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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준석 비서실장 사퇴 파장…'형동생' 권성동·장제원 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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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국민의힘 의원.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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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이 30일 이준석 대표의 비서실장 자리에서 전격 물러나자 당내에선 크게 두 가지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가깝고, 윤 대통령의 소개로 비서실장직을 맡았던 박 의원의 사퇴를 두고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해석과 “윤 대통령과는 무관하게 벌어진 일”이라는 해석이다.

더군다나 박 의원은 이날 오전 사퇴 소식을 알리며 단 두 줄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했다. 그동안 도와준 분들께 감사하다”가 전부였다. 그가 쓰던 국회 본청 사무실 문은 종일 굳게 닫혀 있었다. 박 의원의 행방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의원실 보좌진은 “박 의원은 지역구인 울산에 있다. 서울에 올라올 계획은 미정”이라고만 답했다.

그러는 사이 당내에선 최근 박 의원이 주변에 괴로운 심정을 토로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회동 여부를 놓고 진실 공방이 벌어지는 듯한 모양새가 만들어지는 등 최근 대통령실과 이 대표 측이 멀어지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고뇌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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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장제원 의원이 대화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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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당내 시선은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 향했다. 박 의원의 사퇴가 “독자 행동 아닌 사전에 기획된 거사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당 안팎에 퍼졌기 때문이다. 이런 해석은 박 의원의 사퇴 시점에서 출발한다. 30일은 윤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첫 해외 순방지인 스페인에 머물고 있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위해 필리핀 현지에 있던 시점이다. 여권의 ‘빅샷’ 두 명이 국내에 없는 시기인 것이다.

윤핵관 중에서도 핵심으로 꼽히는 권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이 이날 침묵한 것도 의구심을 자아냈다. 지난 28일 필리핀 특사로 출국한 권 원내대표는 출장 첫날인 전날 페이스북에 글 5건을 연달아 올렸다. 하지만 이날은 글을 올리지 않았다. 전날까지 서울에 머물던 장 의원도 이날 오전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로 내려갔다.

이들의 침묵은 표면적으로는 당내 ‘윤핵관 대 이준석’ 갈등 전선 확대를 자제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익명을 원한 친윤계 의원은 통화에서 “대통령 순방 중에 너도나도 뛰어들어 당을 더 시끄럽게 만들어서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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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오찬 회동에서 이준석 대표,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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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를 바라보는 친윤 그룹 내 미묘한 시각차에 주목한다. 박성민 의원의 전격 사퇴에 대해 윤핵관 그룹이 같은 생각을 가진 건 아닐 수 있다는 해석이 있다. 그런 해석은 최근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이 대표 징계 문제를 다루는 데 대해 친윤계 의원들 사이에서도 크게 두 갈래의 목소리가 나오는 데서 비롯됐다.

윤 대통령과 가까운 한 의원은 “집권 여당 대표가 대통령 임기 초 성상납 문제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건 당은 물론 윤 대통령에게도 좋지 않은 일”이라며 “이 대표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하면 당장 대안도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윤핵관은 이 대표를 자꾸 몰아내려고 하는데 그게 정말 윤 대통령에게 도움이 될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 대표 조기 퇴진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이 대표가 당뿐 아니라 윤 대통령에게도 부담을 주고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다른 친윤계 의원은 “박 의원이 비서실장 사퇴 입장문을 왜 두 줄밖에 못 썼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적어도 ‘이 대표 행보에 동의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밝혔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에게 보다 직접적인 타격을 줬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친윤계 핵심 의원은 통화에서 “대통령 뜻을 잘 이해하고, 대통령을 전적으로 뒷받침하는 집권 여당이 돼야 경제·외교 등 당면한 위기를 효율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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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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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에선 이런 시각 차이가 서로를 “형”과 “동생”이라고 부르는 권성동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 사이에서도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와 정진석 의원이 갈등하던 지난 7일 이 대표 임기 문제와 관련해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당 대표 임기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자체가 적절하지 못하다고 본다”고 말한 이후 이 대표 임기 문제에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당내에선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를 인위적으로 몰아내는 걸 적절하다고 보지 않는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온다.

반면 장 의원은 이 대표로 인해 발생하는 당 내홍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최근 일부 언론에 “당이 뭐 하는 거냐. 대통령이 보고 무슨 생각을 하겠느냐. (당이 대통령에게) 부담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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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을 나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정진석 국회 부의장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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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사이 일부 의원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중진의원들이 현안간담회를 열었지만 여기서도 박 의원의 사퇴 문제를 비롯한 당내 갈등에 대해선 대화가 거의 오가지 않았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일부러 조심하려고 아무도 관련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국민들 보기에 부끄러운 건 사실인데 권한이 없으니 총대를 멜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준석 사태가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과 가까운 의원들의 생각도 서로 다른 것 같으니 답답한 마음이 든다”며 “도대체 윤심(尹心)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의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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