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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청년 소통 나선 여가부 장관, 딱 잘라 “여가부 폐지는 변함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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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숙 장관, 2030 첫 타운홀 미팅

남녀 가사분담 실태조사 잘못된 언급

“20대, 가사·육아 절반씩 한다”고 했지만

55%안팎 “여성이 주로”, 반반분담 40%대


한겨레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30일 저녁 서울 소공동 ‘로컬스티치’에서 ‘청년과 함께하는 타운홀 미팅’을 개최하고, 2030 청년들이 생각하는 젠더갈등 문제에 대한 원인과 대안을 함께 논의했다. 사진 여성가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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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 성평등 주무부처의 필요성, 사회적 소명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여가부) 개편 준비하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폐지가 아니라 성평등 관련한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고려해주시면….”(20대 남성 참가자)

“청년분들이 여가부 폐지에 대한 질문들을 직접 또는 은연중에 하셨는데 …여가부 폐지는 변함 없다 말씀 드리고요.”(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답정 (답은 정해져 있다의 줄임말) 여가부 폐지’로 끝난 자리였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적극적으로 추진 의지를 밝혀왔던 ‘청년과 함께하는 타운홀 미팅’이 지난 30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소공동 로컬스티치에서 처음 열렸다. 김 장관은 여가부의 역할로 젠더갈등 완화를 꼽으며 이를 위해 “남녀 모두 모여서 서로 이야기 나누고 듣는 소통의 자리 마련하겠다”(6월16일, 취임 첫 기자간담회)고 했다.

이날 2시간가량 진행된 행사에 2030 남녀 23명(여성 11명, 남성12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는 성평등문화추진단, 청소년특별회의 등 여가부와 기존에 직·간접적으로 협업했던 사람이 많았다.

자유로운 의견 개진과 토론이라는 타운홀미팅 취지와는 달리 행사는 다소 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사회자 지명을 받아 한 사람씩 의견을 개진하고, 이에 대해 김 장관이 간단하게 코멘트를 덧붙이는 방식이었다.

여성은 젠더폭력 불안, 남성은 역차별 불만 호소


참가자들은 일상에서 겪은 차별, 젠더갈등 경험을 나눴다. 여성 참가자들은 주로 불법촬영, 교제폭력(데이트폭력), 단톡방 성희롱 등 젠더폭력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했고, 남성 참가자는 여성만큼 자유롭지 않은 육아휴직, 남성에 대한 성별 고정관념, 군복무에 대한 빈약한 보상 등 각종 역차별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알바 하던 곳 공공화장실 벽에 못 구멍 같은 게 열몇개씩 항상 있어서 매번 막아왔는데, 다음날 오면 계속 뚫려 있더라고요. 알바하던 3개월 동안 매일 8시간 동안 생리 중에도 화장실을 못갔어요”(20대 여성 대학생)

“(군복무에) 최저시급 맞춰주는 적절한 보상 해야 하는 시점이 우리에게 도래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에 공약으로 나온 병사월급 200만원 지급 그런 것들이 굉장히 크게 작용한 것 같고….”(20대 남성 직장인)

참가자들은 남녀 공통으로 “‘젠더폭력’을 ‘젠더갈등’에 포함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20대 남성 참가자는 “폭력과 범죄를 젠더갈등에 포함시켜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 또한 누군가에게 폭력이 될 수 있다“며 “젠더갈등이라는 단어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급격하게 늘었다고 생각하는데 이 단어가 폭력, 범죄라는 단어가 쓰여야 마땅한 곳에도 쓰이고 있다. 구분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여성가족부에 대한 당부의 말들도 나왔다. 지역과 서울 간 성인지 감수성 격차 해소를 위해 여가부가 제 역할을 해달라는 요청도 성별을 가리지 않고 나왔다. 30대 남성 직장인 참가자는 “여성가족개발원 등 지역에 분포된 기관을 활용해 젠더갈등 해소하고, 성인지감수성 교육을 할 계획이 있느냐”고 물었고 김 장관은 “타운홀미팅을 지역에서 하는 방안도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다. 20대 남성 창업준비생은 “다양해진 가족 형태가 제도에 편입될 수 있도록 여가부가 앞장 서 고민해달라”고 했다. “미성년일때부터 정규과목으로 성평등에 대해 배우면 어떨까 생각한다”(20대 여성 대학생)는 발언은 박수를 받기도 했다.

장관 “2030은 가사·육아 반반 한다” 했지만, 사실과 달라


김현숙 장관은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타운홀미팅을 갖겠다고 했지만, 가장 핵심으로 꼽을 수 있는 여가부 존폐 문제에 있어서는 딱 잘라 답했다. 한 참가자가 성평등 부처가 여전히 한국 사회에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으나 김 장관은 “여가부 폐지는 변함 없다”고 일축했다. 사실과 다른 조사결과를 인용하기도 했다. 김 장관은 “최근 양성평등 실태조사를 보면, 20대 남성과 여성은 결혼하면 가사와 육아를 절반씩 한다고 되어 있다. 30대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여성이 약간 더 하는 편인데…실제 현실에서는 남녀가 잘 화합했을 때 그런 문제가 잘 풀어지더라”고 했다. 실태조사 결과는 김 장관의 발언과 다르다. 여가부가 지난 4월 발표한 ‘2021 양성평등 실태조사’를 보면, 19~29살 여성의 54.7%가, 남성의 56%가 ‘가사돌봄 부담을 전적(주로)으로 아내가 진다’고 답했다. 반대로 전적으로 남편이 진다는 응답은 여성은 0%, 남성은 3.5%였고, ‘반반 부담한다’는 응답은 여성 45.3%, 남성 40.6%였다. 남녀 불문 응답자 절반 이상이 ‘가사 돌봄 부담을 전적(주로)으로 아내가 지고 있다’고 답한 것이다. “가사와 육아를 절반씩 한다”는 김 장관의 발언은 사실이 아닌 셈이다. 이와 관련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김 장관의 발언은 2030 남녀의 가사분담이 이전 세대보다는 개선되었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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