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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같네, 이커머스 ‘레벨제’…“성과 달성했으니, 승진 요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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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 ‘게임화 레벨제’ 파격 인사 실험

롯데온·쿠팡도 성과 기준 인사제 시행

“무임승차 줄어”vs“과다 경쟁” 분분


한겨레

티몬 등 이커머스 기업들이 성과 중심의 새로운 인사제도 ‘레벨제’ 도입에 앞장서고 있다. 사진은 장윤석 티몬 대표가 온라인에서 임직원들과 소통하고 있는 모습. 티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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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상거래(이커머스) 기업들이 직무 성과에 따라 등급을 부여하는 ‘레벨제’ 인사제도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이커머스 간 출혈 경쟁으로 실적 개선 압박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일에 대한 동기 부여를 높여 성과를 끌어올리자는 취지로 보인다.

티몬은 1일부터 거점·공유오피스 등에서 자유롭게 근무할 수 있는 ‘스마트 원격 근무제(스마트 앤 리모트 워크)'와 성과에 따라 매달 연봉이 인상될 수 있는 ‘게임화 레벨제'를 실시한다고 30일 밝혔다.

게임화 레벨제는 경험과 성과로 연봉이나 승진 여부를 결정하는 미국 실리콘벨리식 스타트업 인사제도를 발전시킨 형태다. 기존 레벨제에 게임 요소를 적용해, 직원이 경험치나 특정 성과를 달성하면 레벨이 오르고, 다음달 오른 레벨에 따라 급여 인상과 승진 등을 요구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레벨은 프로·엑스퍼트·마스터·리더 등 큰 등급에 세부 숫자 레벨로 매겨지는데, 이미 달성한 레벨이 떨어지지는 않는다는 게 티몬의 설명이다.

이커머스 업계에선 치열한 생존 경쟁이 레벨제 도입을 견인했다고 분석이 나온다. 온라인부문 사업 확장에 힘을 쏟고 있는 롯데는 올해 초 이커머스 사업부에 한정해 ‘커리어 레벨제’를 도입했다. 기존 대리-책임-수석 등 수직적 직급제를 없애고, 팀장과 팀원 직책으로 역량에 따라 8단계 레벨을 부여한 게 골자다. 반년 동안 레벨제를 경험한 직원들은 “빠르게 대응해야 할 온라인 사업 특성상 의사 결정이 빨라지고, 직급에 안주하는 무임승차자가 줄어든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아마존식 사업 모델을 가져온 쿠팡은 국내 사업 초기부터 직급 대신 1~12단계 레벨을 부여하는 레벨제를 시행했다. 대체로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직군은 1~3단계이고, 본사에서 근무하는 평직원은 4~6단계, 임원은 7단계 이상이지만, 성과에 따라 팀원이 팀장보다 레벨이 높아질 수도 있다. 카카오도 역량 평가를 통해 직원을 6단계 등급으로 나누고, 네이버도 기술직군에 3~7등급을 부여하는 인사제도를 시행 중이다.

기업들은 개발 직군이 다수이고 변화 속도가 빠른 온라인 사업의 특성상 레벨제가 적합하다고 본다. 프로젝트 단위로 움직일 때 연차에 상관없이 수평적으로 업무 협조를 요청할 수 있고, 성과에 따라 더 높은 연봉으로 보상할 수 있어서 유능한 개발자를 끌어오는데 더 적절한 제도라는 것이다.

다만, 과도한 내부경쟁 유발 우려도 나온다. 출혈 경쟁으로 적자 폭이 커지는 이커머스 경영 환경에서 성과에만 너무 집중하면 지나친 경쟁과 팀워크 악화 같은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이커머스 관계자는 “레벨제를 도입하기 전 직원들 사이에서 경쟁 심화 등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나왔다”며 “레벨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협업과 조직 기여도 등 다양한 평가 지표를 만들어 성과주의에 치우치지 않게 제도를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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