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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피임 금지될라' 정관수술 급증…'낙태' 말만 꺼내도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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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주 임신중지에 대한 헌법적 보호를 철회하고 관련 규제를 각 주 재량에 맡기자 공화당 의원들을 포함한 임신중지 반대파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임신중지를 위해 주 경계를 넘는 것, 그리고 임신중지에 대해 말하는 것까지 단속할 수 있는 법안을 고안 중이다. 비기독교인들 사이에서 이번 판결이 기독교 보수파의 시각에 매몰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며, 논쟁은 종교 및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 1조까지 번지고 있다. 한편 대법 판결 뒤 향후 피임까지 제약될 것을 우려한 남성들의 정관수술 수요가 크게 늘었다.

29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주 대법원이 임신중지권 보호를 명기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뒤 미국 곳곳의 비뇨기과에서 남성들의 정관수술 수요가 3~4배 늘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플로리다주에서 비뇨기과 전문의로 일하는 더그 스테인이 24일 대법원 판결 뒤로 하루 4~5건이었던 정관수술 신청 건수가 12~18건으로 늘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스테인의 동료 존 커링턴은 이 매체에 정관수술을 신청하는 남성들의 "60~70%가 대법원 판결을 언급한다. 그리고 그들 중 일부는 향후 피임이 금지될 수도 있다는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의 의견에 대해 숙고하고 있다"며 판결이 정관수술 급증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아이가 없는 30살 미만의 젊은 남성의 정관수술 요청이 급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24일 대법원은 24주 이내 임신중지권을 보호한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는 결정을 내렸다. 판결 당시 토머스 대법관은 수정헌법 14조를 근거로 보장돼 있던 임신중지권을 폐지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같은 조항을 근거로 보장한 피임, 동성애 및 동성혼에 대해서도 재검토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매체는 정관수술 수요 증가가 이미 지난달 대법원의 해당 판결 초안이 유출됐을 때부터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로스앤젤레스의 비뇨기과 전문의인 필립 워스먼은 <워싱턴포스트>에 정관수술 상담이 "300~400%" 늘었다고 전했고 아이오와의 비뇨기과 전문의 에르가르 구아린은 정관수술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의 접속자수가 "200~250%" 늘어난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29일 정관수술을 예약한 플로리다주민 에릭 니시(29)는 여자친구와 그는 아이를 원하지 않아 최근 몇 년 간 정관수술을 고민했는데 이번 대법원 결정이 수술 신청에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플로리다주는 지난 4월 임신 15주 이후 임신중지금지법을 통과시켰다. 그는 향후 피임에 대한 접근도 제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여자친구가 임신에 대한 불안에 시달리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고 했다. 니시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우리가 후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신중지 '말하지도 말고 움직이지도 말라'

임신중지 반대 단체와 공화당 입법자들은 대법원 결정에 만족하지 않고 다른 주로 임신중지시술을 위해 이동하는 것까지 막는 입법을 고안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시카고에 기반을 둔 보수적 비영리 로펌 토마스모어소사어티가 주 경계를 넘어 임신중지를 한 여성을 도운 주민을 다른 주민이 고소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 초안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로펌은 이 법안이 준비되면 각 주 입법자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임신중지에 반대하는 공화당 주의원들의 모임인 전국기독교의원연합도 임신중지를 위해 주 경계를 넘는 것을 제한할 입법 모델을 만드는 중이다. 공화당 소속인 크리스티 노임 사우스다코타 주지사는 이미 지난 주말 현지언론 인터뷰에서 주 경계를 넘은 임신중지를 제한할 방안이 사우스다코타에서 논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9월부터 임신 6주 이후 임신중지를 금지한 텍사스주에는 이미 유사한 법이 존재한다. 임신중지 조력자까지 처벌하는 텍사스법은 임신중지를 위한 목적으로 이동하는 여성을 태운 운전기사까지 조력자로 처벌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차량공유업체 리프트와 우버가 지난해 9월 운전자들을 위한 법적 방어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을 정도다. <워싱턴포스트>는 현재 주 경계를 넘는 임신중지를 제한하기 위해 고안되고 있는 법안 모델 중 일부는 텍사스법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미 정부는 임신중지를 위해 주 경계를 넘는 행위를 제한할 수 없다고 못박은 상태다. 메릭 갈랜드 미 법무장관은 24일 성명에서 "헌법은 주 경계를 넘어 재생산 서비스를 받는 것을 금지하는 주의 권한을 계속해서 제한하고 있다. 근본적 헌법 원칙에 따라 포괄적인 재생산 의료가 금지된 주에 사는 여성이 그것이 합법인 주에서 진료받는 것은 자유"라고 말했다. 다만 <워싱턴포스트>는 주 경계를 넘는 임신중지를 막는 개별 주법들이 입안될 경우 추가적 소송을 야기할 것으로 예상되며 형사처벌이 아닌 민사소송일 경우 임신중지권 보호 단체의 대응전략 수립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우세인 주들은 임신중지를 위해 다른 주에서 이동하는 여성들에게 법적인 보호를 제공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앞서 캘리포니아주 등 서부 해안 3개 주는 임신중지와 피임에 대한 접근을 유지하고 다른 주의 임신중지금지법과 관련해 임신중지시술 당사자와 제공자들이 기소되거나 법적 책임을 지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코네티컷주도 지난 4월 코네티컷에서 합법인 임신중지와 관련해 다른 주에서 넘어 온 소환장 및 수사 요청에 응하는 것을 막았다.

