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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청년들 ‘젠더갈등 과장돼있다’는데, 여가부 장관은 “폐지 변함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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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저녁 서울 소공동의 카페 로컬스티치에서 ‘청년과 함께하는 타운홀 미팅’을 열고 2030 청년들이 생각하는 젠더갈등 문제에 대한 원인과 대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여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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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합의된 부분은 결국 젠더갈등이 실제 겪는 것보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증폭돼 받아들여진다는 부분 같습니다. 아직 사회에 많은 고정관념이 남아있고, 젠더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젠더정책을 주관할 부처가 필요하고 그게 여가부라고 보입니다. 여가부가 여성편향적이라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이름을 바꾸거나 조직 개편을 할 수는 있겠지만 성평등 주무부처의 필요성은 아직 존재한다고 생각해요.”(20대 남성 대학생)

지난달 30일 저녁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서울 소공동 한 카페에서 연 ‘청년과 함께하는 타운홀미팅’에서 나온 이야기다. 이번 타운홀미팅은 김 장관이 “젠더갈등 해소의 첫 걸음”이라고 표현한 행사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걸은 여가부 폐지에 대해 김 장관은 줄곧 여가부가 젠더갈등 해소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탈바꿈해야 한다고 밝혀왔는데, 그에 관한 청년들 목소리를 듣겠다며 김 장관은 타운홀미팅을 열었다. 타운홀미팅엔 20대 여성 7명, 20대 남성 7명, 30대 여성 4명, 30대 남성 5명이 참여했다.

타운홀미팅에서 청년들은 성별 고정관념이 존재하고 그 해결이 중요하다면서도, 선거를 거치면서 SNS나 유튜브 등 매체를 통해 젠더갈등이 단순한 성별 대립으로 여겨지거나 현실보다 과장됐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20대 남성은 “젠더갈등이라는 단어가 대선을 앞두고 급격하게 늘었다”며 “그 과정에서 다양한 사례에서 젠더갈등이라는 단어가 쓰였는데 젠더갈등이라고 쓰여서는 안될 사례에서도 쓰였다”고 짚었다. 이 남성 청년은 “폭력과 범죄는 젠더갈등 범주에 포함시켜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그 과정 또한 누군가에게는 폭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30대 남성은 “경험이 부족해서 그런지 아직 젠더갈등을 경험하고 살지는 못했다”며 “젠더갈등이라는 취지로 자극적 목소리를 내는 유튜버들이 있는데,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지만 구독자가 늘면서 수위가 매우 높아졌다”고 했다. 그는 “결국 (유튜버들이) 영리활동을 하는 것인데, 대중들이 보지 않는다면 자극적 논리를 댈까 싶다”며 “어느 정도의 제재를 하는 게 건강한 사회를 위해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했다.

청년들은 ‘젠더갈등론’과는 별개로 현실 속에서 성별 고정관념으로 인해 겪는 어려움을 제기했다. 대학생이라고 밝힌 20대 여성은 “공학을 전공하는데 어떤 회사는 여자를 뽑지 않는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돈다”며 “취업을 앞둔 입장에서 걱정이 된다”고 했다. 다른 30대 남성은 “곧 아버지가 돼 직장에서 육아휴직을 알아봤는데 남자직원들 아무도 육아휴직을 생각하지 않았다”며 “인사담당자와 통화하면 ‘아내는 육아휴직 안쓰냐’ 또는 ‘집에서 도와줄 사람 없느냐’는 이야기가 먼저 나온다”고 했다. 그는 “한국사회에서 남자가 육아휴직 쓰기 어려운 분위기가 있지 않나 싶다”며 “젠더갈등이라기보다는 육아휴직을 누구든 더 쉽게 쓸 수 있는 노동환경이라면 좋겠다”고 했다. 불법촬영 등 성폭력 문제와, 군 복무에 따른 적절한 보상 문제도 언급됐다.

다른 20대 여성은 “젠더갈등이 발생하는 주된 이유는 여성이 얼마나 피해를 겪는지 공감대가 없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여성차별이나 젠더 불평등이 실존하고,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교육이나 인식 개선 캠페인으로 진행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또다른 직장인 30대 남성은 “젠더갈등이라는 말을 들으면 남녀간 대립으로 보는데, 실제로는 남자들끼리도 여가부 존폐에 대한 의견이 달랐다”며 “서로 이해하지 못해도 교류를 하면 다행인데, (온라인상에서) 대부분 모르는 사람들끼리 대립만하다 끝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했다.

김 장관은 “거대한 젠더갈등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충분히 대화하고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나 싶다. 서로 이해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모습이 나오는 것 같아 반갑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자리를 마련하기 전에 남녀간 인식 차가 크면 어떡할까 걱정했는데 그렇게 크지 않다”며 “안심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여가부를 폐지한다는 입장은 명확하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현재의 여가부는 폐지한다고 말씀드린다. 원칙은 변함 없다”며 “하고 있는 역할이나 기능은 없어질 수 없지만, 어떤 틀로 바꿀지 논의 중”이라고 했다. 여가부는 “이번 타운홀미팅처럼 청년들 의견을 생생하게 수렴할 수 있는 간담회나 2030 여성·남성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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