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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클라이번 최연소 우승' 임윤찬 "피아노만 치며 살았다...달라질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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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앞에서 임윤찬은 섬세하고 열정적이다. 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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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피아니스트 임윤찬(18, 한국예술종합학교)을 향한 전 세계의 반응이 뜨겁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한 임윤찬에게 쏠린 관심은 신드롬에 가깝다.

콩쿠르 결선곡에서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연주 영상은 10일 만에 350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다른 연주 영상들도 조회수 100만 조회수를 넘으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2015년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조성진을 떠오르게 한다. 한국 천재 피아니스트의 놀라운 실력에 전 세계 클래식 팬들이 환호하고 있고, 클래식을 잘 모르는 이들도 임윤찬에 주목할 정도다.

임윤찬은 지난 19일 폐막한 제16회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현대곡을 가장 잘 연주한 경연자에게 주는 신작 최고 연주상, 클래식 팬 3만명의 투표로 결정되는 청중상까지 휩쓸며 3관왕에 올랐다. 30일 서울 서초구 한국예술종합학교 이강숙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임윤찬은 이런 관심이 쑥스러운 듯 "콩쿠르에서 우승했다고 실력이 더 늘어난 것은 아니다. 달라진 건 없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만 18세에서 31세까지 출전 가능한 이 콩쿠르에서 임윤찬이 우승하면서 1962년 시작돼 6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이 대회 최연소 우승자가 됐다. 4년 주기로 열리는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2021년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1년 연기됐다. 직전 대회인 2017년에는 선우예권이 이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임윤찬은 압도적인 실력으로 콩쿠르 내내 주목 받았다. 온라인으로 중계된 준결선에서 선보인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 전곡과 결선에서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은 콩쿠르 전체에서 큰 화제가 된 무대로 꼽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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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찬은 콩쿠르 우승으로 달라질 건 없다고 했다. 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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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가릴듯 이마를 덮은 긴 앞머리에 검은 슈트 차림의 소년미 넘치는 모습으로 등장한 임윤찬은 간담회에 앞서 스타인웨이 피아노 앞에 앉아 스크랴빈 전주곡 op.37 1번과 소나타 2번 1악장을 연주했다. 임윤찬은 서정적이면서도 격정적인 아름다운 선율을 섬세한 감정선으로 선보여 감탄을 자아냈다.

임윤찬은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현지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제 꿈은 모든 것을 다 버리고서 그냥 산에 들어가서 피아노와 사는 것"이라며 "그러면 수입이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이다. 커리어에 대한 야망은 0.1%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우승 후 열흘 가량이 지난 지금도 임윤찬은 그대로였다. 임윤찬은 "여태 피아노만 치며 살아왔다. 지금도 저는 달라진 게 없다"면서 "콩쿠르에서 우승했다고 제 실력이 더 늘어난 것이 아니다. 더 연습하고 노력하겠다"고 담담히 말했다.

전세계 클래식 팬들의 감탄을 자아낸 콩쿠르 연주에 대해 묻자 "콩쿠르 기간 유튜브와 구글 등을 모두 지우고 지냈다"면서 "사실은 지금도 제 연주를 제대로 안들어봤다.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태껏 피아노만 치면서 살아왔다. 앞으로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선생님과 상의하면서 앞으로의 일들을 결정하고, 곡을 배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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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찬(왼쪽)과 스승 손민수. 제자는 겸손했고, 스승은 신뢰했다. 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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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임윤찬을 12살 때부터 지도해온 스승 손민수 한예종 교수가 함께했다. 손민수는 "앞으로 본인의 선택으로 개척해 나갈 것이다. 존경하는 선배 음악가들에 자문을 구해야 하지만 모든 발걸음이 본인의 선택으로 이뤄질 것이다. 전적으로 믿고 지켜보고 싶다"고 응원했다.

임윤찬이 준결선에서 연주한 리스트의 초절기교(超絶技巧) 연습곡은 연주하기 까다롭기로 꼽히다보니 실수 한 번이 당락을 가르는 콩쿠르에 적합한 곡은 아니다. 그러나 임윤찬은 전곡을 연주하며 클래식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임윤찬은 "사람들의 머릿 속에서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이라는 곡은 굉장히 기교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한다. 초절기교라는 이름이 위협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면서 "손민수 선생님이 레슨마다 강조하신 것은 어려운 테크닉을 넘어서 다시 음악으로 되돌아오는 순간이 '초절기교'라는 것이었다. 그걸 생각하면서 연습했다"고 말했다.

손민수는 "'초절기교 연습곡'의 원제목에는 초절기교라는 말이 없다. 'Transcendental Etude', 뭔가를 넘어서고 초월한다는 의미다. 그만큼 너무 어렵다"고 설명하며 "한국 음악가의 뛰어남은 더이상 뉴스가 되지 않는 것 같다. 큰 콩쿠르에서 우승하는 한국 음악가들은 굳이 이름을 대지 않아도 너무 많다. 이번 콩쿠르에도 너무나 많은 훌륭한 피아니스트들이 있음에 감동했다"고 흐뭇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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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클레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임윤찬. 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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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찬은 한국영재교육원을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재학 중이다. 일각에서 한국 음악 영재 교육이 꽃을 피운 결과라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임윤찬은 지난 2020년 금호아트홀에서 리스트의 '순례의 해 2년 이탈리아’ 전곡을 연주했다. 당시를 떠올리며 "마지막 곡이 '단테 소나타'였다. 누구든 이 곡을 이해하려면 단테의 '신곡'을 읽어야 한다. 여러 출판사에서 나온 책을 구입해서 읽어봤다. 책 전체를 외우다시피 읽었다"고 말했다. 단 한 곡을 위해,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난해하기로 정평이 난 '신곡'을 달달 외울 정도로 읽은 것. 천재적 재능에 노력까지 겸비한 피아니스트 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스승 손민수는 "이미 피아노 안에서는 도사가 된 것 같다"면서 "앞으로 음악적 지조를 잃지 말고, 누가 흔들어도 흔들리지 않는 피아니스트가 되길 바란다"고 애정으로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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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찬의 신들린 연주. 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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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조성진'으로 불리는 임윤찬이지만 누군가 자신을 롤모델로 삼는 것은 지양해 달라고 했다. "저보다 어린 훌륭한 피아니스트 동생들 중 저를 롤모델로 삼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더라. 저보다 더 훌륭한 전설적인 피아니스트를 롤모델로 삼는 것이 좋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미국 콩쿠르에서 우승한 임윤찬의 다음 무대에 벌써 기대가 모아진다. 어떤 콩쿠르에 참여할 예정인지 묻자 임윤찬은 "반 클라이번 콩쿠르가 끝난지 1~2주 밖에 안됐다. 다음엔 어디에 나갈지 아직 말씀드리기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손민수는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신기하고 감사하다"면서 "유럽 무대에서도 초청이 오고 있다. 곧 유럽 무대에서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임윤찬은 반 클라이번 우승 특전으로 오는 7월 북미 지역에서 투어를 시작한다. 싱가포르, 홍콩, 대만을 포함한 아시아 투어는 11월 중 진행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12월 10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1회 리사이틀이 개최된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선보인 연주곡들로 프로그램이 구성될 예정이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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