임신중지를 위한 이동의 자유뿐 아니라 임신중지에 대해 말하는 표현의 자유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임신중지 반대 단체인 전국생명권위원회가 최근 각 주에 "전화, 인터넷 혹은 다른 통신 중개 수단"에 임신중지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임신중지를 돕거나 선동하는 것으로 보고 이를 처벌하는 모델 법안을 제안했다고 29일 보도했다. 개인의권리와표현재단의 법률국장 윌 크릴리는 매체에 "표면적으로 우리는 임신중지에 관해 말할 권리가 있다. 문제는 그 대화가 임신중지를 돕거나 부추겼을 경우 이를 규제할 수 있냐는 것"이라며 이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1조에 대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1975년 비겔로 대 버지니아 판결에서 임신중지를 조장하거나 알선하는 것을 금지하던 버지니아주의 한 매체가 임신중지가 합법인 뉴욕의 임신중지권 보호단체의 광고를 실은 것을 표현의 자유에 근거해 보호한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해당 광고가 단순 영리 목적이 아니라 공적인 중요성이 있는 사실을 담고 있다고 봤다.

그러나 당시 대법원의 판단이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마크 리엔지 미국가톨릭대 법학 교수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힌 뒤 새 법적 지형이 미지의 상태고 각 주가 어떤 법을 통과시킬지 거의 확신이 없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임신중지권 보호 단체 등은 관련 발언이 수사대상이 될 것을 우려해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SNS) 기업들이 이용자들이 임신중지에 관해 말하거나 공유한 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애초에 관련 정보를 제한적으로 수집하고 가능한 빨리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주법에 따라 관련 정보를 수사기관에 제출하더라도 제출 요청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워싱턴포스트>는 그러나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소셜미디어 및 기술기업들은 관련 요구에 제대로 응답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페이스북 쪽은 "우리는 이용자 정보에 대한 모든 정부 요청을 세심히 검토하고 종종 거부한다"는 형식적 답변만 내놨다.

비기독교인들 "대법 판결, 기독교 시각 강요한 종교의 자유 침해"

한편 카타르 방송 알자지라는 임신중지금지가 미국의 비기독교인 사이에서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플로리다의 유대교 신자들은 임신 15주 이후 임신중지를 제한하는 주법에 맞서 소송을 제기했다. 유대교의 율법학자를 뜻하는 랍비 배리 실버는 "유대교 율법에 따르면 생명은 수정이 아니라 출생부터 시작된다"며 "유대인 여성은 임신중지를 할 권리가 있다. 여성 자신의 정신 및 신체적 건강, 안전을 지키기 위한 임신중지가 필요하다. (임신중지금지) 주법은 유대인 여성이 율법을 지키지 못하게 한다"고 소 제기 이유를 밝혔다. 미 시민단체 무슬림옹호자들의 수메이야 와히드 수석정책고문은 알자지라에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기본적으로 그들의 종교적 입장을 법적으로 확립한 것"이라며 "이는 소수 종교인을 비롯해 그들처럼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완전한 침해"라고 말했다. 이슬람교에는 학파에 따라 임신중지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있으며 종교 차원의 단일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는 않다고 알자지라는 설명했다.

아시파 쿠라이시 란데스 위스콘신매디슨대 법학 교수는 이 매체에 텍사스 등의 임신중지금지 주법은 "모든 임신중지를 금지하는 특정 기독교인들의 시각에서 태동됐다"며 "생명이 수정부터 시작한다는 기독교 관점에 동의하지 않는 종교적 소수자인 많은 여성들은 기독교 우파가 입법권을 사용해 임신중지 및 제반 권리에 대한 그들의 시각을 강요하려 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프레시안

▲29일(현지시각) 미국 매릴랜드에서 임신중지권 보호 집회에 나선 한 참여자가 몸에 '내 몸, 내 선택' 이라는 글자를 새긴 채 행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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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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