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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한덕수 “대통령께 제 비서실장 뽑아달랬더니 전직 검사님을 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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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기자단 간담회

“소득주도성장 설계자 홍장표 원장

KDI에 앉아있는 것 말 안돼”

검찰 출신 비서실장 기용 문제에

“대통령에게 알아서 해달라 했다”


한겨레

한덕수 국무총리가 28일 세종 국무총리 공관에서 연 출입기자단 만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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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가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의 거취에 대해 “소득주도성장 설계자가 케이디아이 원장으로 앉아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임기제 기관장들에 대해 여권이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정운영의 2인자인 총리가 임기제 기관장의 사퇴를 강하게 촉구한 것이다.

한 총리는 세종시 국무총리 공관에서 연 출입기자단 만찬 간담회에서 ‘(정해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이나 (홍장표) 케이디아이 원장의 거취는 어떻게 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바뀌어야지. 우리하고 너무 안 맞다”라고 말했다. 홍 원장의 거취가 어떻게 정리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엔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원장은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수석으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설계한 경제학자다. 앞서 국민의힘은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등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 사퇴를 촉구했으며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7일 전현희·한상혁 위원장 자진사퇴 문제에 대해 “임기가 있으니까, 자기가 알아서 판단할 문제 아니겠냐”고 답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에둘러 희망사항을 나타내는 모양새였지만, 한 총리는 임기제 기관장의 사퇴를 노골적으로 촉구한 것이다.

한 총리는 윤 대통령이 출근길 약식회견을 통해 ‘경찰 치안감 인사 번복’과 ‘고용노동부 52시간제 개편’ 건에서 국정 혼선을 초래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을 두둔했다. 한 총리는 “지난번에 ‘원래 발표됐던 (치안감) 인사가 원안이고 누가 끼어들어 나중에 고친 것이 아니냐’는 것은 정말 팩트가 아니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정말 실망과 좌절을 하고 있다”며 “컨플릭트(충돌)가 일어난 것처럼 됐는데 아니라고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가 ‘주 52시간 노동시간 개편안’을 발표한 뒤 ‘주 92시간 노동까지 가능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윤 대통령이 “정부의 공식입장이 아니다”라고 해명한 것도 이정식 노동부 장관의 충분한 의견수렴 노력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한 총리는 당시 이 장관에게 “우리가 10일 걸려서 정치 했다면 이제는 5일 동안은 이 정책을 논의하고 토론하고 설득하는 데 투입해야 한다. 국회나 당에 가서 충분히 협력하고, 세미나, 공청회도 해야 한다”고 지시했다며 “노동부 장관이 노조 출신이긴 한데 마음씨가 좋은 분 같다. 총리 말을 곧이곧대로 들어주셨다”고 했다. 한 총리는 이어 “(노동부 발표) 문안의 반은 (이 장관이) ‘내가 (노동개혁 관련해) 몇 가지를 하려고 하는데 연구회를 만들어서 열심히 토론하고 설득해서 해나가겠다’고 하시니까”라며 “대통령께 아침 도어스테핑에서 (기자들이) 질문하니까 아직 결정된 게 아니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노동부 장관이 의견수렴이 필요한 노동개혁안을 발표했는데 그걸 확정된 내용으로 언론이 받아들이니 윤 대통령이 “보고받지 않았다. 정부 공식입장이 아니다”라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국정비전과 철학이 없고 통합 메시지도 빠져 맹탕이라는 ‘혹독한 평가’를 받았던 윤 대통령의 취임사에 대해서도 “굉장히 철학적”이라고 추어올렸다. 한 총리는 “‘친애하는 국민’만 위하는 분이 아니고, ‘친애하는 세계의 시민 여러분’이라고 취임사에서 같이 넣어서 얘기할 수 있는 대통령을 모셔본 것은 처음”이라며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자유, 인권, 공정, 연대 등 여러 가지를 말씀하셨지만 역시 ‘세계의 자유로운 시민들하고 같이 해야 한다’는 내용에 굉장히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취임 뒤 윤 대통령과 한목소리로 ‘규제 혁신’을 주장하고 있는 한 총리는 “규제 혁파를 위한 거버넌스”로 윤 대통령이 “총리와 내각에 힘을 실어주는 경영 해보겠다 생각하셨고, 첫번째 결과로 각료를 뽑은 다음에 자기가 쓸 사람은 프리 핸들을 드린다. 각료들이 선택하신 분들을 엔도스(지지·보증)를 해주셨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한 총리는 국무조정실장으로 윤종원 아이비케이기업은행장(문재인 정부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원했지만 여권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자신의 최측근이어야 할 비서실장에는 검사 출신인 박성근 변호사가 임명됐다. 윤 대통령이 건넨 ‘프리 핸들’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셈인데, 한 총리는 이런 상황을 “제가 원했다”고 말했다. 인수위 시절 윤 대통령과 장제원 당선자 비서실장에게 “어떤 비서실장 와도 같이 할 자신 있다. 딱히 누구를 비서실장으로 할지 아무 아이디어가 없다. 그러니까 대통령이 생각하는 사람이면 좋고, 아니면 장제원 비서실장이 한분 선택해서 주시죠”라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한 총리는 “(윤 대통령이) ‘정말 그래도 되겠습니까?’ 세번을 물었다”며 “‘걱정 마시고 뽑아주십쇼’(라고 답했더니) 며칠 뒤에 박성근 전직 검사님을 딱 (임명했다)”고 소개했다.

