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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뉴질랜드 총리 "새 군사동맹 가입 안 해"… 오커스에 선 긋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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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군사동맹 필요 없는 세상 원해"

나토 회의서 ‘비핵화·평화 노선’ 강조

세계일보

지난 6월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막한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이동하던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취재진을 향해 미소를 짓고 있다. 마드리드=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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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에서 비핵화 등 평화주의 노선을 고수해 온 뉴질랜드가 ‘오커스’(AUKUS) 동맹에 가입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미국·영국·호주 3국이 결성한 오커스는 중국 견제가 목표인데 뉴질랜드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다만 뉴질랜드 야권은 남태평양 일대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거침없이 커지는 점을 들어 안보 강화를 요구해 관련 논쟁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6월 29∼30일(현지시간) 이틀 일정으로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여했다. 뉴질랜드와 마찬가지로 나토 회원국이 아닌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 호주의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와 함께였다. 앞서 나토는 이들 4국을 나토의 태평양 지역 파트너로 규정하며 특별히 정상회의에 초청한 바 있다.

아던 총리는 연설에서 “뉴질랜드가 나토 회의에 참가한 것은 새로운 군사동맹에 합류하기 위해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나토는 북대서양을 사이에 둔 북미와 유럽 국가들의 지역 집단안보 체제란 점에서 남태평양의 뉴질랜드가 나토 회원국이 될 가능성은 없다. 이 때문에 아던 총리의 발언은 지난해 새로 출범한 오커스에 뉴질랜드는 동참할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됐다.

외신 보도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미·영·호주 3국 정부가 오커스 결성을 발표하기 전 뉴질랜드 정부에도 사전에 통보하며 가입 의향을 타진했다고 한다. 당시 아던 총리는 “뉴질랜드는 태평양 국가로서 지역 이익의 관점에서 외교정책을 결정한다”는 말로 에둘러 부정적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뉴질랜드가 1980년대부터 일관되게 취하고 있는 비핵화 국론과 관계가 있다. 오커스는 핵무기 보유국인 미·영이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 건조기술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호주 해군의 잠수함 역량을 강화시켜 이를 통해 중국의 남태평양 진출을 견제 및 저지하려는 의도인 셈이다. 뉴질랜드는 1985년 동맹인 미국 해군의 핵추진 군함이 자국 항구에 입항하려 하자 이를 거부해 한때 미국과 관계가 험악해진 적이 있다. 이처럼 핵 자체에 반대하는 뉴질랜드로선 오커스과 함께할 명분이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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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던 총리는 나토 연설에서도 “뉴질랜드는 군사동맹이 필요없는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해왔다”며 “지금, 또 앞으로도 비핵화라는 우리 목표를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확인했다. 최근 북한, 이란 등의 핵무기 관련 동향을 의식한 듯 “특히 요즘처럼 핵무기 확산 경향이 심각한 때일수록 비핵화 추진이 더더욱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뉴질랜드 정치권 전체가 아던 총리를 지지하는 건 아니다. 지난해 뉴질랜드가 빠진 채 오커스가 출범하자 야당은 “전통적인 동맹들이 추진하는 오커스 논의에 뉴질랜드가 참여하지 못한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아던 총리를 비판했다. 야권은 남태평양 일대에서 중국이 패권적 의도를 드러내고 있는 만큼 뉴질랜드도 자체 안보를 강화하고 또 중국 견제를 위한 국제활동에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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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나토 정상회의장에서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오른쪽)와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이 환하게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마드리드=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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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나토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아던 총리가 1일(현지시간) 영국을 방문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국제사회에서 러시아 및 중국에 가장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특히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겨냥한 국제사회 제재를 주도해 온 영국은 뉴질랜드와의 안보 협력 강화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존슨 총리 측은 아던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 두 나라는 유럽과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전을 위해, 또 각국의 주권을 해치는 새로운 위협과 더욱 커지는 안보 불안에 맞서 공동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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