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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대기업 10곳 중 3곳 "하반기 투자 재검토"…'3고'에 급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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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아래)와 감만부두(위)에서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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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3월 1조7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원통형 배터리 신규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2분기 착공해 2024년 하반기께 양산이 목표였다. 그러나 지난 29일 “최근 글로벌 경제 환경 악화에 따른 투자비 급등으로 투자 시점 및 규모, 내역 등에 대해 당사는 면밀하게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소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변모씨는 공장 증설을 알아보다 최근 계획을 접었다. 원화 가치 하락으로 원자재 가격이 올라서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변씨는 “여러 원자재를 수입해 쓰는데 작년까지 한 10억 정도로 해결되던 원자재가 최근엔 60억, 70억까지 들더라”며 “모든 물가가 오르다보니 공장 증설 비용도 과거에 비해 너무 커졌는데, 큰 비용을 투자할 여력도 없지만 지금은 투자할 시기도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 국내외 투자 계획 재검토 이어져



최근 고물가·고환율(원화가치 하락)·고금리 등 이른바 ‘3고’ 현상에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국내·외 투자계획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기업들이 총 1000조원이 넘는 중장기 투자계획을 발표했지만 대외 여건이 악화하면서 올해 하반기 투자 활동에 브레이크가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0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 7~14일 ‘2022년 하반기 국내 투자계획’(100개사 응답)을 조사했더니 올 상반기 대비 투자 규모를 축소하겠다는 답변이 28%였다. 대기업 10곳 중 3곳가량이 투자를 축소할 계획인 셈이다. 확대하겠다는 응답(16%)보다 12%포인트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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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특히 전기·전자, 철강·금속, 석유화학제품 등의 수출 주력 업종에서 투자 규모 감소 전망이 우세했다. 특히 전기·전자 업종은 상반기보다 감소(57.1%)할 것이란 전망이 가장 많았다. 상반기보다 투자가 확대될 것이란 응답은 0%였다. 철강·금속 업종도 상반기와 비슷하거나 감소할 거란 응답이 각각 절반(50%)을 차지했다. 투자 확대를 계획 중이라는 답변은 없었다.



“투자 확대” 밝힌 업종은 반도체가 ‘유일’



석유화학제품 업종도 상반기보다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50%였다. 자동차·부품 업종은 상반기와 비슷할 것이란 응답이 60%였다. 상반기 대비 하반기 투자 확대 전망이 높은 업종은 반도체가 유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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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하반기 투자 규모를 줄이겠다고 응답한 기업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국내·외 경제 불안정(43.3%) ▶금융권 자금조달 환경 악화(19.0%) 등을 이유로 꼽았다. 이에 대해 전경련 측은 “일부 대기업은 미래 산업에서 경쟁우위 확보, 새 정부의 민간활력 제고 기대감 등으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나 대외 환경이 매우 불투명해 대기업 전체로는 투자 축소 전망이 우세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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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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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대기업들은 올해 하반기 투자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 요소로 ▶고물가 지속(30.4%) ▶글로벌 통화 긴축 및 이에 따른 경기 위축(22.0%)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공급망 훼손 심화(20.3%)를 지목했다. 전경련은 “최근 국내공급물가와 소비자물가가 동반 급등을 지속해 기업들이 생산비용·임금 상승 압력에 직면해 투자여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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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국내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정책 과제로는 ▶원자재 수급‧환율 안정 지원(27.3%) ▶금리 인상 속도 조절(17.7%) ▶세제지원 강화(16.3%) 등을 꼽았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경영 불확실성에 직면한 기업들이 현재 선제적으로 투자를 늘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새 정부의 법인세제 개선, 규제 혁파, 주요국과의 원자재 수급 협력체계 강화 노력 등이 이어져야 투자 심리가 점차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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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원자재 수급 지원하고, 금리 인상 조절해야”



대기업보다 자금력이 빠듯한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대규모 추가 투자에 더 보수적일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최희문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전무는 “중견기업 현장에서 여실히 확인되는 상황 변화에 대한 우려가 경기 침체와 기업 활력 저하로 현실화하지 않도록 원자재가와 인건비 상승 등 구체적인 애로를 해소하기 위한 특단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실물 경기 위축에 따른 기업의 수익성 약화 우려가 번져 있고, 인건비 증가와 금리 상승 요인까지 있어 기업 입장에선 생존 자체에 초점을 둘 수밖에 없다”며 “투자가 감소되면 일자리도 위축되고 이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부가 세금 부담 완화, 규제 개혁, 노동시장 개혁 등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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