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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美대법 "환경보호청, 온실가스 배출 규제 권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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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또는 의회서 권한 위임받은 기관이 규제해야"

낙태권 폐지 이어 또 바이든 정책 반하는 해석

바이든 '2030년 탄소 배출량 절반 감축' 타격 불가피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미국 연방대법원이 국가 최고 환경 규제기관인 연방환경보호청(EPA)의 온실가스 배출 제한 권한에 대해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놨다. 낙태권 폐지에 이어 또 한번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기조에 반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데일리

미국 연방대법원.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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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대법원은 이날 “미 ‘청정대기법’(Clean Air Act)에는 EPA가 석탄화력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하는 내용이 없다”고 해석했다. 9명의 대법관들 중 6명이 이같은 해석을 내놨고 3명은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이번 결정은 웨스트버지니아주 등 공화당 우세 주(州)들이 EPA의 규제가 주정부 권한을 넘어선다며 제기한 소송 과정에서 나왔다.

바이든 정부는 2030년 말까지 전국 온실가스 배출을 2005년 수준 대비 절반으로 줄이고 2035년까지 탄소 무공해 전력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가 입법이 아닌 규제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하겠다며 EPA에 관련 권한을 부여했고, 이후 EPA는 미 전역의 석탄화력발전소에 온실가스 감축을 지시해 왔다.

하지만 대법원이 이날 EPA에 규제 권한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존 로버츠 대법관은 판결문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한하는 것은 현재 기후위기에 현명한 해결책일 수 있지만, 이번 사건은 미국의 통치와 법에 관한 중요한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 이렇게 중요한 결정은 의회가 하거나 명확한 임무를 받은 기관이 해야 한다. EPA는 우선 입법부(의회)에서 그런 권한을 구체적으로 위임받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판결에 대해 “미 석탄 발전 기업이나 공화당에 유리한 결정”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의 친환경 정책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대선 유세 당시 기후변화 대응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걸고, 취임 이후에도 강력한 친환경 정책을 추진해 왔다.

백악관은 즉각 반발했다. 성명을 통해 “미국을 퇴행시키려는 파괴적인 결정”이라며 “공개를 깨끗하게 유지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는 정부의 노력을 훼손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법에 따라 부여된 권한을 사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후속 조치를 시사했다.

한편 이번 결정은 미 대법원이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데 이어 또다른 보수적 판결을 내놓은 것이어서 주목된다. 현재 미 대법원은 ‘보수 6대 진보 3’ 구도로 짜여 있다.

이 때문에 보수적 판결도 적지 않다. 지난 5월 27일 고등학교 스포츠 경기 뒤에 공개적으로 기도하는 것이 종교의 자유에 속한다는 판결을 내렸고, 같은 달 22일에는 종교색을 띤 학교를 수업료 지원 프로그램에서 배제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했다.

두 사례는 물론 낙태권 폐기 판결과 이날 EPA의 온실가스 규제 권한 무효 판결까지 모두 보수 성향 대법관 6명이 찬성하고,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이 반대했다.

이날 미 역사상 최초로 흑인 여성이자 진보 성향인 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이 정식 임명됐지만 보수·진보 구도는 그대로 유지됐다. 잭슨 대법관이 진보 성향인 스티븐 브라이어 전 대법관의 후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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