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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센터장에게 묻는다] ① “코스피 하반기 2288~2763 전망…인플레·경기둔화·긴축에 증시 한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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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부터 증시에 불어닥친 한파가 올 하반기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 달 코스피지수는 1년 7개월 만에 2400선을 내주며 속절없이 무너졌는데, 이제는 2100~2200까지 떨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조선비즈는 지난 달 20일부터 24일까지 일주일 간 16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을 대상으로 하반기 국내 증시 전망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전문가들이 예상한 하반기 코스피지수 평균치는 2288~2763. 상반기 중 3316.08까지 올랐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부정적인 전망이다.

하반기 우리 증시에 가장 중요한 위험 요인으로는 경기 둔화 혹은 침체 및 기업들의 실적 악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등이 꼽혔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강도 높은 긴축 정책을 고수하는 한 경기 침체 위험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 “최악의 경우 2100까지…고점은 2700대 예상”

설문에 응답한 16개사 중 미래에셋증권 한 곳을 제외한 15개사가 하반기 코스피지수 범위(밴드) 전망치를 제시했다. 그 결과 하단 평균치는 2288을, 상단 평균치는 2763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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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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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 하단은 2200으로 전망한 증권사가 가장 많았다. 그보다 낮은 전망치를 제시한 곳은 KB증권이다. 경기가 침체된다는 가정하에 지수 하단을 2100으로 예상했다.

전망치를 보수적으로 제시한 증권사들은 하반기 유가증권시장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8~0.9배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코스피지수 2540이 PBR 1배에 해당된다. PBR 0.8배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만약 경기가 침체 상태에 빠지지만 않는다면 지수 하단은 PBR 1배를 웃돌 가능성이 크다. 현재 코스피지수의 밸류에이션은 지나치게 저평가됐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코스피지수는 당초 예상했던 밴드 하단을 밑돌고 있는데, 이는 극단적 비관이 시장 변동성을 지나치게 키웠기 때문”이라며 “경제 정책 환경의 변화와 펀더멘털(기초체력) 약화는 이미 지수에 충분히 반영돼있다”고 말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도 “5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쇼크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하는 것)을 계기로, 조기 경기 침체와 금융 시장의 와해 등 최악의 현실에 대한 극단적 공포와 과민 반응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PBR 대신 주가수익비율(PER)을 기준으로 지수 전망치를 제시한 증권사도 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과거 경기 둔화 우려가 컸을 때 코스피지수 저점의 PER은 8배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었다”며 “현재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이익 수준을 고려하면, 하반기 지수 하단은 PER 8.1배인 2200이 적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스피지수가 2400선에서 등락 중인 현 시점의 PER은 약 9배다.

지수 상단 전망치는 2700대가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박소연 신영증권 투자전략부장은 “경기 침체와 가계 부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이 힘을 얻으면 증시도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피지수가 3000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본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환율 효과와 인플레이션의 완화를 근거로 들었다. 박 센터장은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의 상승(원화 가치 하락) 효과로 수출 기업들의 실적이 성장할 것이며, 하반기 중 인플레이션이 피크아웃(정점을 통과)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16명 중 13명 “스태그플레이션, 임박했거나 곧 도래할 것”

하반기 우리 증시에는 복합적인 위험 요인이 병존할 전망이다. 높은 고물가 압력에 미 연준이 매파적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며, 이는 경기 둔화를 가속화해 스태그플레이션의 현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

설문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꼽은 위험 요인은 경기 둔화 혹은 침체, 기업의 실적 악화 가능성이다. 총 7명이 주요 리스크로 언급했다. 경기 둔화 및 침체는 5명이 위험 요인으로 꼽은 연준의 긴축 강화와 맞물려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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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동 본부장은 “미 연준의 긴축은 한국 증시의 펀더멘털(기초체력)과 유동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 상승에 따른 수요 위축으로 글로벌 경기가 둔화하면, 이는 우리 기업들의 수출 감소로 이어져 펀더멘털 약화를 낳을 수 있다. 동시에 전세계 유동성이 미국에 몰리게 되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 증시에서는 자본이 급속도로 유출될 우려가 있다.

