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MB 고향 찾아 사면 신중론 펼친 이준석...윤핵관엔 "불법 대포차 같다" 직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일보

이준석(가운데) 국민의힘 대표와 이철우(맨 왼쪽) 경북도지사가 29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에서 포항시 관계자에게 영일만대교 사업 추진 경과에 대해 듣고 있다.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이명박 전 대통령 형집행정지가 결정된 이튿날인 29일 이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포항을 방문했다. 이 대표는 이 전 대통령 사면 요구에 "여럿이 목소리를 모아서 압박하는 형태가 돼선 안 된다"고 신중론을 펴는 동시에 포항지역 민생 현안을 직접 챙기는 것으로 보수 지지층 단속에 힘을 쏟았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자신에게 연일 날을 세우고 있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의원 지역구를 방문하는 것으로 무력시위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준석 "제 뿌리가 경북 칠곡"...MB 고향서 구애


전날 공개 일정 없이 침묵했던 이 대표는 이날 영일만대교 사업 부지를 돌아보며 지역 숙원사업을 챙기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 대표는 "관광이 활성화하고 지역 간 교통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차질 없이 건설이 추진돼야 한다"며 "포항이 산업도시에서 관광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당과 정부 차원에서 힘을 모으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이날 포항 방문을 두고 당내에서는 이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 신중론을 펴고 있는 이 대표가 포항 지역의 민심 이반을 막기 위해 사전 포석을 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시민들을 향해 인사를 건네며 "제 뿌리가 경북 칠곡"이라며 포항 지역과의 인연을 거듭 강조했다. 이 대표는 앞선 5월에도 포항을 찾아 영일만대교 건설과 포항의과대학 유치 등 지역 발전 공약들을 대거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 사면론에 대해선 "책임과 효과가 모두 대통령에게 귀속된다"며 "대통령께서 정치적 판단을 하실 수 있도록 그 부분은 조심해야 한다"고 거듭 단속했다. 이 대표는 "수형생활 기간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박근혜 전 대통령 때 형성됐던 (사면) 여론과는 조금 다를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일보

이준석(왼쪽 두 번째) 국민의힘 대표가 29일 경북 포항시 남구 영일만대교 공사 예정 부지인 남구 동해면 연오랑세오녀테마파크에서 이강덕 포항시장 등으로부터 공사 현황 등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공개 비토하는 윤핵관 김정재 의원 지역구 방문... "무력시위" 해석도


당내에서는 전날 공식 일정을 비우고 비공개 면담 등만 소화했던 이 대표가 공식 행보 재개 첫 일정으로 최근 노골적으로 자신을 비토하고 있는 윤핵관 김정재 의원 지역구를 방문한 것을 두고서도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기류다. 이 대표는 앞서 대선 당시 윤핵관에 의한 '대표 패싱'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당무를 사실상 거부하다 장제원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 당원협의회 사무실을 전격 방문하는 것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무력 시위'를 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이날도 김정재 의원 등 윤핵관을 향해 한껏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김 의원이 부적절한 발언을 이어가는 것과 포항 방문은 관계없다"면서도 "허위사실에 기반해 당대표를 공격하는 건 포항 시민들에게도 지지받지 못할 행동"이라고 직격했다. 김 의원은 최근 이 대표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혁신위원회를 '이준석 사조직'이라며 깎아내리는 등 사실상 이 대표를 비토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익명 인터뷰를 통해 자신에게 공세를 펴는 윤핵관을 향해서도 "익명 인터뷰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등록되지 않아 불법인) 대포 차량과 같은 것"이라며 "할 말 있는 분들은 실명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대표는 "정진석·김정재 의원은 의아한 주장을 하긴 하지만, 당당하게 말하고 책임도 당당하게 지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냐. 안철수 대표도 얼마나 당당합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 대표 측은 이날 포항 방문은 "30일 최고위원회의가 따로 열리지 않는 만큼 민생 현안을 챙기는 것"이라며 통상적 방문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포항= 박재연 기자 replay@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