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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머리 2번 감기는 미용사에게 70만원 과태료"…최악의 가뭄 겪는 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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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냐 인근 소도시 카스테나소

"이중 머리 감기로 매일 수천 리터 물 허비…상황 정말 심각"

아시아경제

지난 1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토리노를 지나는 포강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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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정완 기자] 이탈리아가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이탈리아 북부에선 고객의 머리를 두 번 감기는 미용사에게 과태료를 물리는 지침까지 등장했다.

현지 일간 코리에레델라세라,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북부 볼로냐 인근 소도시 카스테나소의 카를로 구벨리니 시장은 미용실과 이발소에서 '이중 머리 감기'로 매일 수천 리터(L)의 물이 허비된다며 이달 25일 이를 금지하는 지침을 발표했다.

카스테나소에는 1만6000명의 주민이 살고 있고, 총 10곳의 이발소와 미용실이 영업 중이다. 시 당국은 위반 사례가 단속되면 최대 500유로(약 70만 원)의 과태료를 물리기로 했다. 이번 지침의 효력은 9월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시 당국이 내놓은 관련 자료에 따르면 수도를 계속 틀고 있으면 1분당 13L의 물이 소비되고, 누군가의 머리에 샴푸를 칠하고 헹궈내는 작업을 두 차례 반복하는 데는 최소 20L의 물이 필요하다.

구벨리니 시장은 "개별 고객에게 사용되는 물의 양을 더하면, 수천만L에 이를 것"이라며 "카스테나소는 작은 도시이지만, 대도시라면 이렇게 허비되는 양이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같은 조례가 억압적인 목적이 아닌 시민들의 권리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카스테나소 미용실에서 일하는 한 미용사는 "말도 안 되는 조치"라며 "우리가 사용하는 일부 제품의 경우 1번 헹구는 걸로는 부족하고 손님의 머리가 너무 지저분할 경우에는 머리를 2번 감기지 않기가 어렵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구벨리니 시장은 "상황이 정말 심각하다"며 "(카스테나소가 속해 있는) 에밀리아-로마냐 주의 경작지에 필요한 저수량이 29일까지만 확보돼 있다. 7월부터는 상황이 급격히 악화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겨울부터 눈과 비가 거의 내리지 않은 탓에 이탈리아에서 가장 긴 강인 포강이 말라붙으면서 이탈리아 북부에는 물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이탈리아 각 도시는 앞다퉈 물 절약에 나섰다. 밀라노의 경우 물을 아끼기 위해 공공 분수대의 스위치를 잠갔다. 이 외에도 상당수 도시가 시민들에게 물 사용을 최대한 자제할 것을 당부하고 물 배급제까지 시행하는 실정이다.

김정완 기자 kjw1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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