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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7조6000억 맡겼는데 ‘유사수신’으로 금지?…가상자산업계 “실효성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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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는 잇달아 가상자산(코인) 예치를 유사수신행위에 포함시키자는 내용의 법안들이 발의되면서 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모든 가상자산 예치를 유사수신으로 정해서 금지하는 것이 혼란을 일으키고 실효성도 크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투자자가 가상자산 거래소에 맡겨 놓은 예치금은 7조600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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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세가 나타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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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금융투자업계와 국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사수신행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예치한 가상자산의 전액 또는 이를 초과하는 가상자산을 지급할 것을 약속하고 금전 또는 가상자산을 받는 행위’를 유사수신행위 중 하나로 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는 유사수신행위에 포함되지 않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도 유사수신행위에 넣어 처벌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 골자다.

지난 23일에는 양정숙 무소속 의원도 유사수신행위에 금전 뿐만 아니라 가상자산을 조달하는 것을 포함하는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가상자산 예치를 유사수신으로 보고 원천 금지하겠다는 것이 발의된 법안들의 취지다. 유사수신행위는 인허가 취득이나 등록 및 신고를 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으로 현행법에서 금지돼 있다.

이렇게 되면 빗썸 등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에 맡겨놓은 예치금은 모두 불법 유사수신 행위의 결과가 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투자자가 업비트, 빗썸, 코빗, 코인원 등 4개 거래소에 맡겨 놓은 원화예치금은 7조6000억원이다.

국회에서 가상자산을 유사수신행위로 묶어 규제하려는 이유는 최근 루나·테라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루나·테라는 합산 시가총액이 50조원을 넘었다가 한 순간에 폭락해 사실상 가치가 없는 코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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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암호화폐 시세가 나타나고 있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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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강력한 규제가 큰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업계를 중심으로 나온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테라와 루나 사태 이후 사후약방문처럼 가상자산 유사수신행위에 관한 내용을 발의하는데 하나의 이슈에만 편승하는 식으로 입법이 돼서 아쉽다”면서 “제2의 테라 사태는 막아야 하겠지만 발의된 유사수신행위 법안이 확대 해석 돼 거래소들이 예치 서비스도 못하게 된다면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로 다 빠져나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예치를 막는다고 해도 해외 거래소에 예치는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유사수신 행위가 보통 고정된 이자와 원금 지급을 약속하면서 이뤄지는데 가상자산 예치는 고정된 이자를 약속하지 않는데 유사수신 행위로 볼 수 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서비스가 고정적인 수익을 제공하지 않고 리워드가 계속 바뀌는데 이를 유사수신으로 봐야하는지 의문이다”라며 “현재 가상자산에 대한 기본법도 없고 별도의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해당 법안들이 발의되는데 법이 통과되더라도 어디까지 적용할 수 있는지 모호하다”고 말했다.

일부 디파이 서비스로 이자를 제공하는 가상자산이 있지만 고정된 이자 지급을 약속한 것이 아니라 시장 상황에 따라 계속 지급액이 변하기 때문에 이는 유사수신과 성격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실제 테라폼랩스도 디파이 서비스인 앵커 프로토콜을 만들어 연 20%의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투자자들을 모았지만 실제 지급한 이자는 계속 변했다.

한편 현재 가상자산에 관한 기본법은 없는 상태다. 정부는 오는 10월 이후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국민의힘은 지난 23일 정책의원총회를 열어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제정 방향 설명과 함께 디지털자산위원회 설립을 주장한 바 있다.

김효선 기자(hyos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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