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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슈퍼맨 글자가 자기 것?…미 출판사 겁박에 태권도 관장들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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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유명한 출판업체가 한국의 일선 태권도장들에 일반 명사처럼 쓰이는 '슈퍼맨' 단어를 상호로 사용하지 말라고 요구해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히어로인 슈퍼맨, 배트맨, 조커, 원더우먼 등의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는 디씨 코믹스(DC COMICS)는 최근 대형 로펌을 통해 경상도 지역의 태권도장들에 자사 저작권을 침해하지 말라는 내용증명을 발송했습니다.

이들 태권도장은 슈퍼맨의 로고 등을 가방, 옷 등에 활용해왔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태권도장들은 이에 디씨 코믹스가 보유한 저작권에 대해서는 앞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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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씨 코믹스는 그러나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슈퍼맨'이라는 단어도 상호 등에 사용하지 말 것을 요청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대구시에서 10년간 '슈퍼맨 태권도장'을 운영해온 A 관장(41)은 '슈퍼맨' 단어가 일반 명사이고 상표나 특허로 등록되지 않았는데도 디씨 코믹스가 부정경쟁방지법을 거론하며 슈퍼맨 단어의 사용 금지를 요구해왔다고 밝혔습니다.

'슈퍼맨'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디씨 코믹스가 보유한 슈퍼맨 저작물을 연상시켜 부당한 이익을 취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태권도장 상호에 '슈퍼맨' 단어를 사용한 곳은 대구, 부산, 울산, 경북, 경남 등에만 13곳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 관장은 "명백한 위법 사항들은 모두 시정하겠지만 슈퍼맨 글자가 자기 소유라는 주장은 상식적이지 않다. 대형 로펌을 앞세운 횡포고 압박으로 느껴진다. 법을 잘 모르고 소송 비용도 감당하기 쉽지 않아 굴복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억울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우리 지역에서 슈퍼맨 하면 태권도라고 인식한다. 코로나19의 어려움을 힘들게 넘겼는데 디씨 코믹스의 저작물이 들어간 간판을 교체하고 도복, 가방 등을 폐기하려면 경제적 부담이 크다. 태권도 관장들이 로펌의 내용 증명을 받은 후 걱정스러워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법조계에서도 디씨 코믹스의 이런 행태에 대해 법률 지식이 부족한 태권도 관장들을 겁박하는 행위라는 강한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한 변리사는 "디씨 코믹스가 부정경쟁방지법을 거론하고 있으나 말도 안 된다. 슈퍼맨 단어는 특허로 등록되지 않았다. 노래 제목도 있고 무엇이든 잘하는 사람이나 아빠를 지칭할 때도 사용하는 일반 명칭화했다. 슈퍼맨 명칭의 사용이 디씨 코믹스의 저작물에 부당 편승해 이익을 취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일반인은 법률 지식이 부족해 대형 로펌의 내용증명을 받아보면 겁부터 먹게 된다. 태권도 관장들은 슈퍼맨 단어를 사용하지 말거나 소송을 각오하는 상황이 됐다. 디씨 코믹스가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혹시나 하는 식으로 내용증명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디씨 코믹스의 법률 대리인인 대형 로펌의 변호사는 이에 대해 "진행 중인 사건이라 구체적인 얘기를 해줄 수 없다"고 밝혔으며, 일반 명사화한 '슈퍼맨' 단어의 사용이 왜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인지에 관해 설명해달라는 요구에도 같은 말을 했습니다.

(사진=A 태권도 관장 제공,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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