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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윤일병 사건’ 8년 만에 ‘군인권보호관’ 출범…국방부, ‘군 사망 사건’ 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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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사망사건 발생시 즉시 통보…방문 조사

윤 일병 어머니 “수많은 아이들 군에서 떠나…

죽음 헛되지 말아야” 당부

출범 당일 ‘군 사망 사건’ 발생…국방부 통보


한겨레

1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군인권보호관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현판 제막식을 하고 있다. 왼쪽 세번째부터 신범철 국방부 차관, 송기춘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 박찬운 군인권보호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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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침해와 차별행위를 조사해 시정조치와 피해자 보호 등을 담당할 독립 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군인권보호관’이 출범했다. 출범 당일 국방부는 군에서 발생한 군인 사망사건을 통보해 곧바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은 1일 서울 중구 인권교육센터에서 열린 군인권보호관 출범식에서 “군인권보호관 제도가 출범한 건 그동안 군에서 발생한 수많은 인권침해사건 피해자들의 값진 희생의 대가로 얻어진 것임을 되새긴다”며 “군내 인권친화적 병영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014년 군에서 가혹행위로 숨진 ‘윤승주 일병 사건’ 이후 군 인권 문제를 전담할 독립적인 기구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됐지만 진척은 더뎠다. 지난해 5월 공군 비행단에서 성폭력 피해자가 사망한 ‘고 이예람 중사 사건’이 또 발생하자 군내 인권침해 근절 요구가 더욱 커졌고, 같은해 12월 인권위에 군인권보호관을 설치하는 법 개정이 이뤄졌다. 출범식에는 박찬운 군인권보호관 및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송기춘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과 더불어 고 윤 일병 어머니 안미자씨와 고 이 중사 아버지 이주완씨, 고 홍 일병 어머니 박미숙씨, 고 황 하사 아버지 황오익씨 등 군 인권침해 사건 유가족도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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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군인권보호관 출범식에서 고 윤 일병 어머니 안미자 씨가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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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일병 어머니 안미자씨는 “아들의 죽음을 계기로 (군인권보호관 출범이) 됐다는 말이 너무 슬프고 원통하지만 국회와 정부,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군인권보호관 설치를 힘주어 이야기한 이유는 우리같은 이들이 더이상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며 “이 자리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늘 마음에 새기고 일해달라”고 말했다. 신범철 국방부 차관도 “그간 군에서는 구타, 가혹행위, 성폭력 등 각종 부조리가 발생해 장병들 인권이 침해됐다. 국방부 공직자로서 송구하다”며 “군인권보호관과 협력해 후진적인 인권침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군인권보호관이 출범하자마자 인권위는 국방부로부터 군인 사망사건 발생 사실을 통보받았다. 인권위는 이날 늦은 오후 성명을 내 “군인권보호관 출범식을 개최하고 이어 제1차 군인권보호위원회를 진행 중 군인 사망사건 통보를 받았다”며 “인권위는 이 사망사건에 대하여 현장을 확인하고 유가족 지원방법을 찾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법에 따라 국방부 장관은 군인 사망 사건이 발생하면 인권위에 통지해야 한다.

출범식에 이어 군인권보호관에 대한 ‘1호 진정’ 사건도 접수됐다. 지난 2020년 8월 육군 6사단 소속으로 제초작업을 한 뒤 고열 증상을 보이다가 사망한 ㄱ일병 사건으로, 군인권센터가 첫 진정을 냈다. 앞서 군인권센터는 ㄱ일병이 한타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했다며 군의 부실한 의료체계와 안이한 초동 대응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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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군인권보호관 출범식에서 고 홍정기 일병의 어머니 박미숙 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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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을 접수한 군인권보호관은 군인권보호위원회 의결에 따라 군부대 방문조사와 진술 청취 및 자료 제출, 사실조회 등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특히 군 사망 사건이 발생하면 국방부 장관에게 통지를 받아 신속대응조사팀을 통해 즉시 출동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조기 개입을 강화했다. 진정 원인이 된 사실이 발생한 날로부터 1년이 지나면 사건을 각하하는 기존 규정과 달리 군복무 중 진정의 어려움을 고려해 1년이 지나도 군인권보호관이 조사할 수 있게 됐다. 같은 내용으로 재판이나 수사가 진행돼도 각하되지 않고 조사할 수 있다. 군인권보호관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군에 시정조치와 정책권고, 피해자 보호조치 등으로 피해자 권리구제에 나서게 된다.

다만 시민사회단체가 요구해 왔던 군 부대 ‘불시 방문 조사권’은 법 조항에서 빠져 해당 군부대 장에게 통지하고 방문하는 조사로 제한된다. 또 군인권보호관은 체포나 구인 등 강제수사 권한은 없지만 조사나 진술서 제출을 거부하면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없다는 한계도 있다.

이런 지적에 대해 박찬운 군인권보호관(군인권보호위원회 위원장)은 “방문조사권을 구체화하기 위해 시행령을 개정했다”며 “일반적인 방문조사는 3일 전에 군에 통지하되 긴급한 사안일 때엔 방문 12시간 전에 통지하고, 당일 방문이 필요할 경우에는 4시간 전에 통지하고 방문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또 수사 상황에서의 인권위 역할에 대해서도 “인권위는 비사법적 인권 구제 기관으로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진 않고, 조사 방법도 유연하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해 수사기관이 찾지 못하는 인권침해를 찾아내겠다”고 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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