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조용준의 여행만리]구름 물든 호수 '화룡점정'을 찍다, 파로호에 그린 수채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세일링카약 타고 즐기는 화천 파로호 오지여정

아시아경제

구름과 파란 하늘을 품은 파로호의 맑은 수면위로 세일링카약이 유유히 미끄러지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카약 동호회원들이 파로호 물길여행을 하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파로호의 아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세일링카약을 타고 파로호를 즐기는 여행객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1급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산양이 파로호를 내려다보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파로호 오지여행을 즐기는 캠퍼들의 텐트위로 별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 기자] 바람이 불어옵니다. 돛을 펼치자 바람을 품고 순식간에 물살을 가르며 달려 나갑니다. 뱃머리를 때리는 맑고 경쾌한 물방울 소리에 온몸이 찌르르 울립니다. 배 소리에 화들짝 놀란 천연기념물 산양이 서둘러 숲 속으로 줄행랑을 칩니다. 파로호(破虜湖) 수면은 거대한 도화지가 되어 둥실둥실 뭉게구름을 한가득 담아 그림을 그려냅니다. 그림위를 미끄러지듯 붉은색 카약이 들어가 점을 찍습니다. 호수를 에워싼 산과 미풍에 찰랑거리는 수면, 모두가 한여름의 태양 아래 짙은 초록으로 물들어 가고 있습니다. 어느새 세속의 시간은 잊은 채 자연이 주는 물길여행에 몸을 맡깁니다. 세일링카약을 타고 파로호 물길 40km를 달리며 바라본 여름풍경은 이렇게 아름답습니다. 파로호에는 유일한 섬인 다람쥐섬을 비롯해 호랑이가 살았다는 해산, 평화의 댐, 오지 비수구미마을 등이 있습니다. 마을에 든다면 산채비빔밥은 꼭 먹어보시기 바랍니다. 파로호 따라 걷는 오지 트레킹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입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 강원도 화천으로 떠난다. 물길과 나란히 달리는 461번 도로를 따라 상류로 거슬러 오르면 파로호에 닿는다. 화천댐을 지나면 호반길을 버리고 산기슭을 굽이굽이 돌아간다. 북한강 최상류인 파로호는 화천댐이 만들어지면서 물길이 막힌 인공호수다. 한국전쟁 당시 오랑캐(중공군)를 무찌른 호수라는 뜻으로 이승만 전 대통령이 이름 붙였다. 광덕산 전망대에 오르면 파로호 풍광이 한눈에 잡힌다. 하지만 파로호의 속살은 배를 타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간동면 방천리 선착장으로 내려선다. 거울처럼 잔잔한 호수 위에 카약과 빨강색 세일링카약이 한가롭게 출렁인다. 그 옆으로 파로호 물길여행에 나서 동호회 회원들이 분주하다.

준비를 마친 카약이 먼저 파로호속으로 미끄러지듯이 들어갔다. 힘차게 돛을 펼친 세일링카약이 뒤를 따라 출발한다. 서둘러 사전에 약속한 회원의 세일링카약에 몸을 실었다. 방천리(수달연구센터)를 출발해 다람쥐섬을 거쳐 비수구미마을까지 편도 20km에 이르는 대장정이 시작됐다.

카약이 두류봉과 병풍산 사이를 느릿하게 이동한다. 파로호 유일의 섬인 다람쥐섬을 스쳐 지나가면 설안재봉과 해산 등 호수를 둘러싼 고봉준령이 겹겹이 다가온다.

10여년 전에 국내에 처음 소개 된 세일링카약은 우리나라에서 레저로써 익숙한 편은 아니다. 대당 천만원이 웃도는 비싼 가격도 그렇지만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탓에 소수만 즐기는 레포츠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세일링카약의 매력에 푹빠진 마니아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흔히 카누와 카약을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카누는 한쪽에만 날이 달린 패들(노)를 사용하는 반면 카약은 양쪽에 날이 달린 패들을 사용한다. 그래서 카약은 빠르게 액티브함을 느끼며 탈수 있다. 세일링카약은 여기에 노를 버리고 돛과 자전거 페달을 배에 장착한 게 특징이다. 그러니까 바람을 타고 더 빠른 속도감을 즐길 수 있다. 보조동력인 엔진까지 장착을 하면 요트 부럽지 않다. 세일링카약은 주로 여름에 즐기는 대부분의 해양레포츠와 달리 계절을 가리지 않는것도 큰 매력이다.

