게이트’를 조사할 목적으로 위원회를 꾸려 지난해 12월 조사에 착수했다. 프레데릭센 총리도 이 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진술한 바 있다.

보고서는 “밍크 살처분이 필요했던 측면이 있지만 그 과정에서 지나치게 가혹한 동물학대가 저질러졌다”고 꼬집었다. 이에 프레데릭센 총리는 “비판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어 “덴마크 국내 밍크 사육자와 그 가족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그는 “무척 힘들었던 살처분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는 사실이 모든 것을 더 고통스럽게 만들었다”고도 했다. 덴마크 정부는 기르던 밍크를 어쩔 수 없이 살처분해야 했던 사육 농가에 손실 보상금 명목으로 오는 2030년까지 총 31억달러(약 3조4000억원)를 보상하는 방안을 마련한 상태다.

다만 프레데릭센 총리는 천재지변과도 같은 상황에서 살처분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항변했다. 그는 “2020년 11월 내린 결정 자체를 지지하며, 그때로 다시 돌아가도 똑같이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건강과 국제사회에서 덴마크의 평판, 전 세계의 보건을 위한 공동 책임 등 여러 측면을 감안할 때 유일한 해결책은 안타깝게도 밍크를 살처분하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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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덴마크의 한 지역에서 살처분된 밍크를 매장하는 모습. 당시 살처분된 밍크는 무려 1700만마리에 이른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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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처분이 법적 근거도 없이 이뤄졌다는 위원회의 지적을 프레데릭센 총리는 수용했다. 그러면서 “법적 근거는 당연히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며 “위원회의 비판을 받아들여 앞으로는 정부가 이번과 같은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덴마크는 세계 최대의 밍크 모피 제조국으로 코로나19 발생 전 세계 생산량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였다. 자연히 밍크 사육에 생계를 의존하는 농가가 많았는데 2020년 11월 덴마크 밍크 농장에서 코로나19가 발견되고, 일부는 돌연변이로 다시 인간에게 전파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엄청난 후폭풍이 일었다. 덴마크 정부는 자국 내 밍크 1700만마리 전부의 살처분을 강행했다. 그 과정이 지나치게 잔혹해 동물학대 논란이 인 것은 물론 살처분 후 사체 처리도 부실하게 이뤄져 처분지 인근 주민들한테 큰 충격과 고통을 안겼다. 여기에 ‘살처분 자체가 법적 근거도 없이 진행됐다’는 비판까지 제기되며 농림장관이 사표를 내는 등 나라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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