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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文의 인권보호관 '검사 무덤' 됐다…올해만 50여명 줄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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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22년 6월 29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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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검찰의 인권보호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일선청마다 신설한 인권보호관 자리가 검사들의 ‘유배지’로 전락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단행한 검찰 중간 간부 인사에서 인권보호관 등에 발령 난 부장검사 중 상당수가 사표를 던지면서다. 검찰 정기 인사 전후로 사직한 검사 수는 현재까지 50명을 넘었다.

지난달 28일 단행된 검찰 고검 검사급(차장·부장) 정기인사에선 국내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의 부장검사 34명 가운데 11명이 다른 지검 인권보호관이나 인권보호부장으로 전보됐다. 이들은 문 정부 시절 ‘친문’ 성향으로 분류된 이성윤(사법연수원 23기)·이정수(연수원 26기) 전 서울중앙지검장을 보좌했던 인물들이다.

이에 검찰 안팎에선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자리와 더불어 인권보호관 자리를 두고 ‘검사들의 무덤’으로 인식되고 있다. 인권보호관 제도는 2017년 8월 문 정부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일선 검찰청의 인권 관련 제도 개선, 인권 개선에 필요한 조사, 인권 교육, 심야조사의 허가와 시정 등을 위해 만들었다.

중앙일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인권보호관으로 발령 난 검사들은 속속 검찰을 떠나고 있다. 1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에서만 최선임 부장검사인 이선혁(연수원 31기) 형사1부장이 부산지검 인권보호관으로 발령받은 뒤 사표를 내 의원면직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 부장검사는 올해 4월 이른바 ‘채널A 사건(검언유착 의혹)’에 연루됐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검찰 수사 2년 만에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한 바 있다.

또한 대구지검 서부지청 인권보호관으로 전보된 이혜은(연수원 33기) 공보담당관, 제주지검 인권보호관으로 이동하게 된 임대혁(연수원 32기) 형사13부장, 청주지검 인권보호관으로 발령 난 류국량(연수원 31기) 공판1부장도 사표를 냈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나 인권보호관 자리 외에도 고등검찰청이나 지방으로 발령받은 검사들도 잇따라 “개인적 사정으로 검찰을 떠나게 됐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수원고검 검사로 발령된 최용훈(연수원 27기) 대검찰청 인권정책관, 창원지검 형사1부장으로 전보된 배성훈(연수원 32기) 대검찰청 형사1과장, 대구지검 형사1부장으로 이동하게 된 고진원(연수원 33기) 공정거래조사부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배 과장은 2017년 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한동훈 3차장검사, 양석조 특수3부장(현 서울남부지검장) 지휘아래 박근혜 정부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 사건 주임검사였다. 이후 영동지청장, 법무부 법조인력과장, 수원지검 형사4부장을 거쳤다. 고진원 부장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발한 삼성웰스토리 부당지원 의혹을 수사하던 중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5월 18일을 시작으로 6월 30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단행한 검찰 인사에서 검찰을 떠났거나 사의를 표명한 검사는 37명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에만 퇴직한 검사가 51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5년간 검찰을 떠난 퇴직 검사 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에 취임한 2019년 한 해 110명으로 가장 많았다가 2020년 95명, 지난해 79명으로 줄었지만 올해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4~5월 더불어민주당의 강력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추진한 데 이어 5월 10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뤄진 검찰 인사에 대한 반발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총장 직무대리인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이날 정기 인사에 따른 검사 전출 행사에서 “검사는 어느 지역, 어느 검찰청에서 근무하더라도 수사, 기소, 공판, 형 집행 등 하는 일이 같고, 검사라는 업의 본질은 달라지는 것이 없다”며“어려운 상황일수록 기본과 초심으로 돌아가서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모든 노력을 다해달라”라고 당부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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