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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공조도 복원…'글로벌 중추국가' 尹 외교 방향타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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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안보 질서에서 한 지역의 문제는 그 지역만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고 글로벌 사회의 공통 과제가 돼 공동으로 대처해야만 풀어갈 수 있다. 한국의 글로벌 기여와 협력을 강화하겠다.”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차 스페인 마드리드를 방문해 16건의 외교 일정을 소화한 윤석열 대통령이 각국 정상들과의 회담 때마다 강조한 말이다. ‘글로벌 중추 국가’라는 비전을 세운 윤 대통령은 가치와 규범의 연대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역할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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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 컨벤션센터의 양자회담장에서 정상회담 시작 전 악수를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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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이 30일(이하 한국시간)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3박 5일간의 외교 일정을 마무리했다. 나토 동맹국ㆍ파트너국 정상회의 참석을 필두로 한ㆍ미ㆍ일 정상회담과 아시아ㆍ태평양 파트너국 4개국(AP4) 회동, 한ㆍ호주 정상회담을 비롯한 10건의 양자 회담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외교 일정을 통해 자신의 임기중 한국 외교의 방향타를 명확히 했다. 자유ㆍ민주주의ㆍ인권ㆍ법치의 가치를 공유하는 서방과의 연대를 강화해나가겠다는 것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현지 브리핑에서 “한국이 이번에 얻고자 했던 세 가지 큰 목표는 가치 규범의 연대, 신흥 안보 협력 강화, 글로벌 네트워크의 구축이었다”며 “셋 모두 충분히 충족됐다”고 자평했다. 김 차장은 “반도체, 차세대 배터리, 원자력 건설 등 세계적인 한국의 신흥 안보 기술을 국제사회가 미리 인정하고 협력을 제안해왔다”며 “30여개 이상의 국가 정상과 환담을 하고 편안하게 담소하면서 친분을 쌓은 것도, 5년간 정상외교를 잘 풀어갈 수 있는 첫 단추가 끼워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4년 9개월만의 한ㆍ미ㆍ일 정상회담을 통해 3각 공조의 틀도 복원했다.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지역 및 글로벌 문제 해결을 위한 3국 협력이 중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고, 북핵과 미사일에 대한 엄정한 대응도 재확인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의 자금원을 차단하기 위해 북한의 인물과 기관에 대한 제재 확대를 준비 중인 가운데, 한국과도 이 방안을 협의중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ㆍ미ㆍ일 정상회담에서 제재 방안을 논의하지는 않았지만, ‘북한 인물과 기관에 대한 제재를 확대하겠다’는 플랜이 준비돼 있는 것 같다”며 “나머지 추가 제재는 군사 사항도 많고 여러 가지 보안 사항이라 한미간에 협의는 해놓았지만, 지금은 말씀드리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회담의 가장 큰 의미는 한ㆍ미ㆍ일 안보 협력이 복원됐다는 것”이라며 “미 백악관에서도 ‘역사적이고 매우 성공적이었던 회담’이라는 평가를 전달해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기시다 총리와의 세 차례 대화를 통해 복잡하게 얽혀있는 한ㆍ일 관계의 매듭을 풀어갈 계기를 마련했다. 기시다 총리에 대해 “양국 관계를 발전시킬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됐다”고 한 윤 대통령의 인식대로, 양국은 내달 10일 일본의 참의원 선거가 끝나는 대로 관계 복원을 위한 실무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본 총리를 직접 만나면서 꽤 개방적이고 한국에 대한 기대가 크고, 잘 해보려는 열의가 느껴졌다”며 “바텀업(bottom upㆍ상향식)이 아니라 탑다운(top downㆍ하향식)의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정상끼리는 관계를 개선하려는 준비가 다 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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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과 방위산업에 중점을 둔 세일즈 외교에도 적극적이었다. 폴란드와의 정상회담이 대표적이다. 원전 건설 발주가 임박한 폴란드와의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한국 원전의 우수성을 홍보하는 책자를 직접 안제이 두다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5월 30일 폴란드 국방장관이 방한해 FA50, K2전차, K9자주포 등 우리 무기 체계를 실사한 바 있다”며 “양국 정상 간 심도깊은 논의가 있었던 만큼, 조만간 실질적인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네덜란드 정상을 만나 반도체 장비의 안정적인 공급과 투자 확대를 요청했고, 프랑스 정상과는 우주산업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외교 행보를 통해 적잖은 성과를 거뒀지만, 한ㆍ미ㆍ일 공조 회복과 서방과의 밀착에 반대급부로 따라오는 중국과의 관계 재설정이라는 난제도 떠안게 됐다. 중국은 한국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비쳐왔다. 윤 대통령은 나토 동맹국ㆍ파트너국 전체회의에서 “새로운 경쟁과 갈등을 구도가 형성되는 가운데 우리가 지켜온 보편적 가치가 부정되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고 연설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자유ㆍ민주주의ㆍ인권ㆍ법치에 기반한 가치 연대를 강조한 것은 권위주의 국가인 중국을 불편하게 할 수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ㆍ미ㆍ일 정상회담을 포함해 나토 동맹국들의 모든 연설에는 ‘국제사회의 보편타당한 가치와 규범, 합의를 존중하는 가운데 국제관계가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가 담겨 있다”며 “반중 노선이라기보다, 모든 나라가 룰(rule)과 법치를 거스르지 않아야 기본적인 협력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공감대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이번 외교 행보에 앞서 불필요하게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작업도 병행해왔다. 한ㆍ일과 호주, 뉴질랜드 등 나토 파트너국 간의 AP4 회담을 ‘회동’으로 격하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초 일본은 격식과 틀을 갖춘 AP4 회담을 주관해 중국을 견제하는 목소리를 내려 했다고 한다. 외교 소식통은 “아시아ㆍ태평양 국가의 좌장인 양 중국과 맞서는 모습을 연출해 국내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일본의 의도가 감지됐다”며 “한국 정부가 호주와 뉴질랜드 등과 조율해 회담을 회동으로 조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마드리드=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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