한 총리는 정부의 ‘규제개혁 드라이브’를 강조하며 “과거 규제로 보호받고 있던 분들이 (개혁으로) 어려워졌다면 국가가 당연히 분배정책 등을 같이 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대개 (경제) 성장 초기처럼 한때는 성장만 하면 분배가 자동적으로 잘 이뤄진 때도 있었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어떤 정책을 하더라도 그거(분배정책) 없이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또 “규제는 약자한테 무자비한 것”이라며 “저보고 약자를 위한 정책 하라고 하면 규제에 대해 네거티브”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정부의 규제개혁과 시장경제를 주장하는 분들에게 플러스 돼 있는 철학은 ‘불평등·분배 악화 개선 노력 없이는 앞에 것(성장)도 없다’는 것이란 점에서 과거의 시장경제주의자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 총리는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형집행 정지 결정 뒤 특별사면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선 “법치주의에 사람을 가리는 일 있을 수 없지만, 어느 정도 정상참작이라고 할까, 수형생활이나 그런 걸 보면서 대외적 시각을 염두에 둬야 하지 않나”라며 “(이 전 대통령) 본인이 고령이시고 그 형을 다 하시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긍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공정거래위원장 후임 인선에선 “반드시 관료 출신이 아닐 가능성이 더 많다고 본다”고 했다. 새 공정위원장으로는 강수진 고려대 교수가 유력했지만 ‘또 검찰 출신’이라는 비판에 대통령실은 다른 인물을 물색 중이다. 한 총리는 “(그간 공정위가) 대기업에 대한 담합 처벌은 약한 게 아니냐는 인상을 준 것도 있다”며 “윤 대통령은 그런 기관에 정통 관료가 가는 것에 대해 ‘잘 될 수 있을까?’라는 물음표가 있다”고 전했다.

이날 출입기자단 간담회는 한 총리의 취임 한 달 여를 맞아 열렸다. 한 총리는 국회 인준 과정에서 김앤장 고액 보수 및 회전문 인사 논란이 일었지만 “(총리 인준안이) 한 번도 부결된다는 건 생각 안 해봤다”고도 했다. 그는 이어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찬성을 결정해 버릴 것이란 것은 생각을 못 했다. 그건 야당이 가진 전략이 있었겠지만 좋은 협치의 케이스였다.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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