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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신한라이프 자리 잡았지만, 'HR통합' 숙제"…성대규 대표의 씁쓸한 창립 1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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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그래픽=박혜수 기자 hs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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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성대규 신한라이프 초대 사장이 씁쓸한 분위기 속에 창립 1주년을 맞았다. 출범 이후 혁신적 경영 행보로 회사를 시장에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임금·직급체계(HR) 통합 지연으로 대대적인 반발에 직면해서다.

특히 신한생명 노조는 1일 오전 신한금융지주 앞에서 HR통합 협상 촉구를 위한 피켓 시위를 시작으로 첫 노조 총회를 개최한다. 총회 결과에 따라 직원 전체 파업이나 집회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사측 역시 긴장하는 분위기다.

◇'혁신'으로 시작한 첫 출발=신한라이프는 지난해 7월 1일 생명보험업계에 새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성 사장의 의지와 함께 공식 출범했다.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의 합병으로 총자산 71조5000억원을 갖춘 신한라이프는 업계 4위 생보사로 우뚝 올라섰다. 당시 당기순이익은 3961억원으로 업계 2위, 수입보험료는 약 7조9000억원으로 4위를 기록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업계 최초 버추얼(Virtual·가상)모델인 로지를 활용한 광고로 세간의 시선을 끌기도 했다. 로지는 MZ(밀레니엄+Z)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얼굴형을 모아 탄생한 22세의 가상 모델로 인스타그램 팔로워 2만명 이상을 보유한 인플루언서다. 이로써 신한라이프는 MZ세대에 젊고 혁신적인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성과를 거뒀다.

당초 계획보다 약 3개월 늦어졌지만 지난 5월 IT통합도 마무리됐다. 이를 바탕으로 신한라이프는 영업 시너지 강화와 시스템 고도화를 실현하고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힘쓰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헬스케어 자회사 '큐브온'을 설립하고 디지털 보험사로서의 첫 발을 내딛는 성과도 냈다. 신한라이프가 200억 원을 출자해 설립된 신한큐브온은 외부 출신 전문인력을 포함해 20여명 규모로 출범했다. 이로써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하우핏(HowFIT)'을 중심으로 MZ세대 고객을 끌어모으는 한편 기존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는 평을 받았다.

◇성 사장의 아픈 손가락 'HR통합'…여전히 지지부진=성 사장은 지난해 출범 초기 두 회사(오렌지라이프·신한생명) 임직원들의 화학적 결합을 도모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어 '공정한 기업문화'를 내세우며 공정성, 개방성, 협업 등 10가지 항목으로 된 조직 목표도 직접 꾸려 발표했다.

당시 성 사장은 현재까지 문제가 되고 있는 인사제도(HR)와 관련해서도 "작년 하반기부터 양사 인사 담당자가 모여 큰 틀을 만들었고, 이를 노동조합과 협의 중"이라며 "두 노조와 성실히 대화하고 타협해 인사제도의 조기 도입을 이끌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HR통합을 조기에 성사시키겠다는 성 사장의 당초 목표는 정반대로 흘러갔다. 통합 법인 출범 1년이 되도록 내부 갈등만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뻐야 할 출범 1주년이 내부 갈등을 외부로 폭발되는 첫 날이 돼버렸다.

앞서 HR통합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노조는 올해 초 노조원들이 참여한 신한라이프 HR통합 협상안을 투표에 부쳤다. 그러나 총 투표자 1234명(96.3%) 가운데 찬성 511표(41.4%), 반대 723표(58.6%)로 부결됐다. 오렌지라이프 직원은 75%가 찬성했지만, 신한생명 측 협상안 찬성률은 24%에 그치면서 두 회사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모습도 보여줬다.

HR통합이 늦어지면서 직원들은 성과급은 물론 연봉도 2020년 수준을 면치 못하게 돼 불만이 고조됐고, 같은 시기 신한생명 노동조합도 사퇴하는 등 내홍을 겪었다. 이에 따라 신한생명 새 집행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모든 HR통합 노사 교섭이 멈추기도 했다.

해체됐던 신한생명 노조는 4월12일 신임 위원장이 뽑히면서 다시 노사 교섭에 나섰다. 그러나 이미 부결된 협상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노조 측과 HR통합에 더 이상 쓸 재원이 없다는 사측의 입장이 대립하는 상황이다.

반면 신한라이프 HR통합안 협의체의 한 축인 오렌지라이프 노동조합은 통합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합으로 인한 총 보상금액이 기존보다 적지 않다면 사측의 요구를 수용해 직원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렌지라이프 노조의 경우 협의 실패 시 오렌지라이프와 신한생명 임단협을 합치는 작업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신한라이프 관계자는 "주 2회 이상 노조와 교섭을 진행 중이며 노사간 이견이 있긴 하지만 빠른 기간 안에 협상을 마무리하기 위해 성실히 교섭에 임하고 있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한편, 신한라이프는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5.6% 감소한 1524억원을 기록했다. 전분기 대비로는 1626억원 신장했다. 작년말 희망퇴직 비용 등 일회성 요인이 소멸하면서 보험 본연의 경쟁력인 보험영업이익이 1310억원 증가했고, 자산운용이익의 경우 유가증권 처분이익 증가의 영향으로 733억원 늘었다.

이수정 기자 crys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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