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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파기된 신라젠 판결···소액주주 손해배상 청구 영향은[서초동 야단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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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신라젠 문은상 전 대표 사건 파기환송

"원심이 배임 법리 오해···배임액 재산정해야"

배임액 1심 350억→2심 10.5억 대폭 줄어

대법 결정 따라 배임액 1심 수준 올라갈듯

지난달, 신라젠 주주들 집단 손배 청구소송

배상금 일단 5억이지만 대법 판결에 증액 수순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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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억 원대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문은상(57) 전 신라젠 대표가 2심 재판을 다시 받게 되면서 문 전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법원이 배임액 산정이 잘못됐다고 판단한 만큼 원심에서 벌금을 포함한 문 전 대표와 관련자들의 처벌 수위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손해배상을 청구한 주주들의 숫자와 청구금액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달 30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문 전 대표에게 징역 5년과 벌금 10억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문 전 대표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DB금융투자에서 350억 원을 빌려 신라젠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하고 신라젠에 들어온 돈을 다시 페이퍼컴퍼니에 빌려주는 ‘자금 돌리기’ 수법으로 1918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았다. 특허 대금을 부풀려 신라젠 자금 29억3000만원 상당을 관련 회사에 과다 지급하고, 지인 5명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한 뒤 매각이익 일부를 돌려받은 혐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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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과 2심은 문 전 대표의 공소사실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5년형을 선고했으나 벌금은 1심 350억 원에서 2심 10억 원으로 대폭 줄었다. 1심은 인수 대금 350억 원을 전부 배임액으로 인정한 반면 1심은 자본시장법 위반죄로 얻은 부당이득액 산정이 곤란하다고 보고 운용 이익 10억 5000만 원에 대해서만 배임으로 인정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법리를 오해했다고 판단했다. BW를 발행해놓고 실제 인수 대금이 납입되지 않았다면 발행 규모 전체에 대해 배임죄로 처벌해야 하므로 1심 판단이 옳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회사가 외형적으로 인수대금 상당의 금전채권을 취득했더라도 그 거래가 정상적·합리적인 회사 영업활동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인수인 등이 인수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부담하게 된 차용금 채무를 변제하기 위한 것이라면 인수대금이 회사에 실질적으로 납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실질적으로는 인수 대금이 납입되지 않은 채로 신주인수권부사채 350억 원을 발행하고 이를 인수함으로써 사채가액의 이득을 얻었다”며 “회사에 사채 상환 의무를 부담하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인수 대금을 취득하지 못하게 해 350억 원의 손해를 입혔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은 코스닥 상장사 신라젠에 투자한 주주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파기환송으로 원심에서 문 전 대표와 관련 임직원들의 배임액이 1심 수준으로 크게 올라가고 주주들이 주장하는 피해액도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영진의 횡령·배임으로 상장 폐지 갈림길에 서자 소액주주 1000여명은 지난달 22일 한국거래소와 전 경영진을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주주들은 "신라젠의 거래 정지 및 상장 폐지 위험은 거래소의 부실 상장 심사와 문 전 대표 등 전직 경영진의 범죄 행위에서 비롯됐다"며 "주주들에게 그에 따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거래소는 신라젠 상장심사 과정에서 거래 정지 핵심 사항인 신주인수권부사채 자금 조성 과정의 부실 심사로 전직 신라젠 임원진들의 범죄 행위를 적발하지 못한 채 상장시켰다"며 "이로 인해 주주들에게 피해를 전가했다"고 주장했다.

신라젠은 경영진 횡령·배임으로 2020년 5월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해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거래소는 같은 해 11월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1심 격인 기업심사위원회에서 신라젠에 개선기간 1년을 부여했다. 거래소는 개선기간이 끝난 뒤 올해 1월 상장 폐지 결정을 내렸으나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다시 개선기간 6개월을 부여하면서 상장 폐지 위기를 일단 모면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주들은 피해액 산정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을 고려해 일단 약 5억4000만원을 배상액으로 청구했다. 하지만 상고심에서 원심이 파기환송된 만큼 청구액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YK의 조인선 변호사는 “2심에서 1심보다 배임액이 크게 깎였는데 대법원이 원심에 이를 재산정하라고 했다”며 “원심 재판에 따라 피해 규모를 다시 들여다보고 청구액도 조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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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영 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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