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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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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나의 해방일지’ 보니 수도권 출퇴근자도 서울시민···교통 불편 없도록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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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와의 동행’ ‘도시 경쟁력 강화’로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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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9일 서울시청 6층 시장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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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8기가 출범하는 1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 종로구 창신동 쪽방촌을 현장 방문하는 것으로 ‘최초 4선 시장’으로서의 공식 일정을 시작한다. 당초 취임식을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약자와의 동행’을 주제로 개최하기로 했으나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 대비 등을 이유로 취소했다. 대신 온라인을 통해서만 취임사를 발표한다.

오 시장은 지난 29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민선 8기의 서울시정 철학에 대해 ‘약자와의 동행’과 ‘도시 경쟁력 강화’라는 두 축을 강조했다. 그는 “어느 도시든 결국 그 두 가지가 중점사항이 될 것”이라며 재임 기간 중 서울을 세계 5대 도시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약자와의 동행지수’ 연말에 나올듯


그는 지난해 시장으로 복귀한 직후 2030년 서울 미래상을 담은 ‘서울비전 2030’부터 발표했다. 서울 도시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마스터플랜이다. 그는 실현 방향으로 상생도시·선도도시·안심도시·미래감성도시를 내걸었다. 오 시장은 “맨 앞에 내세운 상생도시는 약자와의 동행 혹은 복지이고, 뒤에 있는 3개는 매력 증진을 통한 도시경쟁력 제고”라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약자동행특별시’를 이번 지방선거 1호 공약으로 내걸었다. 오 시장은 최근 ‘약자와의 동행지수’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약자와의 동행지수는 대규모 개발사업을 할 때 환경영향평가 등을 하는 것처럼 서울시 모든 정책의 사업계획 수립 단계부터 저소득층 위주로 들여다보고 계층이동 사다리 복원 효과가 큰 사업에 예산을 우선 부여·배정하는 개념이다. 이전에 없던 지수인 만큼 서울시는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개발 논의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연말 예산 수립 전까지는 지수 개발을 마치는 것이 1차 목표다.

오 시장은 얼마 전 한국행정학회 학술대회에서 기조강연자로 나서 약자와의 동행지수 개발을 공식 제안했다. 그는 “다들 관심 있어 했다. 조만간 피드백이 있지 않을까 싶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SH 본업은 임대주택 건설 및 관리”


생계·주거·교육·의료 분야에 걸친 ‘취약계층 4대 정책’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이들 정책은 하후상박형 복지제도인 안심소득 시범사업, 고품질 임대주택, 저소득층 자녀 대상 무료 온라인 교육 플랫폼 서울런, 동남권 시립병원 신축과 같은 공공의료 확대 등이 핵심이다.

일각에서는 고품질 임대주택을 두고 임대료 상승에 따른 취약계층 소외 등을 우려한다. 그러나 오 시장은 “불필요한 기우다.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별 걱정을 다 한다’ 싶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서울주택공사(SH)는 앞으로 새 집을 짓는 재개발·재건축이 본업이 아니다. 서울에는 빈 땅이 없어서 집을 짓지 못한다. 임대주택을 짓고 관리하는 게 본업이 됐다”면서 “경제적 취약계층에게 어떻게 저렴하면서 더 좋은 주거의 질을 누리면서 살게 해주느냐가 SH공사 존립 이유”라고 말했다.

재원 마련과 관련해서는 “장기전세주택은 20년 계약 기간이 지나면 모두 팔 수 있다. 2~4년 뒤 고품질 임대주택을 공급할 때는 팔 수 있는 장기 전세주택 물량이 나온다. 돈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공급한 장기전세주택은 약 3만3000가구다. 이들 주택 가격을 시세로 추정해 합산하면 약 32조1067억원에 이른다.

“물가 관리, 올릴 걸 안 올리는 게 옳은 방향”


