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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동남아 살던 큰부리바람까마귀, 마라도까지 왔다…국내 첫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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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아열대성 조류인 큰부리바람까마귀의 모습.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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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에 주로 서식하는 큰부리바람까마귀가 우리나라 최남단인 제주 마라도까지 날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이 조류의 서식지가 국내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지난 10일 한국조류보호협회 측과 함께 마라도 철새 조사를 진행하던 중, 큰부리바람까마귀(학명 Dicrurus annectans) 한 마리를 국내 최초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마라도는 다양한 해양 생물 등의 가치를 인정받아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423호로 지정된 곳이다. 연구진은 이 새가 마라도 내 소나무 숲에서 먹이인 풍뎅이 등을 사냥하는 걸 발견했다. 이동 경로 등을 확인하기 위해 개체 인식용 가락지를 부착하고 곧바로 방사했다.

몸 길이가 27~29cm인 큰부리바람까마귀는 바람까마귀과에 속하는 종으로, 한국에서 드물게 보이는 검은바람까마귀와 비슷하다. 하지만 다른 종에 비해 부리가 크고, 푸른색 광택의 깃털을 가진 게 특징이다. 태국·베트남·미얀마·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과 중국 서남부에만 주로 분포하는 아열대성 조류다. 국내에서 처음 확인된 미기록종인 만큼 정식 명칭이 없어 큰부리바람까마귀라는 가칭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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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부리바람까마귀 분포권과 국내 발견 지점. 자료 국립생물자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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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발견으로 마라도는 이 종이 서식하는 분포권에서 북동쪽으로 가장 멀리 위치한 곳으로 기록됐다. 국립생물자원관 측은 큰부리바람까마귀 한 마리가 본래 서식지인 동남아를 벗어나 마라도까지 온 '길 잃은 새'(미조)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새들이 원래 머물던 곳에서 수백~수천km 떨어진 곳까지 날아가는 경우가 드물게 나타나는 편이라고 한다.

최유성 국립생물자원관 국가철새연구센터 연구사는 "흔한 케이스는 아니지만 이동 과정에서 방향을 잘못 잡거나 태풍 등 기상 조건에 밀려 멀리 오기도 한다"면서 "이번엔 특별한 기상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동남아 내 월동지로 이동하다가 방향을 잘못 잡아서 마라도까지 온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확한 이유를 확인하긴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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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부리바람까마귀의 모습.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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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에 등장한 큰부리바람까마귀는 서식지가 북쪽으로 확장되는 사례일 수 있다. 앞으로 기후변화 등에 따라 아열대나 열대성 조류가 한국으로 더 많이 찾아올 가능성도 높다. 국립생물자원관 측도 분포권 확대 여부 등을 고려해 추가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최유성 연구사는 "제주 인근 기후변화 등이 큰부리바람까마귀 등장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아열대·열대 지역 조류 분포권이 올라가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자료 부족으로 아직 판단하긴 이르지만, 이 까마귀도 분포권이 확장되면 몇십년 뒤 국내 남부 지역에서 자주 관찰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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