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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론스타 ‘6조원대’ 국제분쟁 종료…막대한 혈세 부담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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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120일 이내 최종 결론 선고

진다면 론스타에 6조원 물어줘야

전문가들 “중재판정문 공개 필요”


한겨레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 국제분쟁(ISD) 사건의 중재판정부가 29일 절차종료를 선언했다. 이로써 10년 가까이 이어온 다툼이 결론을 앞두게 됐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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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 국제분쟁(ISD) 사건의 중재판정부가 29일 절차종료를 선언했다. 2012년 론스타의 제소 뒤 10년 가까이 이어온 다툼이 결론을 앞두게 됐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막대한 ‘혈세’ 부담이 불가피한 가운데, 중재 판정문이 공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론스타는 외환위기 이후 위기를 겪던 외환은행을 2003년 인수하고 2012년 한국을 떠나기까지 총 4조7천억원의 막대한 차익을 챙기고도 2012년 11월 한국 정부에 투자자-국가 국제분쟁을 제기해 지난 10년간 법적 다툼을 벌여왔다. 투자자-국가 국제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법령이나 정책에 따라 피해를 봤을 때 국제중재로 손해배상을 받도록 하는 제도로, 단 한 차례 결정으로 종결된다. 2016년 최종 심리기일이 종료된 뒤 6년 만에 절차종료가 선언된 이 사건은 앞으로 120일 이내(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180일 이내)에 최종 결론이 선고될 예정이다.

론스타 주장의 요지는 한국 금융당국이 매각 승인을 늦게 내리는 바람에 외환은행을 더 비싼 값에 팔 수 있었는데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론스타는 2007년 홍콩상하이은행(HSBC)과 5조9천억원대에 외환은행 매각 계약을 체결했는데, 매각 승인이 진행되는 사이에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계약이 파기됐다. 결국 론스타는 2012년 외환은행을 3조9157억원에 하나은행에 팔았는데, 이 협상 과정에도 한국 정부가 개입해 가격 인하를 압박했으며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도 부당하다고 론스타는 주장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만일 패소한다면 론스타에 46억8천만달러(한화 약 6조356억원)를 물어줘야 한다. 론스타는 2020년 11월 ‘협상액 8억7천만달러(한화 약 9630억원)를 받고 사건을 철회하겠다’고 제안했는데 한국 정부는 이 협상 제안을 거절한 바 있다.

한국 금융당국의 외환은행 매각 승인이 번번이 늦어진 배경에는 론스타를 둘러싼 각종 부정 의혹이 있었다. 론스타가 2006년 처음 매물로 내놓은 외환은행은 ‘헐값 매각’ 논란을 두고 검찰 수사가 시작된 상황이었다. 홍콩상하이은행과 계약이 진행되던 2007년에도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조작으로 부당이익을 챙긴 사건이 불거져 또 다른 수사가 개시된 참이었다. 2010년 이후 하나은행과 협상 당시에는 론스타가 애초 국내 은행 매입 자격을 갖추지 못했는데 론스타와 금융당국이 이를 숨겼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논란이 된 바 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한국 정부의 막중한 비용 부담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송기호 변호사는 “한국의 승소를 희망하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지난 10년간의 막대한 소송 비용을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다수 판례에서 중재인 보수와 변호사 비용을 각자 분담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가 최종 결론 선고 이후 ‘중재판정문 공개’를 약속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 출범 뒤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론스타 사건’ 연루 의혹이 제기된 만큼 책임 소재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어떤 결론이 나오든 국민에게 큰 부담을 안긴 이 사건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려면 판정문이 반드시 공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국 정부는 이란 다야니 일가가 제기한 투자자-국가 국제분쟁 사건에서도 다야니에게 73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정을 받았지만, 비밀유지 합의를 이유로 중재판정문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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