오 시장은 최근 각종 물가가 오르고 있지만 서울지하철과 시내버스 요금 인상 계획은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서울의 경우) 대중교통 요금을 올린지 7년이 돼 언제 올려도 어색하지 않다. 더구나 물가가 오르면 인건비와 유류비 등 교통 체계에서 들어가는 기본적인 투자비는 오르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 물가 관리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올릴 걸 안 올리는 게 더 중요하다. 경제부총리가 어디 마트에 가는 사진이 매일 나오더라. 그런다고 물가가 잡히나. 이번 물가 상승에는 외생 변수가 많기 때문에 정부가 물가를 잡는 건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서울시에서는 요금 인상을 논의한 바가 없다. 그게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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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일대 쪽방촌을 찾아 여름철 쪽방촌 폭염 대책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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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서울지하철과 시내버스의 재정적자는 불어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1조원대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오 시장은 “공공기관은 늘 경영을 효율화해야 한다. 돈 버는 게 목표가 아니라 국민이, 시민이 내준 세금으로 경영하면서 최대한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는 2017년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통합해 출범한 기관이다. 서울시는 최근 교통공사 재분리와 관련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통합할 때 경영 효율은 최우선 고려사항이었을 텐데 전혀 효율화되지 않았다”며 그러나 “만들어진 기왕의 질서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가급적이면 존중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효성 없는 통합을 했다고 해서 다시 분리를 한다는 것은 더 웃기는 일”이라며 “일각에서는 ‘전임시장 지우기’만 하는 것처럼 하는데 정말 크게 자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브랜드, 시민공모와 시청 내 챌린지로”


박원순 시장 재임 시절 만든 서울 브랜드 ‘아이 서울 유(I·Seoul·U)’에 대한 불쾌한 심기도 숨기지 않았다. 오 시장은 “정말 눈뜨고 못 본다. 시작할 때부터 시민들 호응이 10%대였다는데 이건 오기로 밀어붙인 것”이라며 “브랜드는 들으면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지어지면서 이런 것을 추구하고 있구나 해야 하는데 (아이 서울 유는) 들으면 일단 머릿 속에 정리가 안되는 표정들”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새 브랜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관광재단과 함께 ‘마이 소울, 서울(MY SOUL, SEOUL)’이라는 문구를 넣은 관광 홍보영상을 만들었다. 그는 “(조례 개정 없이는) 브랜드로 바꾸지는 못하니까 관광용으로 만들어 쓴 것이다. 내가 힘을 실어준 아이디어지만 고집할 생각은 없다”면서 “시민 공모와 시청 직원들 챌린지를 통해 축제처럼 서울 브랜드를 만들자고 제안한 상태”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엄마 행복 프로젝트’도 준비하고 있다. 민선 4기 시절인 2007년 선보여 반향을 일으켰던 ‘여성 행복 프로젝트’ 시즌 2다. 그는 “우리 아이들은 친정 부모와 가까이 살면서 갑자기 우리한테 (아이를) 맡기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젊은 엄마 아빠들은 어떻게 살까 라는 고민에서 착안한 정책”이라며 “그렇다면 서울시가 부모 노릇을 해야되겠다, 친정 부모든 시부모든 그 역할을 서울시가 대신해주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핵심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개인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줘라, 그러면 ‘아이 키우기 좋은 서울’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매립지, 원칙대로 하면 이견 없을 것”


서울과 경기, 인천이 함께하는 3자 협의체 논의기구도 추진되고 있다. 오 시장은 “(협의체가 구성되면) 바로 논의할 게 교통”이라며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보고 느낀 바가 많았다”고 말했다.

<나의 해방일지>는 경기 산포에 사는 세 형제가 서울로 출퇴근 전쟁을 벌이는 장면 등이 나온다. 그는 “드라마에서 ‘해 떠 있을 때 퇴근했는데 집에 들어오면 밤이야. 나한테는 저녁이 없어’ 이런 대사가 기억난다”며 “서울에 주민등록이 돼 있는 분들만 서울시민이 아니다, 서울에서 낮에 생활하는 사람들은 다 서울시민이다. 경기도에서, 인천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사람들도 서울 시민이니까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해드릴 의무와 책임이 서울시에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경기와 인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은 하루 평균 각각 177만5000명, 27만1000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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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민선 8기 출범을 이틀 앞둔 지난 29일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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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자 협의체에서 수도권 매립지도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오 시장은 “원칙대로 하면 된다”면서 “합의한 대로 하면 되는 게 첫번째 원칙이고 그 원칙을 지켜가면서도 쓰레기 양을 최대한 줄여 우리 국토 어딘가에 있는 매립지에 걸리는 환경 부하를 어떻게 최소화할 것이냐를 생각하면 된다. 그러면 3자간 이견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가 말한 ‘합의’는 대체매립지를 찾되 찾지 못하면 현재 수도권 매립지를 계속 사용한다는 2015년 합의로, 현재 수도권 매립지가 있는 인천에서는 해당 합의문의 효력 논란이 일고 있다.

