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연봉 확 올릴땐 좋았는데 "짐 싸세요"···임금 인상의 역습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임금인상發 고용불안 후폭풍]

저금리 속 인력난으로 연봉 올려···경기 침체 맞으며 비용 부담으로

공격적 확장 게임 스타트업 경영난···넷마블 등 대기업도 줄줄이 적자

베스파, 90% 이상 권고사직 이어 초·중급 개발자 중심 인력감축 우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급격한 연봉 인상 릴레이에 나섰던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에 감원 리스크가 불거지고 있다. 코로나19 속에 비대면 확산과 저금리를 바탕으로 ‘임금 잔치’를 벌인 지 불과 1년 만에 경기 침체 한파를 맞으며 늘어난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업계 내부에서는 “올 것이 온 것 아니냐”는 우려 속에 급작스럽게 늘어난 인건비가 근로자 고용 안정성마저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 게임사 ‘베스파(299910)’가 전날 대량 권고사직을 통보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급증한 인건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베스파의 전날 기준 직원 수는 105명으로 핵심 인력을 제외한 직원 90% 이상을 권고사직 처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100명 가까운 인원이 회사를 떠나게 되는 것이다. 김진수 베스파 대표는 “투자 유치로 회생을 노렸지만 안타깝게 됐다”며 직원 대다수의 권고사직이 불가피함을 설명했다.

베스파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IT 업계 임금 인상 열풍에 동참, 전 직원 연봉을 1200만 원씩 올려 화제를 모은 회사다. 그러나 지난해 매출 454억 원, 영업손실 441억 원을 기록했다. 올 1분기에는 감사 거절 의견을 받으며 주식도 거래정지됐다.

지난해 3분기 360명에 달하던 직원은 올 1분기 148명이 됐고 권고사직에 돌입한 전날에는 105명까지 줄었다. 베스파는 “폐업은 없다”며 최소 인원으로 신작을 출시해 회생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10명 남짓한 인원으로 신작 출시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상장폐지만은 피한 후 보유 지식재산권(IP)을 바탕으로 인수합병(M&A)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중소형 게임사 베스파의 사례는 지난해 IT 업계에 불어닥친 연봉 인상 릴레이의 후폭풍을 상징한다는 지적이다. 베스파는 2017년 출시한 ‘킹스레이드’가 한국과 일본에서 성공하며 2018년 코스닥시장에 입성했다. 하지만 2019년부터 신작 부재로 적자가 누적돼왔다. 베스파의 연봉 인상은 지난해 4월 기대작 ‘타임디펜더스’ 출시를 앞두고 이뤄진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사운을 건 신작 출시를 앞두고 대기업들이 연달아 연봉을 높이자 적자 속에서도 높은 연봉을 약속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그러나 타임디펜더스는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더구나 올해 들어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금융시장이 얼어붙자 투자 유치에도 어려움이 따랐다. 주식거래도 정지돼 증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방법 또한 사라졌다.

업계에서는 금리 인상 여파로 투자시장이 얼어붙으며 베스파처럼 적자 누적에도 공격적인 확장을 거듭하던 중소형 IT 기업이나 스타트업들이 경영난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베스파는 전형적인 ‘원 히트 원더’ 게임사로 연봉을 높여 후속작에 ‘올인’했지만 게임 실패와 시장 상황 악화로 어려운 처지가 됐다”며 “지난해 대기업을 따라 연봉을 높인 다른 스타트업들도 비슷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채용시장이 얼어붙을 경우 급작스럽게 연봉이 오른 중·초급 개발자 중심으로 인력 감축이 이뤄지고 이들이 새로운 저임금 초급 개발자로 대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구인난에 개발자 임금이 폭증했지만 이는 결국 저금리를 바탕으로 한 유동성 위에서 가능했던 것”이라며 “경기 침체 국면에 접어들면 대체 불가능한 고급 개발자 외에는 감원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연봉 인상의 역풍은 ‘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스타트업에 더욱 거세게 불고 있다. 지난해 연봉 1000만 원 일괄 인상을 단행했던 ‘별이 되어라’ 개발사 플린트는 2021년 매출이 20억 원으로 전년 46억 원에서 절반 이상 줄었고 영업손실은 92억 원으로 전년 51억 원에서 2배 가까이 늘었다. ‘개발자 최소 2300만 원 연봉 인상’을 꺼내든 소셜 카지노 스타트업 베이글코드도 지난해 영업손실이 92억 원으로 전년 51억 원에서 2배가량 증가했다. 역시 1000만 원의 연봉 인상안을 내놓은 조이시티는 올 1분기 영업이익이 31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6.2% 줄었다.

대기업도 경기 침체 속 인건비 부담에 적자를 기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국내 3대 게임사 ‘3N’의 한 축인 넷마블(251270)은 올 1분기 영업손실 119억 원을 기록하며 2012년 이후 10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전체 영업비용 중 가장 큰 폭(434억 원)으로 오른 항목은 인건비였다. 지난해 1분기 1434억 원에서 올해 1868억 원까지 치솟으며 1년 새 30.3% 증가했다. 컴투스(078340)도 올 1분기 2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이 기간 인건비는 237억 원에서 384억 원으로 62.3% 늘었다. 두 회사는 모두 지난해 직원 연봉을 800만 원 일괄 인상했다.

윤민혁 기자 beherenow@sedaily.com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