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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 정치권 사퇴와 제명

‘친윤’ 이준석 비서실장 사퇴… 尹, 윤리위 앞두고 ‘李 손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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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치닫는 국민의힘 내홍

박성민, 尹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

尹 요청에 실장직… 李와 가교역할

“尹 의중이 실린 것” 분석 힘 받아

李, 7일 윤리위 심의서 중징계 관측

고립 가속화… 자진사퇴 압박 해석

李 “감당 못할 방향으로 달리면 돼”

세계일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30일 경북 경주 월성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맥스터)을 방문하기에 앞서 월성원전 홍보관을 찾아 현황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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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사면초가에 빠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 대표 간 가교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았던 ‘친윤’(친윤석열) 박성민 의원이 30일 당대표 비서실장직에서 사퇴하면서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와 ‘손절’(관계를 끊음)한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르면서 오는 7일 열릴 당 윤리위원회 심의에서 이 대표에게 중징계 처분이 내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오늘 저는 일신상의 이유로 당대표 비서실장직을 사임했다”며 “그동안 도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지난 3월 말 당대표 비서실장직을 맡은 지 3개월 만이다. 정치권에선 박 의원이 윤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만큼 그의 사퇴에는 ‘윤심’(尹心: 윤 대통령 의중)이 실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친윤 세력과 갈등을 이어가고, 성 상납 및 증거인멸 교사 의혹으로 거취가 불안정한 이 대표와 ‘거리 두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박 의원이 비서실장직을 맡은 데에 ‘윤심’이 작용했다는 평가는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박 의원은 이 대표의 비서실장직 제안을 고사하다가, 윤석열 당시 대통령 당선인이 직접 전화를 걸어 수락을 요청했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2014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로 대구고검에 좌천됐을 때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개인적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윤 대통령과 이 대표 사이에서 불편한 기류가 감지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최근 윤 대통령과 만찬 회동설을 놓고 대통령실과 진실게임을 벌였다. 이 대표 측이 회동이 있었다고 확인하는 듯한 입장을 보인 반면, 대통령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한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27일 윤 대통령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했을 때도 권성동 원내대표와 달리 공항에 나와 배웅하지 않았다.

세계일보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중진의원 현안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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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 그룹이 윤리위 심의를 앞두고 있는 이 대표에 대한 ‘고립 작전’을 펼치며 자진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정진석·배현진·장제원·김정재 의원 등 친윤 그룹은 이 대표를 연이어 비판하면서 이 대표를 코너로 몰아붙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표 역시 이들을 향해 “권력이라고 하는 것들을 그분들이 향유하고 싶은 것인지 잘 모르겠으나, 그러면 전당대회를 통해 하라”고 말하는 등 전면전을 불사했다.

친윤 그룹이 이 대표의 대표적인 정적인 안철수 의원을 끌어들이면서 이 대표에 대한 당내 압박 수위는 더 높아졌다. 안 의원이 장 의원 주도의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 참석하고, 장 의원은 안 의원 자리를 1열에 배치하는 등 대우한 게 대표적이다. 이 대표의 정치적 운명을 좌우할 윤리위 기류도 심상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우군이 없는 상황에서 중징계 조치까지 받을 경우 이 대표가 당대표직 임기를 채우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복잡하게 생각하나. 모두 달리면 되지. 그들이 감당할 수 없는 방향으로”라는 글을 올리며 당내 개혁을 통해 당 장악력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경북 경주의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 맥스터 현장을 시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페이스북 글의 의미에 대해 “저는 아무리 이런 것들이, 계속 정치적 사안이 발생해도 개혁의 동력은 이어나가야 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어 “특히 당의 지지율 추세나 정부의 지지율 추세 같은 것들도 최근 부침을 겪고 있는 걸로 보인다”며 “이걸 돌파할 방법은 작년 이맘때처럼 개혁에 박차 가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개혁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씀드린 것”고 덧붙였다.

박 의원의 비서실장직 사퇴에 대해선 “박 실장에게 어떤 상황인지 설명을 들었고 제가 박 실장의 뜻을 받아들이겠다고 해서 사임하게 된 것”이라며 “(윤심이 떠났다는) 해석은 가능하겠지만, 어제 박 의원과의 대화에서 그런 내용은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이 이날 이 대표에게 성 상납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를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진행한 데 대해선 “(경찰 조사에서) 나오는 얘기들이 100% 사실에 입각한 얘기는 아닐 거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김 대표가 수감 중인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찾아 접견 조사를 진행하고, “이 대표로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주선해주겠다는 말을 들었다”는 주장의 진위 여부를 물었다.

김병관·백준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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