김형렬 센터장은 “경기 침체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도 각국 정부의 공조 체계가 형성되지 않고 글로벌 교역 환경이 악화된다면, 이는 우리 경제와 주식시장에 가장 큰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준의 급속한 금리 인상은 가계 부채 문제를 심화할 수도 있다. 응답자 중 2명이 가계 부채의 증가를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최근 5년 간 우리나라의 가계 부채 증가 속도는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축에 속했다”며 “금리가 더 오르면 대손비용에 대한 부담이 더 커지고 소비 위축이 심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플레이션 역시 여전한 위험 요소다. 특히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이 함께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한다면, 우리 경제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응답자 중 6명이 인플레이션 압력과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언급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에너지 가격 고공 행진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은 스태그플레이션이 도래할 가능성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할까. 설문 응답자 16명 가운데 13명이 스태그플레이션이 임박했거나 하반기 중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유승창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전세계 경제가 1970년대 이후 스태그플레이션에 가장 가까운 상태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유 센터장은 “고물가 부담이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고 경제 활동을 둔화시키고 있다”며 “기업들도 고용과 투자에 보수적으로 대응하면서 경기 침체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 참여자들이 과거에 경험해보지 못한 공급·수요 발 물가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며 “특히 지금은 정치, 군사적 이슈가 있는 만큼 스태그플레이션의 현실화 가능성이 꽤 열려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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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의 '6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율은 5월(3.3%)보다 0.6%포인트 높은 3.9%에 달했다. 2012년 4월(3.9%)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사진은 지난 달 29일 서울의 한 식당 가격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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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동 본부장은 “블룸버그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2%가 향후 12개월 안에 경기 침체가 발생할 것이라고 답했는데, 1990년대 이후 12개월 내 경기 침체 확률이 40% 안팎이 되면 실제로 침체가 도래했다”고 설명했다. 오 본부장은 이달 중 발표되는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전분기 대비)이 마이너스라면 2분기 연속 역성장을 기록하게 된다며, 이를 경기 침체의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원자재 가격 급등과 공급망 차질로 인한 물가 상승은 통화 정책만으로 컨트롤하기 어려워,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큰 상황”이라며 “스태그플레이션이 전개되지 않으려면 물가의 빠른 피크아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하더라도 심각한 수준으로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윤지호 본부장은 “이번에는 경기 침체 정도가 심각하거나 기간이 길지 않을 것이며, 서브프라임사태 등과는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덧붙였다.

박소연 부장은 “과거보다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졌으나, 금융 시장에는 그 리스크가 이미 반영돼있으며 규제 완화, 증산 등 공급 확대를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며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인한 악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 한·미 기준금리 역전 현실로…“증시엔 별 타격 없어”

미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며 강도 높은 긴축에 나서고 있는 만큼, 한국은행도 이에 발맞춰 매파적 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이 나온다. 선진국의 금리 인상은 신흥국에서의 투자금 유출을 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문 응답자 16명 중 12명은 올해 말 미국의 기준금리(상단 기준)가 3.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연준이 지난 달 FOMC 이후 공개한 점도표(dot plot·연준 이사들과 연방은행 총재들이 예상하는 향후 정책 금리를 점으로 찍은 표)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연준이 제시한 올해 말 기준금리의 중간값은 3.4%다.

한국은행의 연말 기준금리는 2.5%나 2.75%에 달할 것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7명이 2.5%를, 6명이 2.75%를 점쳤다. 3%까지 오를 것이라는 소수 의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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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의 기준금리 역전은 이미 기정사실화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빠르면 이달 중 연준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각각 2.5%, 2.25%로 설정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금리의 역전 자체가 우리 증시에 심각한 타격을 주지는 않을 전망이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75~100bp(0.75~1%포인트) 안쪽이라면 외자 유출을 크게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진단했다.

박영훈 센터장은 “과거 2005~2007년, 2018~2019년에도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됐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이탈이 많이 일어나지 않았다”며 “이번에 다시 금리가 역전돼도 외국인의 수급 악화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김형렬 센터장도 “내수 경제 비중이 큰 미국과 달리 수출 경쟁력을 우선시해야 할 우리로서는 일시적인 금리 역전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며, 당연히 주식시장이 받을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 “4분기부터 채권 사야” vs “주식과 채권, 6대4로 보유”

하반기 중 주식과 채권의 투자 비중을 어떻게 조절할 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4분기부터 채권 비중을 높이라는 조언이 주를 이뤘다.

김형렬 센터장은 “경기 침체의 구체적 이유가 밝혀지고 나면 우량 채권에 대한 투자 확대가 먼저 이뤄질 것”이라며 “4분기부터 채권에 대한 관심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오태동 센터장도 “3분기까지는 물가와 통화 정책에 관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주식과 채권 둘 다 보수적으로 바라봐야 하나, 4분기에는 채권이 주식에 비해 리스크 프리미엄이 높아지며 투자 매력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채권의 비중은 점진적으로 늘리고 주식은 반등 시 천천히 정리할 것을 권했다.

주식과 채권의 비중을 6대4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하나증권, 키움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이 이 같은 ‘전통적’ 자산 비중을 권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 시점에서 주식·채권의 매매 타이밍을 가늠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주식 60%, 채권 40%의 비중을 유지하며 점진적으로 분할매수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윤지호 본부장은 “주식과 채권 모두 저점을 지나고 있어 6대4 비율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며 “기업가치에 비해 가격이 충분히 매력적인 기업들이 많은 만큼,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말고 주식을 중장기적으로 매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말쯤 주식 비중을 늘리라는 조언도 있었다. 박소연 부장은 11월 미국의 중간선거가 주식시장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한다면 셰일가스 등 에너지 규제의 완화 가능성이 커지며, 주식 투자 심리가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석모 센터장은 “올해 국내 기업들의 실적은 수출의 순항에 힘입어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며 “3분기 이후 불황에 강한 반도체, 2차전지, 자동차, 정유, 방산 업체들의 주식을 저가 매수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 설문에 참여해주신 분: 김영우 SK증권 리서치센터장,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현 다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박소연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부장,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유승창 KB증권 리서치센터장,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상 가나다순).

노자운 기자(j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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