“균형발전? 서울 경쟁상대는 도쿄·뉴욕 등”


오 시장은 지역 균형발전에 대한 시각도 거침없이 밝혔다. 그는 “서울과 인구 소멸을 운명처럼 겪고 있는 지방도시도 함께 묶어서 고민해야 될 부분이 있지만, 서울은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엔진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심장”이라며 “서울의 경쟁상대는 도쿄고, 상하이고, 싱가포르다. 멀리 보면 뉴욕, 런던, 파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과 관련해 “지금까지 여러 금융기관이 부산으로 전주로 내려갔다. 서울의 금융도시 꿈은 산산조각이 나는 것”이라며 “글로벌 톱 5를 지향하는 서울시 입장에서는 또 다른 고민이 있을 수 있는 문제”라고 밝혔다.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서도 그는 “많은 사람들이 놀러오고 싶고, 살러오고 싶고, 일하러 오고 싶도록 만드는 것이다. 매력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된다”며 “도시가 가지는 어떤 매력 요소를 만들어내는 것, 그런 도시를 만들 수 있는 것은 다 하겠다. 그게 경쟁력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오 시장과의 일문일답.

- 민선8기 시정 철학을 ‘약자와의 동행’과 ‘글로벌 도시경쟁력 강화’ 두 축으로 내걸었다.

“어느 도시든 결국 그 두 가지가 중점사항이 될 것이다. 서울시도 비전을 ‘상생도시’ ‘선도도시’ ‘건강 안심도시’ ‘미래 감성도시’ 등 4가지로 설정했다. 맨 앞에 내세운 ‘상생도시’는 약자와의 동행, 복지이고 뒤에 있는 3개는 매력 증진을 통한 경쟁력 제고로 요약할 수 있다.”

- ‘약자와의 동행’과 관련해 생계·주거·교육·의료 등 취약계층 4대 정책 발표했는데,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미 다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어떤 것부터 하느냐가 중요할까 싶다. (온라인 무료 교육 플랫폼인) 서울런은 지난해 8월 시작해서 수혜자가 늘어나는 과정에 있는 것이니까 궤도에 올랐다고 생각한다. 안심소득은 큰 틀에서 복지 체계를 바꾸는 작업이기 때문에 충분한 준비 작업을 해야 된다는 관점에서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거다. 사회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으면 시작도 못할 일이기 때문에 시범사업을 아주 정교하게 하는 데 온 힘을 집중시키고 있는 단계다. 임대주택은 각종 주택 기자재들 교체 주기를 당겨놨기 때문에 바로 시행되는 부분도 있고 재건축은 굉장한 시간이 필요하다. 첫 작품인 하계 5단지는 조감도가 나와 있는 상태다. 의료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은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원지동 추모공원 근처에 시립병원을 하나 더 짓는 것이고, 소프트웨어는 취약계층들을 위해서 시립병원을 활용해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정책을 4개로 나눌 게 아니라 이 4개 사업에 여러 종류의 프로젝트가 들어가기 때문에 그것들 중에 완급이 있는 것이고 속도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 서울지하철과 시내버스의 재정적자가 불어나면서 요금 인상 가능성도 계속 나오고 있다. 올해 요금 인상 계획은 없다고 했는데 서울교통공사 재정 적자는 쌓여있다.

“순차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서울의 경우) 대중교통 요금을 올린 지가 벌써 7년이 됐기 때문에 언제 올려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더구나 물가가 이렇게 오르면 당연히 교통 체계에서 들어가는 기본적인 투자비는 오르게 마련이다. 인건비부터 유류비 등이 다 오르니까. 정부에서 물가 관리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올릴 걸 안 올리는 게 더 중요하다. 서울시에서는 요금 인상을 논의한 바가 없다. 그게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물가 관리하겠다고 난리인데 경제부총리가 어디 마트에 가는 사진이 매일 나오더라. 그런다고 물가가 잡히나. 이번 물가 상승에는 외생 변수가 많기 때문에 정부가 물가를 잡는 건 한계가 있을 것이다. 서울시가 선거 끝나면 (대중교통 요금을) 당연히 올릴 것이라고 예측했을 텐데 딱 입장을 정리한 거다. 그게 물가 인상을 억제하는 가장 효율적인 기여라고 생각한 거다.”

- 서울교통공사가 2017년 통합했다. 통합 이후 효과가 있었다고 보나.

