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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LG엔솔, 애리조나 투자 재검토가 악재? "선도업체의 협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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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JP모건 "원형 전지 수요·생산능력 변화 없어" 삼성증권 "애리조나 투자 검토는 LG엔솔 협상 지위 입증"]

머니투데이

/사진=머니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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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reaction to Arizona cylindrical re-evaluation'(애리조나 원통형 배터리 공장 재검토에 대한 과잉반응)

지난달 29일 JP모건이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해 낸 보고서 제목이다.

1일 오후 1시30분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은 전일 대비 1만4000원(3.77%) 내린 35만7000원에 거래중이다. 애리조나 공장 투자 재검토 소식이 알려진 지난단 29일 이후 3일 연속 내림세로 이 기간 13.0% 내렸다.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애리조나 원통형 공장 투자 재검토 소식이 알려진 이후 시장에서 주가가 연일 하락하자 증권가에서는 "과도하다"는 평가들이 나왔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결정에 대해 시장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들도 한켠에서 제기됐던 반면, 원통형 배터리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며 LG에너지솔루션이 과거 선제적 수주 확보보다 수익성 확보를 포석에 둔 전략 변화라는 해석들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우선 원통형 배터리 시장 전망과 LG에너지솔루션의 생산능력 계획, 시장 지위 등에는 이상이 없다는 판단이다.

JP모건은 "LG에너지솔루션은 원통형 전지 수요 약화를 전망하지 않고 있으며 2025년까지 생산능력을 목표 달성에 변함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며 "최근의 주가 하락은 매수 기회로 본다"고 밝혔다.

씨티그룹 글로벌 마켓 증권은 "이번 투자 재검토 발표는 인플레이션 압박에 따른 건설비 상승 때문"이라며 "우리는 (투자 재검토 발표가) LG에너지솔루션의 테슬라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시장 전망에 이상은 없으나 LG에너지솔루션이 오히려 최근 인플레이션 등으로 높아진 현지 건설비 등을 두고 자동차 회사들, 즉 고객사들과 협상에 나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 측이 1~2개월 후 구체적 투자 계획에 대해 재수립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기간 고객사들과도 적극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본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의 투자 재검토 소식에 대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인상된 원가를 판가에 전가하거나 투자비를 절감할 수 있는 생산설비 신설을 추구할 것"이라며 "실적과 수급 관점에서 7월이 저점이 될 가능성이 높고 이후 투자심리 개선이 예상되는데 이는 원료가 상승분에 대한 판가 전가 영역은 올해 2분기보다 3분기 및 4분기에 보다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이번 투자 재검토 결정은 '슈퍼 을(乙)'로서의 지위를 보여준 사례일 뿐만 아니라 향후 수주 전략에 있어 수익성을 놓치지 않으려는 중장기 방향성의 변화를 뒷받침한다는 해석들이 눈에 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수주 전략의 가시적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란 해석이다.

조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이) 과거와 달리 선제적 수주 확보 보다는 수익성 확보를 포석에 둔 전략 변화를 보여준다"며 "그만큼 선도 업체로서 협상력이 높아졌음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즉, 과거 완성차 업체 및 주요 고객 요구에 맞춰 수주경쟁을 벌이기 바빴다면 이제는 자체적으로 수익성, 생산성, 투자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속도조절에 나설 수 있는 위치에 섰다는 것이다.

실제 애리조나 투자가 1조7000억원(15GWh에 해당)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이긴 하나 LG에너지솔루션이 현재 진행중인 전체 글로벌 투자에 비하면 그 규모가 제한적이다. 이 공장은 테슬라를 롤모델로 하는 루시드, 프로테라 등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에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한 생산기지이자 LG에너지솔루션이 북미에 처음 짓는 원통형 전지 전용 공장이 될 전망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 등과 함께 북미에만 약 15조원의 투자를 진행중이고 2025년 기준 북미에서만 배터리 생산능력을 총 200GWh 갖추겠다고 밝혔었다. 이는 고성능 순수 전기차 300만대 생산 분량이다.

무엇보다 LG에너지솔루션이 1990년대 후반부터 25년간 원통형 배터리를 양산한 업력과 기술력을 보유중이란 데 이견이 없다. 최근 테슬라를 염두에 둔 지름과 높이를 키운 '4680' 원통형 전지 양산 계획을 밝힌 것도 LG에너지솔루션의 기술 및 양산 능력에의 자신감이 드러난 대목이다.

또 다른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권영수 부회장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취임 이후 LG에너지솔루션이 외형 확장 뿐만 아니라 수익성 강화도 함께 챙기는 방향으로 선회하기 시작했단 소문이 줄곧 있어 왔다"며 "LG에너지솔루션이 이익을 훼손할 정도의 출혈은 감내하지 않겠단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같은 전략 선회에는 권 부회장의 사업가적 기질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권 부회장은 평소 '좋은 때에도 배수의 진을 친다'는 지론을 가진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회사의 본질적인 가치나 이익과 관계된 부분이라면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사업가적 신중함을 기해 중장기 관점에서 회사에 해가 되지 않는 방향으로 끌고 나간다는 뜻으로 읽힌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도 최근 애리조나 공장 투자 재검토에 대해 "이번 결정은 경제환경 악화에 따른 투자비 급등으로 투자 시점 및 규모, 내역 등을 면밀하게 보겠단 의미"라며 "투자 백지화가 아닌 높은 수익성 확보를 위한 조치로 오히려 LG에너지솔루션 북미 시장 공략 및 미래 장악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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