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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단독] 정부, 호화청사 때리더니…이번엔 "자산 현황 다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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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공기관들의 청사 전수조사에 착수한 데 이어 공공기관들이 보유한 자산에 대한 전수조사도 진행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자산 효율화를 통한 공공기관 체질 개선을 위해 정부가 사전 작업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29일 복수의 공공기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주요 공공기관들에 대해 자산 현황을 전수조사해 보고하라고 공문을 내려보냈다. 조사 대상은 공공기관 평가 대상인 공기업·준정부기관 130곳과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까지 포함해 총 133곳이다.

기재부는 토지·건물 등 유형자산과 소프트웨어·저작권·특허권·회원권 등 무형자산으로 구분해 모든 자산의 리스트를 작성해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종속기업 및 관계기업 등 기관이 투자한 지분 현황까지 별도로 보고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재부가 공공기관들이 보유한 자산의 세부 내역 파악에 나서자 조직을 슬림화하기 위한 사전 작업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전경운 기자]

부채비율 200% 넘는 공기업 '정조준'…보유자산 매각 잇따를듯

정부, 공공기관 자산 전수조사

한국농어촌·가스·철도공사…
부채비율 200% 넘는 기관 7곳

한전, 中석탄발전소 지분 처분
LH도 에너지사업 매각 착수

정부 재무위험기관 집중 관리
임금 체계 등 공공개혁 속도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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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주요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보유한 모든 자산의 리스트를 제출하라고 지시하면서 본격적인 공공기관 개혁 작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재무위험 공공기관을 지정해 집중 관리하기로 방침을 세운 만큼 재무지표가 위험 수준에 있는 기관들이 주요 타깃이 될 전망이다.

29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재무위험기관 기준으로 거론되고 있는 부채비율 200%를 넘는 공공기관은 7곳이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이 494%에 달했으며 한국가스공사(378%), 한국철도공사(287%), 한국지역난방공사(257%) 순으로 나타났다. 대한석탄공사, 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석유공사 등 3곳은 자기자본이 마이너스인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도 못 갚는 '이자보상배율'이 1 이하인 곳은 강원랜드, 한국마사회,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등 18곳으로 집계됐다. 이들 역시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의 사정권 안에 있다. 공공기관 자산 전수조사에 대해 정부는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대통령이 나서 호화청사까지 언급하며 공공기관 혁신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보유 자산 효율화도 정해진 수순이라는 시각이 많다.

투자지분도 보고하라는 정부의 지시에 비춰봤을 때 부실이 누적된 해외 투자지분이나 자산 직접 매각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당초 목적을 달성했거나 비핵심 기능을 맡고 있는 자회사 및 출자회사 지분을 정리하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해 공공기관 자산을 위탁 매각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올해 공기업 경영평가단장을 맡았던 박춘섭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은 "공공기관이 적자가 나면 서비스에 지장을 줄 뿐만 아니라 국민 세금을 투입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결국 공공기관 혁신은 이들이 서비스를 국민에게 가장 잘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는 큰 방향성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자산 효율화를 통한 단기적 재무구조 개선에만 치중하면 공공기관이 보유한 알짜 자산의 헐값 매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는 오히려 공공기관들의 경쟁력 약화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가격 등 세부 요인까지 감안한 정밀한 재무구조 분석이 선행돼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일부 공공기관은 이미 선제적으로 자산 매각을 통한 재무 개선에 나서고 있다. 당장 한국전력공사는 중국 산시성 석탄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거명국제에너지유한공사 지분 매각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한전이 2007년 중국 산시성 최대 발전사인 산시국제전력집단공사(SIEG), 도이체방크와 공동 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총자본금은 100억위안(약 1조8500억원)으로 한전은 지분 34%를 보유한 2대 주주다. 한전은 필리핀 세부 석탄화력발전소 매각도 주관사를 선정해 연내 마무리 짓겠다는 방침이다. 발전사들이 보유한 해외 석탄광산들도 공동 협의체를 구성해 매각에 나설 계획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국내 집단에너지 사업에 대해 매각주관사를 선정하고 모든 사업을 매각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정부는 재무위험기관을 선정해 집중 관리하고 조만간 공공기관 혁신 방안을 내놔 공공기관에 대한 고강도 개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우선 각 공공기관이 수행하는 기능 가운데 비핵심 부문, 정원이 줄거나 인력이 비대한 부문, 민간 기업과 경합하는 부문을 점검해 기능 조정에 나설 계획이다. 또한 연공서열 중심의 보수와 인사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바꾸고 자발적으로 인력 구조를 조정하는 기관에 대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할 전망이다. 특히 높은 수준의 임원 급여를 손보기 위해 계약 단계에서 임금 수준을 낮추거나 경영평가 성과급을 조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미 이번 경영평가 발표 때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한전 등 재무건전성이 악화한 기관들에 대해 성과급 자진 반납을 권고한 바 있다. 지나치게 큰 청사 등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 부문은 전수조사를 통해 정밀 진단을 실시할 전망이다.

한편 지난해 공기업 임직원에 대한 징계 및 고발 건수가 전년 대비 크게 늘어나 도덕적 해이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36개 공기업을 대상으로 지난해 임직원 징계처분에 대해 조사한 결과 총 650건의 징계처분과 15건의 고발이 있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재심처분 등을 반영해 올해 1분기 공시를 기준으로 2020년과 지난해 이뤄진 징계·고발 내용과 사유를 집계한 것이다. 36개 공기업의 징계 건수는 2020년 551건에서 지난해 650건으로 99건(18%)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고발 건수는 7건에서 15건으로 늘었다.

지난해 기준 징계 건수가 가장 많았던 공기업은 코레일로 123건이었다. 이어 한전(101건), LH(96건), 한국가스공사(36건), 강원랜드(33건) 순이었다. 고발 건수가 가장 많았던 공기업은 한국마사회로 6건이었고, LH와 한국가스공사가 각각 3건을 기록했다.

사유별 처분을 보면 코레일은 품위유지 위반이 43건으로 가장 많았고 성실의무 위반 37건, 직무 태만 34건 등이 있었다.

[전경운 기자 /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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