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8 (목)

"영부인" 대통령실 실수, 복선인가...김건희 5일새 단독일정 4건

댓글 10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김건희 여사가 베일을 벗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 여사는 이번 3박 5일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정상회의 기간 윤 대통령 없이 단독일정을 수차례 소화했다. 그간 국내에서 비공개 일정에 주력하며 외부 노출을 삼갔던 것과 대비된 모습이었다. ‘조용한 내조’를 하겠다며 그간 한발 물러섰던 김 여사가, 이번 스페인 방문을 계기로 본격적인 공적 행보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앙일보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로 향하는 공군 1호기 기내에서 취재진을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 여사는 그간 대중이나 취재진 앞에 나서길 꺼렸다. 대선 기간 자신 및 가족을 둘러싼 여러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26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당시엔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 부디 노여움을 거둬달라”고 말했다.

이와 비슷한 시기, 당시 대선 후보였던 윤 대통령은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영부인’이라는 호칭도 과하다. (대통령 부인은) 비서실 지원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영부인’의 일정ㆍ수행ㆍ의전 등을 총괄하는 대통령실 제2부속실을 폐지했다.

중앙일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28일 오후 (현지시간) 마드리드 주스페인한국문화원을 방문해 직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번 스페인 순방 초기에도 김 여사의 조용한 행보는 계속되는 듯했다. 대통령 전용기 탑승 당시 김 여사는 윤 대통령보다 한 걸음 뒤에서 걸었고, 기내에선 취재진을 만나 “한 말씀 하시지”란 윤 대통령의 권유에도 “감사합니다”는 말만 하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하지만 스페인 마드리드에 도착한 뒤엔 윤 대통령 없이 단독 일정만 4건을 소화하는 등 특유의 존재감을 내비쳤다.

지난달 28일(이하 현지시각) 주스페인 한국문화원을 찾았을 땐 제법 오랫동안 직원 격려 발언을 했다. 김 여사는 “여기 조그마한 문화원에서 모든 한국을 다 보여줄 수 있는 것”이라며 “여기 계신 분들이 얼마만큼 한국을 더 홍보하고 알리는데 자부심을 가지는지 제가 잘 느낄 수 있겠다”고 말했다. 또 화가 디에고 벨레스케스와 파블로 피카소,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 등의 거장을 배출한 스페인에서 한국 문화가 주목받는 상황을 거론하며 “여러분이 애국자”라고 격려했다.

중앙일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28일 오후(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왕궁에서 열린 펠리페 6세 국왕 부부 주최 만찬에 참석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다음날인 29일 산 일데폰소 궁과 인근 왕립 유리공장 등을 둘러보는 16개국 정상 배우자 프로그램에선 미국 영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 자리에서 김 여사는 바이든 여사에게 “(우크라이나에) 부군과 함께 가지 않고 홀로 가신 용기와 따뜻함에 감동을 받았다”고 말을 건넸다.

이에 바이든 여사는 “우크라이나 아이들과 난민들의 정신건강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답한 뒤 김 여사에게 “높은 자리에 가면 주변에서 많은 조언이 있기 마련이지만 중요한 건 자기 자기 생각과 의지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 주라(Just be yourself)”고 조언했다.

같은 날 오후 김 여사는 친환경 업사이클링 업체인 에콜프를 단독으로 방문해 “기후위기가 우리 코앞에 다가온 만큼 에콜프의 시각과 공감하는 기업들이 전 세계적으로 더 많아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날인 30일엔 33년째 마드리드에 거주하며 한국 식료품점을 운영해 온 교포 부부를 만나 “부모님과 같은 1세대 동포의 노력이 한국과 스페인의 끈끈한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며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 기간 김 여사에 대한 대통령실의 지원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대통령실은 서면 브리핑 배포, 관련 영상링크 등을 기자단에 공유하며 김 여사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그간 김 여사의 국내 행사와 관련해 대통령실이 ‘모르쇠’로 일관하며 비선 논란을 자초했던 것과 대비됐다.

대통령실은 이번 순방을 앞두고 부속실에 김 여사를 지원하는 2~3명의 기존 행정관 외에 추가 인력을 배치했다고 한다. 부속실 내에 사실상의 ‘제2부속팀’이 생긴 셈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순방 이후 김 여사가 본격적인 ‘퍼스트레이디’ 행보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대통령실은 순방 기간 부대변인 명의의 서면 브리핑을 통해 김 여사의 주스페인 문화원 방문을 “첫 영부인 방문”이라고 표현했다가 바로 “대통령 부인으로는 첫 방문”이라고 수정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 출입기자들 사이에선 “실수가 아닌 복선으로 보인다”는 말도 나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