물길여행에 동행한 아웃도어 매니아 심광섭(58)씨는 “세일링카약은 강한 바람을 타고 나가는 세일링의 재미가 뛰어난 배” 라며 “돛에 한가득 바람을 안고 호수를 미끄러져 가면 일반적인 배를 타는 것과 비교할 수 없는 낭만과 설렘이 있다.”고 자랑한다.

심씨는 또 “카약을 타면 자연에 몸이 적응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거친 물살과 강풍에도 굴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강인한 정신력과 체력도 길러준다”고 말한다.

세일링카약의 장점은 여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바람이 없거나 이동을 빨리 해야 할 경우엔 엔진을 이용해 헤쳐 나가면 된다. 동력으로 사용하는 엔진은 2.5마력으로 조정면허가 없어도 운전이 가능하다.

햇살이 반짝이는 파로호에 인적은 없고 간간이 호수가 펜션에 손님을 실어 나르는 보트소리만 이 정막을 깬다. 순간 바람이 뒷바람으로 바뀐다. 카약은 바람을 타고 힘차게 앞으로 나아간다. 시속 12km에 가까운 속도가 나왔다. 심씨가 분주하게 돛을 좌우로 조정하며 세일링을 즐긴다. 뱃머리에 부서지는 물살과 바람소리만이 귓전을 파고든다.

맑은 날씨에 짙은 색조로 물들기 시작하는 화천의 산은, 쏟아지는 햇볕을 받아 수면 위에 투영된다. 카약은 그 산 속으로, 물 위의 구름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물가 바위에서 한가롭게 노닐던 멸종위기1급종이자 천연기념물인 산양가족이 지나가는 카약을 감지하고 후닥닥 산속으로 사라진다. 화천은 산양의 주요 서식지이기도 하다.

저 멀리 해산이 우람하게 다가온다. 옛날에는 호랑이가 살았다고 하니, 정말 그랬을 것 같은 산세에 압도되는 기분이다. 해산을 지나면 금방 평화의 댐이 거대한 성벽처럼 다가온다. 북한강 수계 최상류에 자리한 댐은 1986년 북한이 착공한 금강산댐에 맞서기 위해 만들어졌다. 화천의 대표적인 안보관광지다. 비목공원과 평화의 댐 통일관, 세계 평화의 종 공원 등 인근에 둘러볼 곳이 제법 있다.

평화의 댐을 나오자 호수를 따라 비수구미마을로 드는 출렁다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秘水九美라는 한자를 풀어보면 신비로운 물이 빚은 아홉 가지 아름다운 경치라는 뜻이다. 비수구미마을과 가는 길이 바로 그렇다. 마을은 오래전 화천댐과 파로호가 생기면서 길이 막혀 오지 중의 오지가 됐다. 북적이는 여행지보다는 사람 손을 타지 않아 자연그대로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제격이다.

비수구미를 찾는 방법은 여럿이다. 이렇게 배를 타고 이용하는것도 있지만 생태길을 걸어보는것도 좋다. 비수구미 생태길은 화천에서 평화의 댐 가기 전 해산터널을 지나 오른쪽으로 길이 있다.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 깊고 호젓한 숲길을 2시간여 걸으면 마을에 닿는다.

비수구미마을에선 산채비빔밥을 맛봐야한다. TV 인간극장에서도 소개된 부부가 맛깔스럽게 음식을 내놓는다. 산에서 채취한 나물로 음식을 내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돌아선다. 불어오는 바람을 돛에 가득 담아 호수로 빨려 들어간다. 여름햇살이 바람 따라 출렁이는 물결에 부딪혀 부셔진다.

화천=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

◇여행메모
△가는길=서울 춘천간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춘천TG를 나와 춘천시내와 소양2교를 지나 춘천댐가기전 우회전해서 407번 지방도와 460번 지방도를 타고 구만교, 화천댐을 지나면 파로호선착장이다.

아시아경제

비수구미 트레킹을 즐기는 여행객과 비수구미마을의 별미 산채비빔밥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볼거리=파로호를 즐기는 방법은 구만리 선착장 벤치에 앉아 호수멍을 즐겨도 되지만 1시간30분 걸리는 유람선 물빛누리호를 타고 돌아보는 코스를 추천한다. 봄부터 가을까지 성수기에는 오전 10시와 오후 2시, 1일 2회 운항하니 시간표를 꼭 확인하자. 파로호외에도 볼거리가 많다. 만산동계곡을 비롯해 곡운구곡, 용담계곡, 붕어섬, 딴산유원지, 거례리사랑나무, 산소100리길 등이 있다. 코로나19로 중단되었지만 겨울철엔 산천어축제가 유명하다.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