“들어와서 그것부터 챙겼다. 분명히 양 공사를 통합할 때는 경영 효율이 최우선 고려사항이었을텐데 전혀 효율화되지 않았다. 경영 효율화 하라고 하는데 그러면 위험의 외주화, 이런 걸 들고 나오니까 평행선이다. 지금까지 안타까운 부분이다. 기관 통폐합할 때 처음에 했어야 되는 일인데 그게 안 되니까 합쳐놓기만 한 것뿐이다. 사실은 그러려면 차라리 경쟁을 시키는 게 나았다.”

- 그렇다면 교통공사는 내부 혁신을 꾀해야 한다는 의미인가.

“공공기관은 늘 경영을 효율화해야 한다. 3명이 할 일을 2명이 할 수 있으면 2명이 하는 게 도리다. 공공기관은 기업과 다르다. 돈 버는 게 목표가 아니라 국민이, 시민이 내준 세금으로 경영하면서 최대한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다.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적은 인원 수가 할 수 있으면 적은 인원 수가 하는 게 맞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공공기관으로 하려고 해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시민의 혈세가 낭비되는 결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거다. 최대한 아껴 쓰고 최대한 효율성을 높인다는 관점에서 끊임없는 경영 혁신을 추진해야 되는 것은 공공기관의 숙명이다.”

- 교통공사와 관련해 재분리 등에 대한 용역이나 재검토가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다.

“만들어진 기왕의 질서가 꼭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가급적이면 존중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실효성 없는 통합을 했다고 해서 다시 분리를 한다, 그것은 더 웃기는 일이다.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전임시장 지우기만 하는 것처럼 하는데 정말 크게 자제하고 있는 거다. 이건 도저히 안 되겠다, 바꿔야 되겠다는 것을 하는 거다.”

- 예를 들면?

“아이 서울 유(I·Seoul·U) 같은 것은 정말 눈뜨고 못 본다. 시작할 때부터 시민들 호응이 십 몇 퍼센트였다는데, 이건 오기로 밀어붙인 거다. 전혀 브랜드로서의 효용이 없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분들이 대부분이고 특히 외국인들 반응이 왜 이런 브랜드를 만들었냐고 물어볼 정도다. 브랜드는 그래서는 안 되는 거다. 들으면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지어지면서 이런 거를 추구하고 있구나, 이런 인상을 받기를 바라는구나 해야 좋은 브랜드인데 (아이 서울 유의 경우) 들으면 일단 머릿 속에 정리가 안 되는 표정이다. 그런 정도 수준의 것만 바꾸고 있다고 보면 된다.”

- 새 서울 브랜드도 검토되고 있다. (서울관광재단은 지난 3일 ‘마이 소울, 서울’(MY SOUL, SEOUL) 홍보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일단 쓰기 시작해 본 거다. 브랜드로 바꾸지는 못하니까 관광용으로 만들어서 쓰기 시작했는데 그것을 고집할 생각은 없다. 내가 힘을 실어준 아이디어지만. 오늘 아침에 국내 대형 브랜드 컨설팅 회사분이 유익한 브랜드의 큰 틀과 원칙 등을 강의했다. 그 자리에서 제안했다. ‘시민 공모하자’ ‘시 직원들에게는 인센티브를 걸고 챌린지를 하자’고. 아무래도 시청 직원들이 시정을 잘 아니까 누구든지 팀별로 채택되면 피자가 몇 판 갈지 챌린지를 하는 거다. 시민 공모도 하는데 물론 전문가가 도와주는 체제를 만들어 축제처럼 서울의 브랜드를 만들어가 보자, 6개월 가량 잡고 그렇게 제안했다.”

- ‘여성행복’ 당시에도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직접 낸 것으로 안다. 최근 추진 중인 ‘엄마 행복’ 프로젝트와 관련해서는 어떤 아이디어를 냈나.

“꼭 필요하면 아이디어를 내기도 하지만 원칙과 기준만 설정해주고 던져주는 편이다. 엄마 행복 정책의 핵심은 대한민국의 모든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자기 개인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줘라, 그게 본인들은 ‘아이 키우기 좋은 서울’로 느껴지는 거다. 한 분 한 분의 자존감이랄까. 아이를 낳고 단절된 경력을 이어갈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함으로써 다시 사회에 진출하게 되는 밑천도 되는 것이고. 해당 부서에는 ‘쉽게 생각하면 된다. 어떻게 하면 아이를 낳고 키우는 엄마가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보장을 해주느냐. 그것만 고민하면 아마 많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을 거다’ 정도만 미션을 줬다. 예를 들면 아이가 아침 9시까지 어린이집에 가는데 8시까지도 갈 수 있도록 해준다든가. 내가 급한 일이 생겼을 때는 언제라도 마음 놓고 저렴하게 혹은 무료로 맡길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든가 이런 것만 신경 쓰면 된다 정도다. 그러면 부서에서는 구체적인 여러 가지 사정을 감안해서 아이디어들을 정교하게 다듬게 되는 거다.”

