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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먹튀 논란’ 론스타 악몽 20년 만에 끝날까…ISDS 중재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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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매각 차익 4조 챙긴 미국계 사모펀드-정부 긴 싸움

중재판정부, 120일 안에 결론…패소 땐 ‘정부 책임론’ 불가피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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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한국 정부의 10년 싸움이 올해 안에 결론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이 중재 사건을 맡은 중재판정부가 한국시간으로 29일 ‘절차 종료’를 선언했다고 밝혔다. 10년간 이어진 중재 절차가 끝난 것이다. 누가 이겼는지는 120일(최장 180일) 안에 나올 판정문을 받아봐야 알 수 있다.

론스타는 한국 정부의 ‘오래된 악몽’이다. 론스타는 휘청이는 외환은행을 샀다가 되팔아 차익으로만 약 4조원을 챙겼다. 그러고도 한국 정부 때문에 손해를 봤다며 46억8000만달러(약 6조원)를 배상하라는 투자자·국가 중재를 신청했다.

론스타 ‘먹튀’ 논란의 시작은 2003년이다. 그해 론스타는 외환위기, 카드대란으로 휘청이던 외환은행 경영권을 인수했다. 논란의 핵심은 ‘자격도 없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어떻게 샀느냐’는 것이었다.

외환은행이 정말 부실은행이었는지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외환은행은 2003년 론스타에 인수되기 직전 금융감독원에 그해 말 BIS 비율이 6.16%로 전망된다고 보고했다. 반면 외환은행 이사회에는 BIS 비율을 10%로 보고했다. 이 문제는 수사로 이어졌다. 2006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BIS 비율을 의도적으로 낮춰 헐값에 매각해 외환은행에 손해를 입혔다며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 등을 재판에 넘겼다. 법원 판단은 1·2·3심 모두 무죄였다.

론스타는 2005년부터 외환은행을 팔아치우려 했다. 2007년 론스타는 60억달러를 받고 HSBC에 외환은행 경영권을 넘기려 했다. 매각 승인 여부를 정부가 검토하는 사이 글로벌금융위기가 닥쳤고, HSBC는 인수를 포기했다.

2010년 변양호·이강원에 대한 무죄판결이 확정된 뒤 론스타는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대금은 43억달러였다. 금융위는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매각 승인을 미뤘다.

론스타는 2012년 한국 정부의 결정 때문에 손해를 봤다며 투자자·국가 간 중재(ISDS)를 신청했다.

론스타의 주장은 세 가지다. 첫째,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두 차례나 지연해 손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HSBC에 외환은행을 더 비싸게 팔 수 있었는데 한국 정부가 승인을 미루는 바람에 차익이 줄었다는 것이다. 둘째, ‘부당 과세론’이다. 한국이 론스타의 페이퍼컴퍼니가 있는 벨기에와 체결한 협정에 따라 론스타에 면세 혜택을 줘야 하는데, 국세청이 자의적으로 과세했다는 것이다. 셋째, 미래 발생할 세금도 손해배상액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론스타가 승소해 손해배상금을 받아도 한국 정부가 또 과세할 수 있으니 손해배상금에 미리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그간 매각 승인심사는 정당한 행정조치였고, 론스타를 차별 없이 대우했다고 반박했다.

판정문에 어떤 결과가 담길지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론스타 주장이 온전히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한국 정부의 완전한 승소를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한국이 패소할 경우 당시 정책 결정권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 론스타가 제시한 합의안을 받아들여 비용이라도 줄였어야 한다는 비판이 동시에 나올 수 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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