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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푸틴, 미국 ‘일극체제’ 깨뜨리는 “다극체제화는 불가역적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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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법률포럼 인사말에서

미 ‘일극체제’ 깨겠다는 전력적 인식 선보여


한겨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0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법률포럼에서 화상으로 인사말을 건네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타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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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현재 세계 질서가 일극체제에서 벗어나 “다극체제로 만들어져 가고 있으며 이는 되돌릴 수 없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세계 질서의 변화를 바라보는 푸틴 대통령의 ‘전략적 세계관’이 가감 없이 드러난 언급이라 눈길을 끈다.

푸틴 대통령은 30일 제10차 상트페테르부르그 국제법률포럼에서 공개된 영상 인사말에서 “최근 이곳에서 열린 국제경제포럼에 이어 다극화된 세계에서 법과 같은 주제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사실 현재 국제 관계는 다극체제로 만들어져 가고 있으며 이는 되돌릴 수 없는 과정이다. 이는 우리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고, 본질적으로 객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와 다른 많은 국가들의 입장은 이런 민주적이고 더 공정한 세계 질서(다극체제)가 상호 존중과 신뢰 위에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가 러시아와 같은 국가들에겐 공정하지 않기 때문에 러시아와 중국 등이 솔선해서 다극질서를 만들어 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나아가, 미국이 주도해온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허물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는 뜻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미국을 겨냥해선 “어떤 나라들은 국제 무대에서 그들이 우월성을 상실하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 부정의한 일극모델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그들이 규범에 기초한 질서라고 부르는 외피 아래서 그들은 세계적인 절차들을 임의대로 통제하고 지시하려 한다”고 꼬집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를 깨뜨리기 위해 유엔(UN), 주요 20개국(G20) 회의,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중국·인도·파키스탄 등 8개의 정회원국을 거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등을 통해 “관심 있는 국가들과 다극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실천하려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는 23~2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를 통해 현재 5개국인 회원국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후 이란과 아르헨티나 등이 가입 신청서를 낸 것으로 확인된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발언을 놓고 본다면, 다극체제를 지지하는 국가들의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11월 인도네시아에서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직접 참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그가 회의에 직접 나가면 지난 2월 말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서구 지도자들과 직접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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