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BTS '촉과 날' 잃어 심심해졌다" 임진모가 본 방탄의 미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BTS, K팝을 글로벌 수준으로 격상

활동 중단 “좋지 않은 방식과 타이밍”

K팝 성공의 핵심 팬 문화, ‘양날의 검’

중앙일보

한국 대중음악 평단에서 30년 넘게 활약해 온 임진모 음악평론가. 지난 7일 그의 자택 서재에서 '가스펠의 여왕'이자 미국 흑인 인권운동의 상징인 마할리아 잭슨의 앨범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박상문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음악평론가 인터뷰 시리즈 (2)



K팝의 탄생과 위기, 성장을 지켜본 대중음악 평론가들은 현재의 K팝 산업의 비상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음악 평론가 인터뷰 시리즈 두 번째 순서로 ‘한국 대표 음악평론가’ 임진모(63)를 만났다. 1984년 경향신문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당시 언론이 거의 다루지 않던 대중음악을 뉴스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86년부터 평론가의 길을 걷기 시작해 팝컬림니스트, 방송인, 작가로 활약해 왔다. 또 2001년 음악 웹진 이즘(IZM)을 설립해 이끌고 있다.

임진모 평론가는 방탄소년단(BTS)의 그룹 활동 중단 선언에 대해 “필요했던 휴식”이라고 말했다. 쉬면서 재정비해야 할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또 멤버들의 솔로 활동 역시 그룹 활동 못지않게 주목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활동 중단을 선언한 방식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지난 7일 그를 자택에서 만나 인터뷰했고, BTS 그룹 활동 중단 선언 나흘 뒤인 19일 추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Q : BTS에 왜 휴식이 필요했나.

A : 음악적으로 봤을 때 방탄소년단은 ‘촉과 날’을 잃어버렸다. 이건 ‘임진모식’ 표현인데, 음악에서 사람들을 한 번에 휘어잡는 날카로운 칼과도 같은 경쟁력을 말한다. 음악은 듣는 사람의 마음을 찌르듯 한 번에 사로잡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댄스 음악은 ‘퀄리티(품질) 낮은’ 음악이 아니다. 그런 평가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BTS를 비롯한 K팝의 문제는 댄스 음악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그 음악 속에 ‘촉과 날’이 없다는 점이다. BTS는 ‘불타오르네’(2016), ‘피 땀 눈물’(2016), ‘봄날’(2017), ‘DNA’(2017), ‘고민보다 Go’(2017)와 같이 뛰어난 음악을 만들어왔다. ‘작은 것들을 위한 시’(2019)도 좋았다. 특히 춤에서는 시각적인 ‘촉과 날’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BTS의 음악은 심심해졌다. ‘아이돌’(2018)부터였다고 생각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때부터 BTS는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중앙일보

2017년 11월 1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아메리카 뮤직 어워즈에서 'DNA'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는 방탄소년단(BTS).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BTS 멤버들의 솔로 활동도 그룹 활동만큼의 영향력이 있을까.

A : 그럴 거라고 본다. 국내에서의 시선이 어떻든 해외서는 BTS를 주목하고 있다. BTS의 멤버 개개인이 다 스타이기 때문이다. 솔로로서도 어느 정도 이상의 조명은 계속 받을 것이고 이후에 일곱 명이 다 같이 활동하는 완전체로 돌아온다면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발휘할 거라고 본다. 한 명이 입대하고 1년 반 후에는 돌아오지 않나. 어차피 지금은 쉬긴 해야 했다.

Q :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BTS는 어떤 위치인가.

A : K팝의 씨를 뿌린 건 보아·동방신기·빅뱅 같은 가수들이었다. 이어 싸이가 글로벌 시장으로의 문을 본격적으로 열었다. BTS는 K팝을 글로벌 수준으로 격상시켰다. K팝이 ‘앵글로 아메리칸 팝’이나 ‘라틴 팝’과 같은 반열에 오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K팝이 음악적으로 그 두 장르만큼 뛰어나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시장에서의 위치만은 견고하게 자리 잡았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건 BTS가 정말 혼신을 다해서 K팝의 위상을 올렸다는 점이다.
중앙일보

K팝 세계화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가수 보아. 임진모 평론가는 "K팝의 씨를 뿌린 건 보아·동방신기·빅뱅 같은 가수"라고 말했다. [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Q : BTS의 활동 중단으로 K팝 전체가 타격을 받게 되지 않을까.

