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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최문순 "남북 손잡은 평창올림픽, 생애 최고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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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순 강원지사 퇴임 인터뷰]
11년간 누굴 만나도 섬기는 지사 각인
"평창올림픽 남북 동시입장 잊지 못해
"민주당, 흘러간 옛 노래 부르다 패배"
“레고랜드, 지켜보면 반드시 성과 낼 것”
한국일보

지난 28일 강원 춘천시 강원도청에서 최문순 강원지사가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원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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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지긋한 어르신을 만나도, 천진난만한 어린 아이를 만나도 먼저 고개를 숙였다. 그의 머릿속에 권위는 없었다. 판로를 잃은 감자를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서라면, 우스꽝스러운 이미지도 마다하지 않았다. 11년 동안 한결같은 모습으로 도민들과 호흡하던 최문순 강원지사 얘기다. 30일 임기를 마무리하는 최 지사는 28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6·25전쟁 최대 격전지였던 평창에서 평화의 제전을 성공적으로 치러냈던 기억이 아직도 선하다"면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임기 중 최대 업적으로 꼽았다. 그는 당시 북한 최고위층과의 만남 등 알려지지 않은 얘기도 풀어냈다.

-11년 임기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는다면.

"4년 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이 아니겠는가. 당시 우리나라 봅슬레이 국가대표 원윤종 선수와 북한의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황충금 선수가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하는 모습은 제가 가장 간절히 원했던 장면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까지 성사됐다. 현대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순간이라고 자부한다."

-아쉬운 순간도 있었을 텐데.

"아이러니하게 들리겠지만 평창 동계올림픽이 또 가장 아쉬운 순간이었다. 실질적인 교류협력, 화해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8년 2월 평창에 온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과 만나, 두 달 뒤인 4월에 평양에서 열리는 국제마라톤대회에 참석하기로 얘기가 됐다. 그런데 방북이 성사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그때가 남북이 한발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친정인 더불어민주당이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까지 패했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양극화 및 불공정 해소 등 시대정신을 외면한 결과다. 젊은이들이 절망에서 꺼내달라고 부르짖고 있는데 당은 검찰·언론개혁을 붙들고 있었다. 시대정신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흘러간 옛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이제 민주당은 정책정당으로 거듭나 국민들에게 다시 다가가야 한다."

-강원도 홍보를 위해 스스로 '불량감자'라는 별명을 붙였는데.

"내 사전엔 권력이란 없다. 내가 불량감자가 돼야 우량감자인 도민들을 잘 섬길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가족들은 불량감자를 마냥 좋아하지 않았다.(웃음)"

-하지만 도정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나.

"큰돈 들이지 않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판촉으로 2013년과 2020년 창고에 쌓인 도루묵과 감자 재고를 모두 판매했다. 사실 나도 깜짝 놀랐다. 강원도민들의 호응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지난달 문을 연 레고랜드 테마파크를 둘러싼 잡음이 있다.

"레고랜드 개장은 춘천이 아이 중심 도시가 됐다는 상징성이 담겨 있다. 10년 뒤엔 평창 동계올림픽보다 잘한 일이라는 평가를 받을 것이라 확신한다. 개장 전과 비교해, 춘천지역 신용카드 매출은 20%, 숙박시설 이용은 40%가량 늘었다. 지역 경제에 유용한 성과를 꼭 낼 것이다."

-후임인 김진태 강원지사 당선인에게 조언한다면.

"11년간의 도지사 경험을 통해 협치하면 성과가 늘고, 대립하면 무능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 홀로 365일을 이리저리 뛰었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일이 1㎜도 진척되지 않는다고 느껴졌다. 강원도는 내년 강원특별자치도 출범이란 과제가 있다. 중앙과 지방정부 모두 여야 협치를 통해 강원특별자치도가 연착륙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으면 한다."
한국일보

최문순 강원지사가 지난 2020년 10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진행된 '강원도 햇감자 페스타'에 출연, 농산물을 홍보하고 있다. 강원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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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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