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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50년 만에 최악의 주식시장…앞으로 50% 더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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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원유 빼고 다 죽었다

하반기 비관론이 대세…희망, 아주 없진 않아

올해 상반기 주식시장은 그야말로 '대학살'을 당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원유 등 에너지와 곡물 가격만 살아남았다. 뉴욕증시에서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올해 들어 21% 가까이 폭락하면서 1970년 이후 50년 만에 최악의 상반기를 보냈다. 비트코인은 6월 한 달간 38% 추락하는 등 ‘비트코인=디지털 금’이라던 관측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하반기에는 자산시장이 되살아날 수 있을지가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이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해 '닥터 둠(doom·파멸)'이라고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글로벌 증시가 50%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암울한 미래를 제시했다.

올해 상반기, 유가 빼고 다 죽었다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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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글로벌 금융시장이 수십 년 만에 가장 고통스러운 상반기를 마감했다고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친 속도로 달리는 인플레이션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에 피해를 안 입은 시장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다우존스마켓데이터에 따르면 S&P500지수는 올해 들어 6개월간 21% 하락하면서, 1970년 이후 50년 만에 최악의 상반기를 보냈다. 기술주 중심인 나스닥지수는 같은 기간 약 30% 폭락했다. 주식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회사채와 국채를 골고루 담는 iShares Core US Aggregate Bond ETF는 11% 하락하며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신흥시장의 주식과 채권 역시 성장 둔화 우려에 폭락했고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 가격이 붕괴하면서 개인투자자는 물론이고 헤지펀드 모두 큰 손실을 봤다. 비트코인은 올해 들어 거의 70% 폭락했고, 경기침체의 전조로 여겨지는 구리 가격은 15% 이상, 면화는 13% 이상 하락했다.

글로벌 회계법인인 언스트 앤드 영(Ernst & Young, EY)에 따르면 기업공개(IPO) 물량은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46% 감소했다. 암호화폐부터 IPO, 심지어 일부 상품시장까지 금융시장 전반이 무너져 내렸다.

올해 상반기에 유일하게 상승한 것은 석유, 천연가스, 일부 곡물의 가격뿐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유 등 공급난이 악화하면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긴 지 오래다. 문제는 해당 분야의 가격 상승은 은행, 자동차 제조업, 건설 부문 등 모든 분야에서 막대한 손실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WSJ는 “이제 투자자들은 딱 한 가지에만 동의하는 것 같다”며 “(그것은) 더 많은 변동성이 나타날 것”이란 점이라고 했다.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서 긴축통화정책으로 선회하면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노던 트러스트 웰스 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케이티 닉슨은 “현재 가장 큰 위험은 인플레이션과 연준”이라고 말했다.

시장 붕괴가 가장 여실히 드러나는 분야는 가상화폐 시장이다. 비트코인은 이날 오후 기준으로 6월 한 달간 가격이 38% 넘게 떨어지며 사상 최악의 달을 기록했다. 시가 총액 기준으로 세계 2위 암호화폐인 이더리움은 같은 기간 약 47% 하락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비관론에 힘을 실었다. BofA의 내부 데이터에 따르면 암호화폐 활성이용자 수는 2021년 11월 100만명을 넘기면서 정점에 도달한 뒤 올해 5월 50만명 미만으로 절반 넘게 줄었다.

암호화폐 시장의 시가총액은 1조 달러 미만으로 주택 시장 43조 달러에 비하면 작은 편이나, 골드만삭스의 추정치에 따르면 미국 가정은 전 세계 암호화폐의 3분의1을 보유하고 있다. 퓨리서치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16%가 암호화폐에 투자·거래하거나 암호화폐를 사용했다고 답했다.

비트와이즈 애셋 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맷 후건은 앞으로 몇 년간 버틸 수 있다면 “시장 진입을 고려할 만한 매우 좋은 기회”라고 조언했다. 그렇지 않다면 가상화폐 투자를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주식 시장이 휘청일 것이란 무시무시한 전망마저 나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한 루비니 교수는 이날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공급 문제로 유발된 인플레이션은 스태그플레이션적이며, 따라서 통화정책을 긴축할 때 경착륙 위험이 커진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동시다발적인 글로벌 경기침체의 가능성이 높다고도 전망했다.

그는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주식시장이 “50% 가까이 추락할 수 있다”며 “현재 나타나는 반등은 저가 매수의 기회라기보다는 ‘데드캣바운스’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드캣바운스는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는 과정에서 종종 반짝 반등하는 상황을 나타내는 말이다.

하반기 비관론이 대세…희망, 아주 없진 않아

희소식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상반기에 주식시장이 크게 폭락한 후 하반기까지 하락세가 이어지지 않았다는 역사적 경험은 투자자들에게 안도감을 줄 수 있다. 다우존스마켓데이터에 따르면 1932년, 1939년, 1940년, 1962년, 1970년에 S&P500 지수는 상반기에 최소 15% 하락한 뒤 하반기에는 평균 24% 상승했다.

BofA가 6월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현재 펀드매니저들은 평균 대비 현금 포지션이 큰 반면, 주식 포지션은 작았다. 또한 매우 비관적으로 경제를 전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BofA는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시장이 “고통스럽게 과매도됐다”면서, 랠리를 위한 상황이 “무르익었다”고 했다.

하지만 비관론이 대세다. WSJ는 “인플레이션이 높고 차입 비용이 상승하고 성장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현재의 경제 환경이 시장에 열광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고 전했다. 6월에 WSJ가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향후 12개월 동안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은 44%로, 1월의 18%에 비해서 큰 폭으로 늘었다.

더구나 역사적으로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인상에 나섰던 경우 연착륙에 성공한 적은 드물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이 1980년대 이후 통화정책 긴축 주기를 분석한 결과 연준이 금리인상을 시작한 6번 가운데 4번은 경기침체에 빠졌다.

뉴욕 라이프 인베스트먼츠의 이코노미스트이자 포트폴리오 전략가인 로렌 굿윈은 “연준이 연착륙하기 위한 활주로는 좁을 뿐만 아니라 구불구불하고 울퉁불퉁하다”면서 경기침체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러한 환경으로 인해 수많은 가정은 이미 불경기처럼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그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알리안츠의 경제고문인 모하메드 엘 에리언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통제력을 되찾아야 한다. 현재 그는 통제력을 잃었다”고 말했다. “그(파월 의장)는 움직여야 한다. 움직이지 않으면 시장을 쫓을 것이고 거기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경고했다.

투자자들은 올해 남은 기간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얼마나 빨리 억제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결과 경제가 얼마나 둔화할 것인지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LPL파이낸셜의 수석주식전략가인 퀸시 크로스비는 “시장은 연준의 레토릭이 누그러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윤주혜 기자 jujusu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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