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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꿈에서도 생각 안한다”는데...예비 FA 어느덧 100타점 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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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FA는 머릿속에 전혀 없습니다. 정말 꿈에서도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냥 간신히 버티고 있는건데요, 뭐.”

시즌 종료 후 평생에 한 번도 맞이하기 어렵다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게 된다면 어떤 심경일까. 아마 많은 이가 긴장도 되고 의식도 될 것이다.

하지만 올해 여러 차례 ‘예비 FA’ 채은성(32)에게 이 질문을 했을 때 그는 한결같이 바로 저렇게 대답했다. 신고선수 출신에 현역 복무까지 소화하며 온갖 고생 끝에 비로소 눈앞에 두고 있는 FA 자격. 그게 얼마나 큰 의미일지는 타인이 상상하기 어려울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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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 채은성이 타점 페이스를 끌어올리며 예비 FA로서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하지만 채은성은 그때마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 타인과의 비교나 과거나 미래 상황을 떠올리는 게 아닌 자신의 현재 경기에만 전념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채은성은 어느덧 42타점을 기록하며, 타점 부문 리그 14위, 팀내 2위로 올라섰다. 시즌 초반 부상으로 약 열흘간 결장하면서 팀의 10경기를 걸렀지만 그 외엔 꾸준히 주전 자리를 지키며 얻은 결과다.

만약 채은성이 경기당 0.69타점의 현재 페이스를 시즌 끝까지 유지한다면 산술적으로 약 52타점을 더 추가해 94타점을 기록하게 된다.

거기다 채은성이 부상 여파로 흐름이 더뎠던 4월 이후 5월과 6월 점차 타점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는 점, 올 시즌 좋아진 LG 타선 전체 공격력 등을 고려하면 100타점 돌파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실제 채은성은 6월 리그 공동 8위에 해당하는 17타점을 올리는 등 타점 페이스를 점차 끌어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시즌 흐름에도 채은성은 “꾸준하게 타점을 올리는 게 장점이라고 볼 수 있지만, 내 입장에선 아직은 아쉽다”면서 “아직까진 앞에서 다른 선수들이 워낙 잘 해주는 걸 내가 받아 먹고 있는 상황”이라며 오히려 팀 동료들에게 그 공을 돌렸다.

올 시즌 타격의 팀으로 거듭난 LG기에 채은성의 그 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받아 먹는’ 그 역할을 해내는 이가 해결사가 되고 중심타자가 되는 것이다. 채은성의 조정 득점 창출력(wRC+) 역시 김현수(156.1)와 홍창기(139.4)에 이은 팀내 3위(127.1)에 해당한다. 그만한 자격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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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는 채은성이지만 꿈에서라도 실수로라도 FA를 떠올리진 않으려고 한다. 지금 경기에 집중하는 게 우선이란 생각 때문이다. 사진=천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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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채은성은 올해 2경기를 제외한 59경기에서 4번타자(181타수 51안타)와 5번타자(41타수 14안타)로 출전하는 등 중심타선에서 꾸준히 활약 중이다. 그럼에도 늘 “버티고 있다”며 자신을 낮춘다. 그런 채은성이기에 타격에서 만족하는 모습을 올해 보긴 어려울 듯 싶다.

아마시절에는 포수, 프로 데뷔 이후 지난해까지는 외야수를 주로 봤던 채은성은 올해 1루수로 다시 전향했다. 실책이 5개로 적지 않지만 리그 5위에 해당하는 427이닝이란 수비 이닝을 소화하며 주전급 선수 가운데 6위에 해당하는 0.989의 수비율을 기록 중이다. 오랫동안 1루 수비를 맡았던 전문 내야수들과 비교해 뛰어나다고 보긴 어렵지만 나름대로 안정적으로 1루 재전향 첫 해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채은성은 “(오)지환이나 팀의 베테랑 내야수들이 정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면서 “오랜 기간 팀에 있었지만 실제 내야 가까이서 본 LG 수비는 뭔가 차원이 다르다. 정말 잘하는 것 같다. 나는 거기에 조용히 묻어가고 있다”며 이번에도 역시나 동료들의 도움을 먼저 말했다.

올해 LG는 유망한 외야 자원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런 팀 상황에 따라 1루수로 전향해 내야 글러브를 꼈지만, 이 결정은 채은성에게도 큰 복이 될 가능성이 높다.

80~100타점을 꾸준히 기대할 수 있고 내야와 외야가 모두 가능한 자원은 어느 팀이라도 반길만한 FA 자원이다.

그러나 채은성은 “시즌 후는 생각할 때도 아니고, 생각할 상황도 전혀 아니”라며 “다른것보다 내가 팀에서의 역할을 해내면서 LG가 가을야구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데 우선 집중하고 싶다”고 했다.

화려하지 않지만, 언제나 그 자리에서 제 몫을 해내고 있는 채은성이 뚜벅뚜벅, FA 대박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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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80~100타점이 가능하며 외야수와 1루수로 모두 뛸 수 있는 채은성의 FA 가치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사진=천정환 기자


[잠실(서울)=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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