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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인터뷰] '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 "탕웨이·박해일, 캐스팅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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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이 6년만에 신작 '헤어질 결심'으로 돌아왔다.

영화 '헤어질 결심(박찬욱 감독)'은 제7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감독상을 수상했다. 칸에서 먼저 인정받은 '헤어질 결심'은 29일 개봉해 국내 관객들과 만난다.

영화는 수사물과 남녀 간 이야기를 접목해 신선한 스토리 텔링을 선사한다. 박찬욱 표 신작이 15세 관람가라는 것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기대 이상이다. 자극적인 장면 하나 없이도 탕웨이와 박해일의 케미는 극의 밀도를 높인다. 박찬욱 감독은 "두 배우와 함께한 작업은 모든 순간이 감동이자 행복이었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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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탕웨이와 박해일이었을까.

"사실 이 경우는 독특했다. 탕웨이를 캐스팅하기 위해 주인공을 중국인으로 정했다. 캐릭터에 맞는 사람을 캐스팅한게 아니라 반대로 작동한 거다. 탕웨이를 생각하면서 캐릭터와 각본을 썼다. 각본이 완성되기 전에 이미 탕웨이를 만나서 캐스팅 제의를 했다. 하겠다는 의사를 받은 다음에 각본을 더 썼다. 실제로 만난 탕웨이는 생각보다 장난기가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좀 더 고집스러운 면도 있었다. 자기가 생각하는 작업 방식이나 소신이 뚜렷한 사람이었다. 그런 면들을 캐릭터와 각본에 반영했다. 박해일 역시 당연히 박해일이었다. 박해일을 보면서 캐릭터를 구축했기 때문에 극 중 해준이라는 인물에서 박해일이 보일 수 밖에 없다. 기존엔 각본을 쓰고 캐스팅을 한다면 이번엔 캐스팅이 우선이었다."

-박해일의 캐릭터를 구축하며 신경쓴 부분이 있다면. 박해일은 해준 캐릭터에서 박찬욱 감독을 읽었다고 했다.

"당연히 박해일을 상상하며 썼다. 그동안 작품 속에서 보여진 박해일이 아닌 실제 박해일의 담백하고 깨끗하고 상대를 배려해주고, 그런 모습을 도입했다. 박해일이 나를 관찰했다는 건 남자 배우들은 남자 감독에게, 여자 배우들은 여자 감독에게서 뭔가 찾아내는 경향이 있다. 아무래도 디렉션을 하게 되면 말할 때 억양이나 이런 걸 캐치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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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웨이와 박해일, 두 배우의 호흡에 대한 밀도가 높았다. 두 배우와 함께 하기 전 기대감과 작업하면서의 감상이나 만족도가 궁금하다.

"케미는 배우들의 연기력과 연출력에 달린 문제라 생각한다. 타고난 건 없는 거 같다. 이렇게 말하니까 내가 잘해서라고 하는 거 같지만, 그보단 좋은 배우들끼리 만나면 좋은 케미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냥 되는 건 아니고 당사자들이 서로에 대해서 좀 더 잘 알고 서로 배려해주고 배우들끼리만 통하는 게 있는 법이다. 연기는 많은 사람이 말하듯 상호작용이다. 서로에게 기대고 의지하면서 나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두 사람은 천성이 워낙 사려 깊고 자상해서 잘 만난 거 같다. 서로에게 감동을 주고 받으면서 일 했다."

-탕웨이가 '헤어질 결심'을 보고 '내 인생의 일부분이 완성됐다'고 이야기 해 화제다.

"인생의 한 시기에 나와 처음 만나서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충족이 있었다 라는 뜻이라 생각한다. 영화를 함께 하며 느꼈던 배우로서의 탕웨이 매력은 지독한 프로페셔널이다. 한국어 대사를 소리나는 대로 달달 외워서 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문법부터 기초부터 해야한다고 고집을 부려서 그렇게 미련하리만큼 우직하게 한국어를 배웠다. 자기 대사 뿐 아니라 상대 대사도 배워서 금방 이해하면서 연기를 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람의 한국어는 비록 발음이 우리와 같진 않더라도 정말 단어 하나, 조사 하나, 어미 처리 하나까지도 다 자기의 의도가 담긴 해석이 담긴 그런 대사였다."

