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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간다] 차량에서 숙식하다‥깨어나지 못한 '새벽배송'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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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

바로간다, 사회팀 김민형 기자입니다.

용인의 한 택배물류업체에서 새벽 배송이 시작되길 기다리던 배송기사가 쓰러진 채 발견됐습니다.

바로, 제 뒤로 보이는 이 차량, 자신이 몰던 냉동탑차 안에서였습니다.

낮에도 밤에도, 하루 15시간이나 일했다는 50대 배송기사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이 차량에 남은 흔적부터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수건이 걸려있는 좌석에 방울토마토가 든 상자와 물통이 보입니다.

1회용 커피가 상자째 실려있고 에너지드링크와 약봉지도 눈에 띕니다.

적재함을 열어보니 돗자리가 깔려있고, 이불과 베개가 보입니다.

이곳에서 숙식을 해결했던 듯 생수병과 라면 껍질, 남은 즉석밥도 있었습니다.

택배를 배송하는 53살 강현철 씨는 지난 22일 자정쯤, 바로 이 적재함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당시 용인의 한 택배물류업체에 도착해 새벽 배송을 앞두고 대기하던 중이었는데, 동료가 발견했습니다.

[동료 기사]
"탑차 안에서 주무시는데 문이 열려 있더라고요. 더워서 열어놨는가보다 안을 봤는데 이렇게 누워 있어가지고, 제가 장난치느라고 발을 만졌죠. 발을 만져서 이렇게 깨우는데 발이 차갑더라고요."

경기도 평택에 살던 강 씨는 태국인 아내와 17살 아들, 세 식구의 생계를 책임진 8년차 배송기사였습니다.

그런데 강 씨는 2년여 전부터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일했습니다.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 남짓까지 배송 일을 하고, 새벽 1시부터 오전 7시까지는 업체를 바꿔 새벽배송 업무를 하면서 이른바 '투 잡'을 뛴 겁니다.

[강 씨 친형]
"경제적으로 좀 많이 힘이 들었죠. 그러다보니까 이제 좀 무리를 했겠지…아무래도 '투잡' 자체가 무리니까"

야간노동을 포함해 하루 15시간 안팎을 일하다 보니, 쉴 수 있는 시간은 저녁 6시부터 약 자정까지 뿐.

오가는 기름값과 휴식시간을 아끼려고 차에서 식사와 수면을 해결하기 일쑤였습니다.

[강 씨 아들]
"물량이 없을 때는 집에 오셨다가 가는데, 물량 많을 때는 그냥 바로 차에서 주무시고 이러세요. 요즘은 잘 못 오셨던 것 같아요."

노동 강도는 어땠을까.

낮에 일한 물류업체에선 9시간 남짓 동안 40여 건을 배송했고, 새벽에 일한 업체에서는 6시간 동안 50건 안팎을 맡았습니다.

이런 식으로, 강 씨처럼 낮밤으로 일하는 배송기사들이 적지 않습니다.

[동료 기사]
"새벽 일을 한 번 더 하면 차 보험료라든지 유지비라든지, 이런 거 똑같이 드는 상황에서 하나를 더 하게 되면 생활에 보탬이 되니까…"

하지만 새벽 배송의 경우 이동량이 적은 시간대라는 이유로 짧은 시간에 더 많은 물량을 배송해야 합니다.

게다가 업체들의 새벽배송 경쟁이 과열되면서, 주어지는 물량 자체도 늘어났습니다.

[동료 기사]
"(이전에는) 40개가 보통 기준이었어요. 그런데 물량이 많아지면서, 한 번에 50개를 넘게 지금 하고 있으니까…"

강 씨의 휴대전화에서 확인한 하청업체의 단체 공지.

'지연 배송', 즉 늦어지는 배송이 없도록 관리해달라면서 "매일같이 지적사항으로 내려온다"고 돼 있습니다.

이동량이 늘어나는 아침 7시 전에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지연배송'으로 분류되는데, 한 달간 기사들의 지연배송 건수를 집계해서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동료 기사]
"(시간당) 15개씩 3시간 해야 45개잖아요. 근데 오십몇 개, 육십 개 가까이 그러면 7시가 훨씬 넘어가야 되고, 출근시간 걸리면 훨씬 시간 더 걸리고…너무나 열악해져요."

특히 강 씨가 일하던 새벽배송 현장은 적재장이 야외에 있어 악천후엔 눈비를 맞아야 했고, 변변한 휴게실도 없었습니다.

[아들]
"돌아가시기 전전날에, 이제 새벽에 깨워달라 이 말이랑. 피곤하시고 힘든 게 느껴지고."

강 씨가 숨진 채 발견된 새벽배송 물류업체 측은 "직접적 계약관계는 없지만 매우 안타깝다"며 "기사가 낮밤으로 일하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에 업계 전체가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지연배송 압박 문제에 대해서는 하청업체에 지시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고 업무공간 개선은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취재팀은 이 업체의 새벽배송 실태의 구체적인 문제를 내일 이어서 보도합니다.

바로간다, 김민형입니다.

영상취재: 장영근, 위동원, 윤병순 / 영상편집: 박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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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장영근, 위동원, 윤병순 / 영상편집: 박혜린

김민형 기자(peanut@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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