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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오수재·우영우·안나·유미'…여성 타이틀롤, 올여름 방송가 이끈다[SS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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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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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황혜정기자] 동시기 4개 이상 여성 ‘타이틀롤’ 드라마가 방영된 적이 있었을까. 2022년 여름, 여성 원톱물로 방송가가 뜨겁다.

타이틀롤이란, 주제역(主題役). 즉, 연극ㆍ영화ㆍ오페라ㆍ드라마 등에서 제목과 같은 이름의 등장인물을 말한다. 타이틀롤을 맡은 배우는 SBS ‘왜 오수재인가’ 서현진,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박은빈, 쿠팡플레이 ‘안나’ 수지, 티빙 ‘유미의 세포들2’ 김고은이다.

이전 여성 타이틀롤 드라마로는 MBC ‘대장금’의 이영애, ‘굳세어라 금순아’ 한혜진, ‘내 이름은 김삼순’ 김선아, ‘선덕여왕’ 이요원, KBS2 ‘황진이’ 하지원, KBS2 ‘천추태후’·JTBC ‘인수대비’ 채시라, MBC ‘제왕의 딸, 수백향’·tvN ‘또 오해영’ 서현진,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 김태희, JTBC ‘힘쎈 여자 도봉순’ 박보영 등이 있지만 동시기에 이렇게 여성 타이틀롤이 여러 작품 방영되기는 드물었다.

보통 타이틀롤은 주인공이 한명에 집중되는 원톱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롯이 홀로 극을 책임지고 끌고 나가야하는데 연기력 뿐만 아니라 대중적 인지도, 홀로 너무 튀지 않는 상대 배우와의 조화, 제작진의 신뢰, 성실성, 책임감 등이 필요하다.

여러 멋진 제목 중에서도 드라마 제목을 주인공 이름으로 정하는 이유도 명료하다. 그 ‘인물’에만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인물에 집중하면 그의 인생사와 아픔이 보인다. 시청자는 자연스럽게 타이틀롤 주인공의 서사에 감정이입하며 몰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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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왜 오수재인가’ 서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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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진이 연기한 ‘왜 오수재인가’는 텅 빈 가슴으로 성공만 추구하던 냉혹한 엘리트 변호사가 따뜻한 감정을 가진 변호사로 변모하는 과정을 담았다. 경쟁 사회 속에 살고 있는 오늘날의 시청자는 서현진의 오수재가 늘 꼿꼿하게 서서 스스로를 지키려 안간힘을 쓰다가도 혼자 남겨질 때 그의 상처를 엿보며 함께 아파한다.

선과 악을 뚜렷하게 나눌 수 없는 양면적인 인물임에도 시청자의 마음을 앗아간 서현진의 ‘왜 오수재인가’는 최고 시청률 10%를 넘기며 종반부를 향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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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A채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박은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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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빈이 연기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린다. 비록 천재적인 두뇌를 가졌으나 자폐에 사회초년생 신입이다.

로펌 로비에 있는 회전문을 혼자서 통과하지 못하는 영우는 “꽃부리 영(英)에 복 우(禑)를 쓰지만, 영리할 영(怜)에 어리석을 우(愚)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라고 독백하며 자책한다. 그러나 영우는 회전문 바로 옆에 미닫이 문이 있음에도 회전문에 도전한다. 시청자는 바로 이러한 지점에서 영우의 삶에 아파하면서도 응원하고 공감하게 된다.

아역배우 출신으로 올해로 연기경력 27년차인 박은빈은 지난 29일 공개된 첫 회에서 디테일한 눈동자·손가락 움직임까지 표현하며 단번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인생드라마로 회자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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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플레이 ‘안나’ 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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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지가 연기한 ‘안나’는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여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누구에게나 성공욕이 있기에 뜻하지 않게 허풍처럼 거짓말한 것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곤경에 처하는 인물의 사연은 시청자에게 남일 같지 않게 다가온다.

아이돌 가수 출신 배우 수지는 큰 도전을 했다. 인기스타 수지의 첫 타이틀롤 드라마라는 점에서 화제몰이를 했지만 그의 인지도가 전부는 아니라는 평을 받는다. 수지는 극중 유미와 안나, 두 개의 이름과 삶을 가진 인물을 맡아 그 양극단의 서사를 설득력있게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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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유미의 세포들-시즌2’ 김고은.



김고은이 연기한 ‘유미의 세포들’은 세포들과 함께 먹고 사랑하고 성장하는 평범한 유미의 이야기를 그린다. 원작인 동명의 웹툰을 포함해 이 ‘유미’라는 인물의 일상 생활 속에서의 수많은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해 ‘공감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유미가 애인과 사귀게 되고 헤어지는 과정, 새 애인을 만나게 되는 과정을 세포를 통해 섬세하게 표현, 시청자에게 마치 내 마음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김고은은 매회 유미의 다양한 감정 변화를 포착, 섬세한 연기력으로 표현해내며 내 친구이자 나를 대변하고 있다.

최근 방송중인 여성 타이틀롤 드라마에 대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30일 스포츠서울에 “드라마 주 시청층이 여성이기 때문에 여자 주인공이 메인으로 극을 끌고 나가는 현상은 드라마에서는 늘 있었던 경향”이라면서도 “요즘 나오는 특이성은 캐릭터가 과거와 다르다. 기성 시스템이나 틀 안에서 벗어나려는 캐릭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 여성들이 주인공이 나와도 주인공으로서 능동적으로 뭔가를 한다기보단 수동적 캐릭터가 많이 그려졌다. 또 능동적이라 하더라도 도발적인 느낌을 주는 캐릭터가 적었다. 선악구도에서 선하고 순한 여성캐릭터가 치우쳐있는 부분이 있었다면 요즘은 악한 캐릭터가 상당히 많이 나타났다”며 “그런데 그 악을 잘 들여다 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과 이해되거나 공감되는 부분들이 있다. 이것들을 통해 현실에서의 여성의 모습을 반추하게 만드는 게 달라진 면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et16@sportsseoul.com

사진 | 각 방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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