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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공화국과 내로남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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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검찰 출신 인사 전진 배치한 새 정부, 왜곡된 '공화(共和)'

오마이뉴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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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헌법 1조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로 시작한다. 공화국(共和國)을 뜻하는 영어 'republic'은 라틴어 '레스 푸블리카(res publica)'가 어원이다. '공공의 것'이라는 의미다. 공화국에서 주인은 국민이다. 공화국은 1인 지배를 허용하지 않는다. 대표자를 선출해 통치를 위임한다. 또 입법과 사법, 행정을 분리한다. 프랑스 혁명으로 탄생한 공화제는 바로 피로 맞바꾼 결과다. 공화제는 문명사회가 지향하는 정치체제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우리 땅에서는 공화란 단어가 오용되고 있다. 주로 부정적 뉘앙스다. 비리공화국, 조폭공화국, 검찰공화국까지 온통 음습한 느낌이다. 공화의 본뜻이 왜곡된 한국 사회다.

전제적 권한을 틀어쥔 이들이 권력을 남용해온 역사와 맞물려 있다는 생각이다. 조폭과 독재자가 행사하는 권력 행태는 유사하다. 우선 소통이 없다. 일방적 지시와 복종만 있다. 또 자신들이 하는 일은 무조건 옳다. 그리고 몇 몇이 권력을 사유화하고 독점한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시절 통치 행태를 떠올리면 수긍이 간다. 이들은 권력을 사유화한 채 그릇된 신념을 현실에 옮겼다. 자신에게 비판적인 이들을 배척하고 국민을 짓밟았다. 그 결과 공화제는 무력화됐다. 직선제 이후 정부 또한 온전한 공화제 정신을 구현하는데 한계를 보였다. 심지어 촛불혁명 결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문 정부는 '우리는 옳다. 선하다'는 무오류와 독선으로 일관했다. 또 내편은 무한한 관용, 상대는 악마화하며 오만했다. 자기편은 감싸고 상대는 척결하는 극단적 진영정치 아래서 공화는 실종됐다. 누적된 분노는 정권교체로 이어졌다. 새 정부는 전 정권 실정에 편승해 출범했다. 자신들이 잘해서 이겼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의원 간 격차는 0.73%p(24만7,077표)에 불과했다. 그 뜻을 겸손하게 읽어야 한다. 훼손된 공화제 정신을 복원하라는 명령이다. 한데 '검찰공화국'이라는 시비에 휩싸였다. 주권자 뜻을 저버렸다는 우려가 팽배하지만 '내로남불'로 일관하고 있다.

'검찰공화국'을 정치적 공세로만 흘려듣기엔 정도를 넘어섰다. 장·차관 7명, 대통령실 비서관급 이상 6명이 검찰 출신이다. 여기에 금융감독원장,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 총리 비서실장도 추가된다. 숫자도 문제지만 권력의 질에서도 검찰 편중은 심각하다. 대통령과 측근인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공직자 인사검증부터 정보수집 권한까지 장악했다. 민정수석실을 대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법무부 소속이다. 또 대통령실 핵심 비서관 자리는 죄다 검찰 출신이 차지했다. 총무, 인사, 부속, 법무비서관까지 윤 대통령과 가까운 검찰 인맥이다. 서초동 검찰청을 용산 대통령실로 그대로 옮겨왔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연이은 검찰 인사도 논란이다. 검찰총장을 비워둔 채 단행한 것도 문제지만 편향성 때문이다. 법무부는 28일 중간 간부 인사에서 윤 대통령 검찰총장 시절 측근이던 이른바 '윤석열 사단'을 대거 발탁했다. 고검장과 검사장에 이어 중간 간부까지 특수부 검사를 대거 배치한 게 눈에 뜨인다. 특히 전 정부 청와대 블랙리스트 의혹과 이재명 민주당 의원 관련 대장동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 1·2·3부장을 모두 특수통 검사로 채웠다. 사정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다. 여론은 엇갈린다. 전 정권에서 제기된 의혹을 정리하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의견과 정치보복을 위한 '판갈이'로 보는 시각이 맞선다.

무리한 검찰 인사 배경에는 전 정부 탓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말 '검수완박' 법을 조급하게 처리했다. 법은 검찰 수사 범위를 대폭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새로운 법은 시행까지 4개월 유예됐다. 검찰총장은 인사청문회 대상이다. 검찰은 4개월 안에 구체적 성과를 내야한다. 검찰총장 공석 상태에서 특수통 전진 배치는 사정수사에 속도를 내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무리한 친정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선한 의도가 반드시 선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전 정부가 국민들로부터 멀어진 원인 가운데 하나다. 자신들은 옳다고 강행했지만 국민을 힘들게 한 경우는 허다했다. '내로남불'은 결국 문 정권을 허물었다.

검찰공화국이란 우려에 대해 새 정부는 적재적소와 시급성을 들어 정당화했다. 윤 대통령은 검찰공화국이라는 비판에 대해 "과거 민변 출신으로 도배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또 "인사원칙은 적재적소에 유능한 인물"이라고 했다. 전 정부가 그랬으니 그렇게 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인지. 또 유능한 인물은 검찰에만 있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생각이 비슷한 이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보면 의사결정은 왜곡되기 마련이다. 에코쳄버와 편향동화는 합리적 판단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엘리트 참모를 기용하도고 잘못된 결정을 내린 케네디 대통령 시절 '피그만 침공'은 에코쳄버를 설명하는 좋은 사례다.

새 정부 또한 '내로남불'을 답습하고 있다는 비판을 겸허하게 살펴야 한다. 국민 10명 가운데 6명은 '검찰공화국'에 비판적이다. 29일 데이터리서치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검찰공화국'이라는 비판에 동의하느냐"는 물음에 61%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국민 대다수는 검찰공화국을 걱정하는데 자신들만 유능과 적재적소를 내세우는 꼴이다. 전형적인 '정신승리'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국민 과반이 반대하는데도 조국을 장관으로 임명했다. 조국을 고집한 문재인, 검찰공화국 비판을 합리화하는 윤석열. 두 사람 모두 자신은 옳다고 믿고 있다. 그렇다면 누가 '내로남불'이고 누가 '소신'인지 애매할 수밖에 없다.

로베스피에르는 프랑스 혁명을 주도해 공화제를 쟁취했다. 그는 혁명에 성공하자 혁명을 지킨다는 명분 아래 공포 정치를 단행했다. 자신에 비판적인 이들은 '혁명의 적'으로 간주해 처단했다. 1년 만에 50만 명을 가두고 3만5000명을 처형했다. 순수성은 사라지고 공포가 지배했다. 많은 이들을 단두대에 올렸던 로베스피에르 또한 단두대에서 죽었다. 검찰공화국이라는 비판에 둔감한 새 정부에서 '내로남불'과 그릇된 신념을 읽는다면 너무 민감한걸까. 국민이 주인인 공화제로 가는 길은 이렇게 멀다.

임병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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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는 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전 국회 부대변인)입니다. 이 글은 아주경제에도 부분 수정해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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