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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효율화’ 내세운…공공부문 인력감축 태풍 몰려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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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한전 등 14곳 ‘재무 위험 기관’ 지정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 예고

‘인력 효율화·출자사 정리’ 국정과제

“인건비 삭감…취약노동자 타깃 예상”

우회적으로 공공 민영화 우려

정부지분 매각 민영화는 반발 커

‘민간 경합’ 명목으로 시장 열 듯


한겨레

기획재정부는 30일 최상대 제2차관 주재로 제8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재무위험기관 14곳을 선정했다. 사진은 30일 오후 서울 한국전력공사 서초지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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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

윤석열 정부가 5대 구조개혁 과제의 하나인 공공기관 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등 공공기관 14개를 ‘재무 고위험 기관’으로 지정한 데 이어, 경영 평가 제도 개편, 공기업 구조조정 등을 연이어 추진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런 조처가 공공 부문의 취약 노동자 감축, 공공 서비스 민영화 등으로 이어지리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기획재정부는 현재 새 정부 국정과제인 ‘공공기관 혁신 추진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종합 대책 형식으로 발표할지, 개별 과제별로 방안을 공개할지 아직 정해진 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향은 이미 예고됐다.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 담긴 “공공기관 스스로 인력 효율화”와 “출자회사 정리” 등이다. 국정과제 이행계획서를 보면 “공공기관 업무 중 민간위탁 가능한 업무는 위탁계약”으로 돌리라는 계획도 언급되고 있다. ‘공공기관 혁신’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공공부문 일자리를 줄이고 민간 시장으로 밀어내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예고한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도 결국 인건비 삭감으로 흐를 가능성이 커 보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출 구조조정이 세게 이뤄지리라 예상은 했지만, 그 이상으로 구조조정 압박이 큰 것 같다. 인건비 같은 경직성 예산도 손을 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상당수 기관에서 직고용이 아니라 자회사를 통한 전환으로 이뤄진 만큼 대대적인 ‘성과 뒤집기’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새로운 인력 수요에 대해서는 비정규직화가 우려될 수밖에 없고 기존에 전환된 업무도 마음만 먹으면 재외주화가 가능하다”며 “공공부문 내 질 좋은 일자리의 인건비를 깎기는 어려우니 결국엔 공공부문 안에서도 가장 취약하고 불안정한 노동자들이 타깃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서울시에서는 이런 우려가 현실화할 뻔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지난해 6월 서울시는 서울교통공사노조에 ‘2천명 구조조정’ 방안을 제시했다. 근무제도 개선 등으로 1500명 이상 인력을 축소하고 430여명은 자회사 등에 위탁하는 방식이었는데, 위탁 대상에는 운행 중인 차량이 고장 났을 때 수리하는 차량기동반 등 안전업무도 포함돼 논란이 됐다. 2008년 서울시가 지하철 스크린도어 수리업무를 외주화하면서 2016년 ‘구의역 김군 사망사고’를 불러왔다는 사회적 반성을 외면하는 처사였기 때문이다. 당시 노조가 파업을 강행하려 하자 공사 쪽이 구조조정안을 일단 철회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효율화’라는 이름으로 우회적인 방식의 공공부문 민영화가 진행될 우려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민영화를 직접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국정과제 곳곳에서 민영화의 발판이 될 수 있는 정책들이 등장한다.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의 ‘공공기관 혁신’ 분야에서도 첫번째 내용으로 “공공기관 기능성 테스트를 통해 민간부문과 경합하는 부분에 대해 조정 또는 조직 효율화 추진”을 언급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사회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 신설 최소화’와 ‘민간 주도 사회서비스 혁신’을 외치고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가 우회적이고 점진적인 방식으로 공공부문 민영화의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공공기관 민영화로 민심을 거슬렀던 것에 대한 학습효과 탓이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다른 나라는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정부지분 매각 방식의 민영화는 시민들의 반감이 크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에서는 점차 시장을 열어서 기업이 잠식하도록 하는 방식의 우회적인 민영화를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며 “게다가 국회 의석 상황 탓에 윤석열 정부에서 다른 부문의 개혁 추진이 쉽지 않기 때문에 공공부문에서 보여주기식의 성과를 내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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