- 엄마 행복 프로젝트는 어떻게 구상한 것인가.

“아이 키우는 딸을 보면서다. 그걸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사위를 보면서 우리 때와는 완전히 다른 육아 문화를 지켜보면서다. 우리 아이들 같은 경우는 친정 부모와 가까이 살면서 갑자기 우리한테 맡기기도 하고 제 아내가 가서 봐주기도 하고 이렇게 해결이 되지만, 그렇지 못한 젊은 엄마 아빠들도 많다. 그런 사람들은 어떻게 살지? 어떻게 해결하고 살지? 이런 자연스러운 고민에서부터 착상된 거다. 서울시가 부모 노릇을 해야 되겠다, 친정 부모든 시부모든 가까이 사는 사람들은 굉장히 편리하잖나. 그런 역할을 서울시가 대신해주자 이런 발상에서 시작된 거다. 두 부부가 아무리 힘을 합쳐서 살아도 안 되는 시간이 있다. 안 되는 경우가 있고 이제 그런 경우에 서울시가 해주겠다는 것이다.”

- 임대주택 고급화도 이야기했다. 이렇게 되면 임대료가 오르고 취약계층은 소외되는 것 아닌가라는 우려도 있다.

“불필요한 기우다. 임대주택을 고품질 하면서 이용료를 올린다?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속으로 ‘별 걱정을 다 한다’ 싶었다. 어련히 알아서 할까 봐. 서울주택공사(SH)는 앞으로 새 집 짓는 재개발·재건축이 본업이 아니다. 임대주택을 짓고 관리하는 게 본업이 됐다. 왜냐하면 서울에 빈 땅이 없으니까 집을 짓지 못한다. 어렵게 사는 경제적 취약계층에게 고급 품질로 임대료를 더 받으면 그것은 업의 본질에 어긋나는 것이다. 찾아야 한다. 어떻게 싸게 더 좋은 주거의 질을 누리면서 살게 해주느냐가 SH공사 존립 이유인데 어련히 알아서 하겠나. 그러면 이제 돈이 어디 있어서 하느냐고 할 것이다. 돈 많다. 장기전세주택을 3만3000가구를 공급했다. 서울 시내에 강남구 평균에서 아파트 한 채 평균 가격이 10억이 넘어갔다. 장기전세주택은 20년 계약 기간이 지나면 모두 팔 수 있다. 그 주택 가격을 다 합산하면 32조1067억원이다. 임대주택 새로 짓고 그분들 주거의 질을 만끽할 수 있도록 해드릴 수 있는데 무슨 걱정인가.”

- 조만간 팔 수 있는 장기전세주택 물량이 나오겠다.

“2006년 취임해서 2008년부터 장기 전세주택을 했으니까 벌써 15년 지났다. 5년 뒤부터는 팔 수 있는 물량이 나오는데 지금부터 그렇게 고품질화한 임대주택 지으면 2·3년 뒤 3·4년 뒤부터 공급하는 거 아닌가. 딱 맞아떨어지니까 돈 걱정은 안 해도 된다.”

- 서울·경기·인천 3자 협의체 논의 기구를 만들기로 했다. 서울시 입장에서는 어떤 사안들을 논의할 계획인가.

“바로 논의할 게 교통이다. 통계 수치를 말하면 경기~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170만명이다. 인천~서울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30만명. 아마 대부분은 경기도에서, 인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것일 거다.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를 보고 느낀 바가 많았다. ‘해 떠 있을 때 퇴근했는데 집에 들어오면 밤이야. 나한테는 저녁이 없어’ 이런 대사라든가, 택시비를 절약하려고 형제들이 우여곡절 끝에 모여서 집에 가는 장면 등이 나온다. 그 드라마를 보면서 ‘서울에 주민등록이 돼 있는 분들만 서울시민이 아니다’ ‘서울에서 낮에 생활하는 사람들은 다 서울 시민이다’라는 것으로 생각을 바꿨다. 주거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경기도로 밀려나신 분들이 느끼는 박탈감을 최소화시켜 드려야 되겠다, 경기도에서 인천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사람들도 서울 시민이니까 그분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해드릴 의무와 책임이 우리 서울시에 있다. 담당 부서에 이미 그런 주문을 하기 시작했다.”