A : BTS는 이미 글로벌 슈퍼스타기 때문에 BTS의 활동 중단이 다른 K팝 아티스트에게까지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다른 가수들이 자신을 더 돋보이게 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Q : 이번 BTS의 발표에 대해 실망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A : 내용 자체의 문제는 없었지만, 좋은 방식과 타이밍은 아니었다고 본다. 이번 발표에 있어서 가장 먼저 해야 했던 말은 감사였다. ‘지쳤다’는 아니었다. K팝 시스템이 아티스트를 갉아먹고 성장하지 못하게 한다는 건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들처럼 세계적 명성과 혜택을 누렸다면 그 모든 걸 가능하게 해준 사람들에게 먼저 감사해야 했어야지 갑자기 K팝을 탓하면 안 됐다.
중앙일보

14일 방탄소년단 유튜브 채널에 '찐 방탄회식'의 한 장면. 임진모 평론가는 "틀린 말은 아니지만 좋은 방식과 타이밍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유튜브 방탄소년단 채널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Q : 그럼 어떻게 해야 했을까.

A : 멤버들이 어차피 군대에 가야 하니까, ‘저희는 군 복무를 해야 하고, 지금까지 계속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휴식을 갖고 좋은 음악을 만드는 데에 집중하려 한다’고 말하는 것이 더 좋았을 거다. 하지만 BTS는 그렇게 말하지 않고 갑자기 K팝 전체의 문제를 끌어들였다. 아티스트에게 요구하는 것이 많아 잠재력을 소모한다는 거다. ‘우린 지쳤고 K팝엔 이런 문제가 있다’는 건 맞는 말이고,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건 맞다. 하지만 그걸 자신들의 문제와 결부해, 이 타이밍에 말하는 건 적절치 않았다. 그들이 가진 명성의 아주 일부분이라도 갖기 위해서 살인적인 스케줄을 감내하는 그룹들은 여전히 많다. 모든 것을 차치하더라도 톱스타로서 K팝 시스템 자체를 비난하는 건 남아있는 사람들을 배려하지 못 한 거라고 생각한다.

Q : BTS의 발표는 팬클럽 아미(ARMY)를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A : K팝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팬덤을 형성해야 한다. 팬덤이 연예인의 커리어를 키워주는 존재다. 팬 문화가 K팝 성공의 핵심이지만, 동시에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가수들의 아티스트 적 가치와 팬 개인의 취향을 억압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만약 어떤 가수의 노래가 별로라고 해도 K팝 팬들은 무조건 그 스타를 사랑한다. 마음속으로 ‘예전 노래가 낫다’고 생각할 수 있어도 그 생각에 머물러 있거나 강하게 표현하지 않는다. 팬덤이라는 일종의 집단 소속감 때문이다. 또한 팬덤은 한 아티스트의 커리어를 무너트릴 수도 있다. 팬덤이 떠나면 그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고 아티스트의 커리어는 회복할 수 없게 무너지고 만다. 과거 가수들은 음악이 좋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었다. 하지만 한 번 실패해도 다음번에 더 좋은 노래를 내놓으면 다시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가수의 성공이 팬덤에 달려있게 되면 팬덤이 떠나간 이후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아 더는 커리어를 이어나갈 수가 없게 된다.
중앙일보

임진모 평론가는 "언론과 대중이 더 다양한 장르의 음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K팝은 미성숙하지만 성장 중이며, 앞으로도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문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Q : 이런 약점이 보완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A : 언론과 대중이 더 다양한 장르의 음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음악을 단순 소비하는 데 그치지 말고 더 좋은 음악을 찾으려 능동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세한 중소 기획사들은 살아남을 수가 없다. 더 다양한 비주류 음악이 많아져야 더 많은 사람이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래야 음악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

Q : K팝이 성장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

A : K팝 시스템 내에서는 좋은 음악이 나올 때까지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게 사실이다. 히트곡을 하나 냈으면 충분히 많은 시간을 가져야 더 좋은 후속곡을 낼 수 있는데, K팝 기획사들, 특히나 영세한 기획사들은 그런 시간이나 여유가 없다. 그 와중에 K팝에는 퍼포먼스가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음악 자체보다 퍼포먼스나 댄스에 더 자원을 투자하게 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K팝의 음악성으로 돌아가야 한다. K팝은 음악적으로 아직 미성숙하다. 몇십년 전 팝 음악이 얼마나 많은 실험을 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나. 하지만 한 편으로는 그만큼 K팝이 더 나아갈 여지가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K팝은 성장 중이며 앞으로도 성장할 것이다.

*이 기사는 코리아중앙데일리 6월 22일 자 10면에 보도된 영문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코리아중앙데일리 양현주·윤소연 기자 yang.hyunjoo@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