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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노동자 고소한 연세대생들…집회를 보는 두 가지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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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제기 학생 "소음 때문에 정신적 피해"

전문가 "집회·시위는 원래 불편 초래하는 속성"

"노동자들 아닌 '해결 주체' 향해 목소리 내야"

아시아경제

연세대 신촌캠퍼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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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연세대 재학생들이 학내에서 집회 중인 청소·경비 노동자를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한 것을 두고 찬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집회는 타당하지 않다는 주장과 집회는 어느 정도의 불편을 동반하는 쟁의 활동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연세대 재학생 이모씨 등 3명은 지난 17일 서울서부지법에 김현옥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연세대 분회장과 박승길 부분회장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학내에서 열린 노동자들의 집회 소음으로 수업권을 침해 당했다며 수업료와 정신적 손해 배상 등 총 638만6000여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이씨는 지난달 9일에도 노조 측을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형사 고소했다. 또 사전 신고되지 않은 집회였다는 점을 들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장을 냈다. 자신을 고소인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1일 재학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연세대 에브리타임'에 "제가 고소에 이르게 된 계기는 시위 소음이 수업을 듣던 백양관까지 들려서"라며 "학생들이 낸 등록금으로 먹고사는 청소노동자들의 노조 활동으로 왜 학생들의 공부가 방해 받아야 하느냐"고 주장했다.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지난 3월28일부터 대학 측에 임금 인상과 샤워실 설치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어왔다. 노조 측에 따르면, 집회는 점심시간인 오전 11시30분부터 12시30분까지 1시간 가량 학생회관 앞에서 진행됐고, 40여 명이 참석했다.

일부 재학생들의 소송 제기에 노조 측은 당혹감을 드러냈다. 손승환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조직부장은 "학생들로부터 항의가 들어온 후 집회할 때 소음도 줄이고 앰프 방향도 건물이 아닌 다른 쪽으로 돌려서 진행하는 등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학생들과 싸우려는 의도가 아니다. 학교 측이 빨리 문제 해결에 나서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번 재학생들의 소송을 두고 시민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한 누리꾼은 "노동자들이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조금이라도 생각해 봤다면 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을까"라고 지적했다. 반면 또 다른 누리꾼은 "사회적 약자라도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시위는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비슷한 논쟁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장애인 단체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가 시작됐을 때도 불거진 바 있다. 휠체어를 타고 승·하차하며 열차 운행을 지연시키는 시위의 방식을 두고는 지금도 찬반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는 집회·시위의 속성에 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 소장은 "집회·시위는 그 자체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불편을 초래하는 속성이 있다"며 "성명을 내고, 기자회견을 해도 개선되지 않아 집회를 하고, 전철을 멈추고, 파업을 하는 상황으로까지 간다. 불편을 끼치지 않는 방식으로는 얘기해도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송을 제기한 학생들은 학습권, 교육권을 주장하는데 노동자에게도 노동권은 중요하다. 교육권과 노동권의 책임은 학교에 있다"며 "'시끄러우니까 말하지 마'라고 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보기 어렵다. 해결의 주체를 향해 권리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함께 내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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