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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광양 루니'는 떠났지만…이종호의 마지막 키워드는 '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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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성남 공격수 이종호.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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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이름 불러주시더라. 감사해서 인사했다.”

이종호(30·성남FC)는 지난 26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울산 현대와 원정 경기 중 상대 서포터즈 처용전사를 향해 90도 인사했다. 그는 지난 2017~2018년 울산에 몸담은 적이 있는데, 선수가 경기 직후 친정팀 팬에게 인사하는 건 볼 수 있으나 경기 중 소통하는 건 드물다. 그만큼 울산 팬과 이종호 사이에서 애틋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종호가 1부 리거로 4년 만에 다시 울산 땅을 밟은 날이다.

전남 드래곤즈 유스 출신으로 ‘광양 루니’ 애칭을 안았던 이종호는 2014~2015년 두 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고, A대표팀에도 승선하며 주가를 올렸다. 이듬해 빅클럽 전북 현대에 입단했는데, 이후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경쟁자가 즐비한 전북에서 출전 기회를 많이 얻지 못한 그는 1년 뒤 라이벌 울산 유니폼을 입었다. 울산에서 첫해 34경기(8골)를 뛰며 연착륙하는 듯했는데, 시즌 막판 불운을 맞닥뜨렸다. FA컵 결승전에서 비골 골절 부상을 입은 것이다. 울산은 사상 첫 FA 우승컵을 품었으나 그는 동료와 기쁨을 누리지 못했다. 이후 부상 재발, 트라우마로 고생하다가 2020년 K리그2(2부)에서 허덕이던 친정팀 전남으로 복귀해 부활을 그렸다.

이 과정에서 울산 팬은 물론 프런트도 실력과 남다른 인성을 지닌 이종호와 이별을 아쉬워했다. 이날 그와 마주한 울산 팬도 ‘4년 전 이종호’를 그리워하는 목소리를 낸 것이다.

게다가 이종호의 친정팀 컴백도 해피엔딩이 아니었다. 그는 익숙한 광양 땅에서 부상 트라우마를 서서히 지우며 부활의 디딤돌을 놓았다. 지난해 리그 8골을 넣었고, 전남을 2부 소속 클럽 첫 FA컵 정상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전남은 새 시즌을 앞두고 선수단 리모델링 과정에서 이종호와 이별을 선택했다. 친정팀과 뜻하지 않은 두 번째 이별. 그는 정신적 충격이 컸다. 한때 동남아 리그 진출까지 고려하는 등 진로는 물음표가 됐다. 이때 손을 내밀어준 게 성남이다. 김남일 감독은 이종호의 잠재력을 믿었다. 과거 전남에서 장신 외인 선수와 ‘빅 엔드 스몰’ 조합으로 좋은 활약을 펼친 기억도 떠올렸다. 성남엔 뮬리치라는 장신 공격수가 있는데 서로에게 시너지가 나리라고 봤다.

이날 이종호는 20대 초반 때 보여준 것처럼 공수를 넘나들며 부지런히 뛰었다. 리그 선두 울산을 상대로 승점 1(0-0 무)을 얻는 데 이바지했다. 그는 “뮬리치는 이전 함께한 외인과 스타일은 다르지만 시너지를 내려고 연구하고 소통한다”고 말했다.

어둠의 터널을 지나온 만큼 성숙해졌다. ‘광양 루니’라는 타이틀로 선수 생활의 마침표를 찍진 못해도 자신의 가치를 깨워 준 팀에 희생하는 자세를 품게 됐다. 그는 “개인 목표는 없다. 성남에서 기회를 줬을 때 오로지 보답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왔다. 팀을 위해서만 뛰겠다”고 다짐했다. 더불어 “울산은 언제 와도 기분 좋은 곳”이라며 그때 그 시절, 제 기량을 못다 펼친 호랑이 군단에 미안한 마음도 전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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