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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사상 두 번째 대법원 판결 취소… ‘한정위헌’ 둘러싼 대립 이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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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법 조항의 해석을 문제 삼는 ‘한정위헌’ 결정이 내려졌는데도 재심을 받아들이지 않은 법원의 재판을 취소하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가 법원의 재판을 직접 취소한 것은 지난 1997년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대법원은 헌재의 한정위헌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두 최고사법기구 사이에 다시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생겼다는 관측이 나온다.

헌재는 30일 A씨와 B씨의 재심청구를 기각한 법원의 재판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취소하라고 했다. 이와 함께 A씨 등이 헌재법 86조 1항 등에 관해 낸 헌법소원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일부 위헌 결정했다.

전직 교수 A씨는 제주 통합영향평가 심의위원으로 위촉돼 활동하면서 직무와 관련해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형 등을 선고받았다. 당시 검찰은 통합환경평가 심의위원이 공무원에 해당한다고 보고 옛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이에 A씨 등은 옛 특가법상 뇌물죄의 처벌 대상인 공무원에 통합영향평가 심의위원으로 위촉된 사람은 포함되지 않는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2012년 A씨 등의 주장을 받아들여 옛 특가법상 뇌물죄 조항 중 공무원에 통합영향평가 심의위원으로 위촉된 사람도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건 헌법에 어긋난다며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한정위헌 결정을 받은 A씨 등은 이를 근거로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으나 광주고법은 2013년 재심 청구를 기각했다. 이듬해 대법원도 재항고를 기각함으로써 A씨 등의 재심 청구는 최종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단순위헌이나 헌법불합치가 아닌, 한정위헌 결정에는 효력이 없어 법원을 기속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자 A씨 등은 헌재법 68조 1항을 상대로 다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해당 조항은 기본권이 침해됐을 경우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데 법원의 재판은 청구가 가능한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A씨 등은 자신의 재심 청구를 기각한 광주고법과 대법원의 재판을 취소해달라고 주장했다.

헌재는 A씨 등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헌재는 “헌법이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권을 헌재에 부여하고 있다”며 “법률에 대한 위헌 결정의 기속력을 부인하는 법원의 재판은 그 자체로 헌재 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권을 헌재에 부여한 헌법의 결단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헌재가 법률의 위헌성 심사를 하면서 합헌적 법률 해석을 하고 그 결과로서 이루어지는 한정위헌 결정도 일부위헌 결정”이라며 “헌재가 헌법에서 부여받은 위헌심사권을 행사한 결과인 법률에 대한 위헌 결정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한정위헌이란 헌재가 법조항 전체에 대해 ‘위헌’이라고 선언하고 통째로 없애버리는 ‘단순위헌’ 결정과 달리, 법 조항은 그대로 둔 채 ‘법원이 …라고 해석하는 한 위헌’이라고 보는 변형 결정이다.

대법원은 단순위헌 결정은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유효하지만 한정위헌 결정은 법적 근거가 없는 형식이고, 법률의 해석·적용에 관한 법원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인정할 수 없다고 본다.

반면 헌재는 한정위헌이 적법한 결정 형식이기 때문에 법원과 국가기관이 헌재의 법률 해석을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헌재는 이번 사건에서 광주고법과 대법원이 재심청구를 기각한 것은 위헌 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재판으로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으며 기본권을 침해하는 공권력 행사라는 점에서 취소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A씨 등이 이미 확정받은 유죄 판결에 대해선 헌법소원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려지기 전에 이뤄진 재판이라는 이유다.

박미영 기자 my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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