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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의 쓱크랩북] SSG 만년 2군 선수들이 만드는 승리… 잊고 있는 1군 선수는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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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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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SSG 외야수 최상민(23)은 2022년 제주 1군 캠프 명단에 포함됐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미리 귀띔도 없었다. 1군 캠프에 가는 선수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 초대됐을 때, 그는 잘못 초대받은 줄 알았다고 했다.

북일고를 졸업한 최상민은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는 못했다. 대신 SSG가 육성선수 입단을 제안했고 대학 대신 그 길을 선택했다. 예상대로 길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2018년 퓨처스리그 8경기를 시작으로 계속 2군에만 머물렀다. 전형적인 만년 2군 선수였다. 타격 성적이 특별하지 않아 1군보다는 오히려 방출을 걱정해야 하는 쪽에 가까웠다. 그러나 김원형 SSG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김 감독은 내외야 백업을 구상할 때 수비가 되는 선수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 몫을 수행하는 김강민 김성현은 이제 뛴 날보다 뛸 날이 적은 선수들이었다. 같은 나이 때를 놓고 비교하면 대선배인 김강민과 비교할 수비라는 호평을 받는 최상민은 그렇게 자신의 장점을 앞세워 첫 1군 캠프를 경험했다.

물론 저조한 타율, 주루 미스 등 우여곡절이 있기는 했다. 비난도 많이 받았다. 그러나 한 번 경험한 1군은 좋은 동기부여가 됐다. 2군에서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며 포기하지 않았고, 6월 9일 다시 콜업돼 1군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초’ 기록도 하나둘씩 쌓인다. 자신의 1군 첫 안타는 6월 21일 두산전에서 나왔다. 그리고 첫 타점은 7월 1일 인천 KIA전,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나왔다.

대수비로 이미 경기에 투입됐던 최상민은 6-6으로 맞선 9회 2사 만루라는 클라이막스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김현준의 초구와 2구를 차분하게 지켜보며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은 최상민은 3구째 높은 쪽 패스트볼이 들어오자 야무지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비록 파울이 되기는 했지만 이 스윙은 김현준의 긴장감을 높였을 것이고, 결국 밀어내기 볼넷을 고르며 끝내기의 주인공이 됐다. 잊을 수 없는 첫 타점이었다.

최상민과 같은 케이스가 바로 최경모(26)다. 홍익대를 졸업하고 2019년 팀의 2차 6라운드 지명을 받은 최경모 또한 만년 2군 선수에 가까웠다. 대졸임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 전 1군 경험은 2019년 17경기, 16타석이 전부였다. 그러나 역시 내야 전 포지션을 두루 소화할 수 있는 수비력이 인정을 받아 캠프에 합류했고, 개막부터 지금까지 1군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런 최경모는 시즌 54경기에서 타율 0.341, 2도루를 기록하며 쏠쏠한 몫을 해주고 있다. 2루, 3루, 유격수를 모두 소화할 수 있어 경기에서의 활용도가 크다. 유격수를 소화했다고 해서 2루나 3루가 쉬운 건 결코 아니다. 2루는 유격수와 모든 동작이 반대다. 적응이 필요하다. 3루는 유격수와 바운드가 아예 다르다. 역시 그냥 되는 게 아니다. 세 포지션을 다 볼 수 있는 최경모는 올해 SSG 내야의 발견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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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드에서도 만년 2군 선수의 활약이 빛난다. 최상민 최경모보다 더 2군을 오래 경험한 우완 서동민(28)이 그 주인공이다. 2014년 지명을 받은 서동민은 1군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슬라이더를 앞세워 2군 마무리까지 올라갔다. 제구도 괜찮다는 평가가 많았다. 2군 코칭스태프의 추천 명단에 자주 올라갔다. 그러나 1군의 벽은 높았다. 공이 그렇게 빠르지 않은 서동민은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렸다.

하지만 김 감독은 슬라이더라는 장점에 주목했고, 지난해부터 틈만 나면 서동민을 실험했다. 김 감독은 “왜 타자들이 이 슬라이더를 왜 못 치지? 이게 궁금해지더라. 영상을 봤는데 스피드는 빠르지는 않은데 종으로 떨어진다. 보통 슬라이더가 횡으로 휘어지면 나가다가 걸리는 게 많은데 포크볼처럼 떨어지니까 나가다 헛스윙이 나온다”면서 “좋은 변화구, 무기를 하나 가지고 있구나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그렇게 지난해 20경기에 나간 뒤 올해 생애 첫 1군 캠프까지 경험한 서동민은 올해 12경기에서 12⅓이닝을 던지며 1승1패2홀드 평균자책점 0.73의 좋은 성적으로 지친 팀 불펜에 한줄기 희망이 되고 있다. “승리든 뭐든 기록 하나만 찍어보는 게 목표”라던 서동민은, 올해 그 소원을 긍정적인 방향에서 풀었다.

이들의 활약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적어도 2군의 선수들에게는 충분한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김 감독도 퓨처스팀에서의 추천을 꼼꼼하게 살핀다. 최근 경기력이 좋거나 성적에서 뚜렷한 콜업 요소가 있을 경우는 되도록 써보는 유형의 지도자다. 말 그대로 대박을 터뜨린 좌타 거포 전의산(22)도 그런 유형이다.

2군 선수들은 입을 모아 이 시기가 즐겁다고 말한다. 1일 인천 KIA전에서 생애 첫 멀티홈런을 신고한 전의산은 경기 후 “같이 밑에서(2군) 야구를 했던 형들이다. 같이 올라와서 이렇게 잘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기분이 좋다. 같이 서로 더 잘해서 더 많은 승리에 기여하고 싶다”고 웃었다. 현재 강화에 머물고 있는 2군 선수들도 비슷한 소망을 공유하고 있을 것이다.

2군 생활이 없었던 1군 스타는 사실 거의 없다. 길든 짧든, 대우가 좋든 그렇지 않든 한 번씩은 다 프로의 밑바닥을 맛본다. 그 어려움을 강한 의지로 이겨낸 선수들만이 1군의 화려한 무대에 오를 자격을 얻는다. 이 순간에도 그 무대를 갈구하는 선수들은 수없이 많다. 1군 선수들이 루틴처럼 누리고 있는 한 번의 출전은, 누군가는 그토록 바랐던 인생의 하이라이트일 수도 있다. 당장 자신의 2군 시절을 생각하면 그 답이 쉽게 나온다. 소중함을 기억하는 선수가 더 많아져야 SSG는 선두 자리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 /SSG 담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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