-이번 영화는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섹슈얼한 부분에서 수위가 낮아졌다. 그러면서도 사랑이란 감정에 대해서는 디테일하게 파고든다.

"에로틱한 느낌을 구체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어떤 샷을 구상하거나 배우에게 표정을 주문하거나 하진 않았다. 그런데 관객들이 그렇게 느끼는 것은 결국은 에로틱하다, 섹시하다 이런 류의 감정이라는 것이 얼마나 정신적인 것인가 하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육체적인 가치보다도 사랑과 관심과 이런 류의 감정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성적인 즐거움까지도 유발하는지 알려주는 증거인 듯 하다. 특별히 관능적으로 묘사하려고 애쓰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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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을 캐스팅한 뒤 시나리오를 완성했는데 평소와 다른 점이 있었나.

"근본적으로 다르진 않았다. 그 전 영화들은 시나리오 완성한 다음에 배우를 찾아갔지만 결국은 캐스팅이 되고 나면 그 배우에 어울리게 각본은 고치게 된다. 제목 같은 경우엔 제목을 이렇게 하니까 동료 영화인들이 독립영화 같다고 하는 분들도 계셨다. 독립영화 제목은 따로 있는건가 했다. 제목의 뜻은 결심이란 게 결심은 하지만 하기 힘든 거 아닌가. 바람직한 제목이라 생각한다. 더불어서 이 사랑이 힘들었으면 이런 결심까지 필요한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극 중 삽입곡인 정훈희의 '안개'는 영화의 분위기를 나타낸다.

"1960년대 만들어진 곡이다. 난 1963년생인데 발표된 해부터 지금까지도 제일 좋아하는 한국 가요 중에 하나다. 정훈희 씨는 제일 좋아하는 여자 가수다. 이 곡에서 모든 것이 출발했다. 특히 가사가 심금을 울렸다."

-김신영의 캐스팅이 여전히 화제다. 새 얼굴을 발굴하는데 비법이 있다면.

"그런 건 없다. 그냥 새 얼굴을 찾기 위해서 코미디나 TV 드라마를 열심히 눈에 불을 켜고 보는 것도 아니다. 다 운이다. 어떨 때 우연히 지나가다가 만날 수도 있고, 요즘은 인터넷 시대니까 유튜브에서 우연히 볼 수도 있다. 누가 추천할 수도 있다. 다양한 방법으로 배우들을 접하게 된다. 대게는 오디션을 거치게 된다. 그게 보통의 방법인데 김신영 씨는 특별했다. 오래전부터 팬이었기 때문에, 탕웨이 씨가 나와 정서경 작가가 '색계'를 볼 때부터 팬이고 캐스팅 하고 싶었던 것처럼 김신영 씨도 늘 영화를 같이 만들고 싶은 사람 중 한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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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결의 작품을 만든 이유가 있었을까.

"그저 고전적이고 우아한 사랑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순수하다는 느낌보다는 정치적 메시지라든가 감독의 주장 같은 걸 포함시키지 않은 작품을 뜻한다. 구식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는 걱정도 있었다. 반대로 오히려 현대에는 이런 영화가 더 새로워 보이겠다는 기대도 있었다."

-작품에 대한 호평들이 이어지고 있는데.

"기분 좋다. 전문가들의 리뷰가 좋은 건 직업적으로 뿌듯한 일이다. 하지만 역시 제일 중요한 것은 돈을 내고 표를 사서 영화 보는 게 직업이 아닌 분들의 평가다. 시간을 내서 영화를 보는 그 관객들이 어떻게 평하느냐, 만족스러워 하느냐가 뭐니뭐니해도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개봉을 기다렸다."

김선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sunwoo@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CJ ENM

김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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