- 3자 협의체 논의기구에서 수도권 매립지도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어떻게 풀어갈 생각인가.

“원칙대로 하면 된다. (2015년 대체매립지를 찾되 찾지 못하면 현재 수도권매립지를 계속 사용하기로 ) 합의했으니까 합의한 대로 하면 되는 게 첫번째 원칙이다. 두번째는 어떻게 하면 그 원칙을 지켜가면서도 쓰레기 양을 최대한 줄여서 우리 국토 어딘가에 있는 매립지에 걸리는 환경 부하를 어떻게 최소화할 것이냐. 이 두 가지 원칙만 생각하면 된다. 그러면 3자 간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

- 노들섬을 아트 아일랜드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은 구체화되고 있나.

“아시다시피 거기에는 누가 봐도 아름답고 멋스럽게 지었다고는 평가하기 힘든, 납작한 직사각형 모양의 건축물이 들어가 있다. 여기를 아트 아일랜드를 만들려면 무언가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인데, 불행하게도 그 건물이 지어진 지 몇 년 안됐다. 허물 수는 없다. 허물면 짖자마자 허무는 격이 돼 고민이다. 담당 부서에 준 원칙은 되도록이면 보존을 해봐라, 허물더라도 최소화해라, 어떻게든 멋스럽고 아름다운 음악과 미술과 조각품과 각종 공연·버스킹 등 1년 열두달 즐길거리가 있고 누릴 거리가 있는 곳으로 만들어 봐라고 어려운 주문을 해놓은 상태다.”

- 과거 노들섬에 오페라 하우스를 지으려고 하지 않았나.

“이제 그 부분은 어느 정도 접었다. 오페라 하우스는 못 짓는다. (직사각형 건축물들을) 완전히 허물어야 되는데 이걸 되도록이면 보존한다는 전제 하에는 오페라 하우스 들어갈 수가 없다.”

- 지역 균형 발전이 화두다. 지역에서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이 너무 모든 것을 흡입하는 것은 문제라고도 지적한다.

“양면적인 생각을 다 해야 한다. 서울과 인구 소멸을 운명처럼 겪고 있는 지방 도시도 함께 묶어서 고민을 해야 될 부분이 있지만, 서울은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엔진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심장이다. 서울의 경쟁 상대는 도쿄고, 상하이고, 싱가포르다. 멀리 보면 뉴욕, 런던, 파리다. 균형 발전 때문에 산업은행 본점을 지방으로 옮기는 문제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산업은행 본점 하나 정도를 부산으로 보낸다고 해서 서울에 큰 데미지(손해)는 없다. 그러나 이게 모이면 서울이 ‘금융도시’가 되는 것은 요원해진다. 지금까지 여러 금융기관이 부산으로 전주로 내려갔다. 이걸 모아놓고 보니 금융도시라고 하는 꿈은 산산조각이 나는 거다. 런던처럼, 뉴욕처럼 절대 될 수 없는 것이다. 지방 도시와 서울을 비교하면 당연히 나눠야 한다. 안 그래도 잘 나가는 서울이 그것까지 챙긴다는 소리를 들어야 겠나. 그러나 뉴욕·런던·파리를 쫓아가야 될, 글로벌 톱 5를 지향하는 서울시 입장에서는 또 다른 고민이 있을 수 있는 문제다. 이 문제를 늘 함께 고민해야 된다.”

- 도시 경쟁력 높이는 방안이 무엇인가.

“도시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놀러 오고 싶고, 살러 오고 싶고, 일하러 오고 싶도록 만드는 것이다. 여기 왠지 한번 가보고 싶어, 이게 관광이다. 한번 살아보고 싶어, 그러면 이주해서 들어오는 거다. 막 오고 싶은 거다. 기업하러 들어오고 싶고. 이게 매력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 정리가 된다. 매력 있는 도시를 만들면 되는 것이다. 도시가 가지는 어떤 매력 요소를 만들어내는 것, 여기 좋아, 흥미가 가네, 이것이 발전하면 여기서 일하고 싶고 투자하고 싶고 살러 오고 싶고 가족까지 데리고 오고 싶고 이렇게 되는 거다. 그런 도시를 만들 수 있는 건 다 하겠다. 그게 경쟁력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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