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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전 역사된 제2연평해전… 故조천형 상사 딸 “참군인 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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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승리한 해전’ 첫 공표… 국방장관 등 300명 참석

조선일보

여섯 용사 이름 딴 함정에 올라… - 제2연평해전 승전 기념식이 열린 29일 경기도 평택 인근 서해상에서 제2연평해전 참전 장병들이 유도탄 고속함 ‘윤영하함’을 타고 해상 헌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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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온 것도 모르지, 아들.”

29일 오전 경기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 2002년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고(故) 조천형 상사의 모친 임헌순(75) 여사가 아들의 얼굴이 새겨진 동판을 어루만지며 흐느꼈다. 조 상사는 제2연평해전 당시 우리 해군고속정 ‘참수리 357호’에서 20㎜ 발칸포 사수로 참전해 북한군의 공격에 끝까지 맞서다가 기관포 방아쇠를 잡은 채 전사했다. 임 여사 곁에 있던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눈시울을 붉히며 “잊히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군은 이날 제2연평해전 발발 20주년을 맞아 ‘제2연평해전 20주년 승전 기념식’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제2연평해전 참전 장병들과 유가족,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여야 국회의원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제2연평해전’은 한·일 월드컵 3·4위전이 열린 2002년 6월 29일 오전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북한군 경비정 2정이 우리 해군고속정 ‘참수리 357호’를 기습 공격하면서 발발했다. 전투 끝에 서해 NLL을 수호했지만 당시 참수리 357호정 정장 윤영하 소령, 한상국 상사, 조천형 상사, 황도현 중사, 서후원 중사, 박동혁 병장 등 6명의 장병이 전사했다. 북한군은 30여 명의 사상자를 내고, 경비정이 화염에 휩싸인 채 도주했다.

해군은 그동안 ‘기념식’으로 불렸던 행사 명칭을 올해 ‘승전(勝戰) 기념식’으로 공식 변경했다. 기념비 명칭도 제2연평해전 전적비(戰蹟碑)에서 전승비(戰勝碑)로 바꿨다. 해군 측은 “죽음을 각오한 결연한 의지로 NLL을 사수한 제2연평해전의 의미를 끌어올리고 참전 장병과 유가족 명예를 드높이기 위함”이라고 했다. 과거에도 국무총리와 전직 국방장관 등 주요 인사들이 제2연평해전을 승전이라 명명한 적은 있었지만 군이 공식적으로 ‘승리한 해전’임을 외부에 공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해군은 설명했다.

해외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페이스북을 통해 “국가의 이름으로 우리의 영웅을 기억하겠다”며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평화는 서해 영웅들의 결연한 용기, 그리고 희생으로 지켜낸 것”이라고 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이날 기념사에서 “제2연평해전은 우리 장병들이 북한의 도발을 온몸으로 막아내고 적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던 승리의 해전이자,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라고 했다.

고(故) 서후원 중사의 부친인 서영석 유가족회장은 “벌써 20년 세월이 지났지만, 오늘 더욱 그립고, 여섯 용사의 씩씩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고 했다. 참수리 357호의 부장으로 참전 장병을 대표한 이희완 중령은 “20년이라는 긴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날의 뜨거운 피가 용솟음치고 치열했던 승리의 순간이 생생하다”며 “다시는 적에게 기습을 허용하지 않고 우리 전우가 적의 총탄에 쓰러지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기념식 이후에는 유가족들과 참전 장병들이 전사한 여섯 용사의 이름을 딴 유도탄고속함에 올라 해상 헌화하는 행사도 진행됐다. 흰색 국화를 해상으로 던지던 일부 유족들은 배 난간을 붙잡고 그리움에 오열하기도 했다. 고 윤영하 소령의 동생 윤영민(45)씨는 헌화 이후 “하늘에서나 바다에서나 지금 어디에 있을지 모르는 형이 대한민국을 잘 지켜주고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고 했다.

해상 헌화에 참여한 고(故) 조천형 상사의 딸 조시은(20)씨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조국의 바다를 수호하게 됐다. 아버지가 전사할 당시 백일이 갓 지난 아기였던 조씨가 지난해 8월 부경대 해군학군단에 합격했고, 2025년 해군 소위로 임관해 복무하게 될 것이다. 조씨는 본지에 “아버지처럼 나라를 위해 한 몸 희생할 수 있는 참다운 군인이 되겠다”며 “장교 임관한 뒤 기회가 된다면 아버지 이름을 딴 ‘조천형함’에서 근무해보고 싶다”고 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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